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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은 미 의회조사국 웹사이트에 올려져 있는 닉시 보고서 ‘2002년 3월 버전’의 표지. | ||
그는 지난해 3월 미국 의회조사국(CRS)이 공개한 ‘한미관계보고서’에서 “현대가 98년 이후 금강산 관광 개발을 추진하면서 공식적으로 지불한 현금 4억달러(약 4천8백억원) 외에 추가로 총 4억달러 가까이를 북한에 건네줬다”, “북한은 금강산 관광 대가로 받은 현금 등 지원금을 무기 구매에 사용한 것으로 중앙정보국(CIA)은 믿고 있다”는 등의 내용을 밝힌 바 있다.
<일요신문>은 대북송금 문제가 일파만파로 확산되던 지난 2월5일 이 문제를 둘러싼 여러 의혹에 대해서 닉시에게 이메일 질문서를 보낸 바 있다. 하지만 사안의 민감성을 의식해서인지 그 동안 닉시는 일체의 답변을 보내오지 않았다. 그로부터 한 달 여가 흐른 지난 3월3일 닉시가 <일요신문>에 대북 송금 문제와 관련한 ‘답장’을 뒤늦게 보내온 것.
대북 송금 사건 특검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로 논란을 빚고 있는 시점에 그가 ‘답장’을 보내온 것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닉시가 밝히는 대북 송금 보고서 파문의 전말을 따라가봤다.
닉시는 미국 의회 산하 의회조사국에서 30여 년 동안 한반도 문제를 전문적으로 연구해온 한국 전문가다. 의회조사국 선임연구원으로서 행정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와 자체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각종 국제문제에 관한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닉시는 현대와 북한이 98년 6월 금강산 관광사업에 대해 합의한 이후 계속 이 문제에 관심을 가져오고 있었다. 그는 “사실 나는 지난 99년 말 의회조사국 보고서에서 현대의 금강산관광 계획을 처음 언급한 바 있다. 그 뒤 매달 보고서를 통해 이 문제를 업데이트해오고 있었다. 현대가 북한에 금강산관광 대가로 지급한 ‘공식적인’ 돈을 보고서에 계속 올렸다. 그러면서 현대가 북한에 지급한 돈이 2001년 초쯤에는 4억달러에 이른다는 것을 알았다”고 밝혔다.
그는 현대가 거액의 금강산 관광 대가를 북한에 보낸 데 대해 계속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 뒤 보고서에서 미국 군 내부의 ‘분위기’를 전하며 현대의 돈에 의혹을 제기했다. 내용은 ‘현대의 돈이 북한의 무기구입에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는 것이었다. 닉시는 그런 와중에서 “지난 2002년 3월 매우 신뢰할 만한 정보원으로부터 현대가 북한에 약 4억달러를 비밀리에 송금했다는 사실을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즉시 그 사실을 2002년 3월 CRS 보고서에 첨가했다. 그리고 그는 부연 설명에서 ‘총 금액은 약 8억달러에 이를 수도 있다’고 보고했다. 닉시는 그 뒤 계속해서 현대의 대북 비밀송금에 관한 정보를 제공받았다고 한다. 그는 이 정보원들에 대해서는 “그것은 1급 비밀사항이라 밝힐 수 없다”며 굳게 입을 다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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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닉시 보고서가 처음 제기한 현대의 4억달러 대 북송금설은 한나라당 엄호성 의원(사진)에 의해 국회에서 처음으로 ‘공개’되었다. | ||
닉시는 이에 대해 “내게 보고서에 대해 문의해온 사람들 중 일부는 그 돈이 정말 4억달러밖에 안되는지 아니면 더 많은 돈이 갔는지에 대해 의심스러워했다. 그래서 나는 현대가 북한에 송금한 금액 자체에 논란의 여지가 있어 4억달러라는 숫자를 삭제하게 되었다. 자칫 금액이 얼마냐는 지엽적인 문제 때문에 대북 비밀송금이라는 큰 사안이 희석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닉시의 보고서는 처음에 정부나 현대에 의해 신뢰성이 ‘평가절하’되기도 했다. 당시 정부 대북정책 관계자들은 “CRS가 미국 보수층이 주장하고 있는 내용들을 재정리한 것에 불과하다”고 폄하했고 현대측도 4억달러 제공설을 공식 부인한 바 있다.
