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정식 선임연구원
[대전=일요신문] 육심무 기자 = 한국표준과학연구원 가스분석표준센터 임정식 선임연구원 연구진이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육불화황(SF6)에 대한 세계기상기구(WMO)의 요구치를 250% 이상 달성하는 세계 최고 수준표준가스 개발에 성공했다.
이번에 개발된 표