닉시는 이에 대해 “내가 보고서에서 4억달러라는 금액을 뺀 것은 나에게 정보를 준 사람들의 대북송금액이 많은 차이를 보여 혼란을 주었기 때문이다. 비록 내가 최초에 추산한 4억달러라는 금액이 후일 현대가 인정한 5억달러에 비해 너무 작았지만 결과적으로 현대가 비밀리에 북한에 거액을 송금했다는 ‘팩트’는 확인된 셈이다”고 밝혔다. 현대의 정몽헌 회장이 지난 2월 5억달러를 북한에 비밀리에 송금했다는 사실을 시인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그의 정보는 정확한 것으로 드러났다.
닉시는 현대의 돈이 군사비로 전용되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문제는 여러 언론에서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한국의 한 언론은 지난 99년 ‘한국 군 전문가들은 북한이 현대 금강산 관광대가로 받은 돈의 일부를 미그21 전투기 구입에 사용했는지 의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2002년 4월16일 <연합뉴스>에서도 정세현 통일부장관이 국회 청문회에서 ‘한국 정부는 북한이 금강산 관광 대가를 군사목적으로 전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닉시는 더 나아가 현대의 돈이 김정일의 개인 ‘금고’에 들어갔을 가능성도 언급하고 있다. 그는 “지금까지 나온 여러 가지 의혹 중에서 가장 의미있는 정보는 워싱턴의 마르코스 놀랜드 국제경제연구소가 펴낸 <한국의 경제 2000>이란 책에 나와 있다. 여기에서는 ‘현대의 돈이 마카오은행의 39호실(김정일이 직접 운용하는 중앙당 조직) 계좌로 직접 들어가고 있다’며 ‘그 돈으로 측근들을 관리하고 지배를 공고히 하고 있다’고 적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의혹들은 모두 공식 보도에 근거하고 있는 것이지 소문이나 추측에 근거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닉시는 현재 논란이 한창인 대북뒷거래 특검에 대해서도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그는 “지난해 보고서에서 처음 현대의 대북송금 사실을 밝혔을 때 일부에서는 사실이 아니라며 내용을 평가절하했다. 하지만 현대가 지난 2월 5억달러를 북한에 비밀리에 송금했다는 사실을 시인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나의 정보가 맞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관점에서 내 주장에 귀를 기울여주면 좋겠다”면서 그의 견해를 밝혔다.
그는 “대북 비밀송금 수사 여부의 문제는 전적으로 한국의 대통령과 정부 그리고 국회의 손에 달려있지 내가 관여할 일이 아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한국 사람의 대부분이 특검에 동의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단지 어떤 내용을 수사해야 할지가 핵심이라고 본다”고 조심스럽게 언급하면서도 “이 문제는 독립된 기관에서 철저한 수사를 하지 않는 이상 진실은 영원히 밝혀지지 않을 것”이라며 특검에 대한 찬성의 목소리를 높였다.
사실 닉시가 남북한 문제의 장래가 걸린 특검에 대해 지지하는 발언을 한다면 내정간섭으로 비쳐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문제를 국회에서 최초로 공개한 엄호성 의원은 본지와 인터뷰에서 “지난 2000년 4월 총선 전후 처음 현대의 대북 비밀송금 문제를 접하고 은밀히 조사를 했지만 진척이 없었다. 그때 돌파구를 마련해준 것이 닉시 보고서였다. 당시 반신반의했지만 결국 그 보고서 때문에 모든 진실이 세상에 드러나게 됐다. 이런 점에서 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따지고 보면 한 미국 연구원의 보고서 하나 때문에 한반도 전체가 폭풍우에 휩싸여 있는 셈이다. 정치권의 처리 방향에 따라 이 바람은 여차하면 더 큰 후폭풍으로 휘몰아칠지도 모를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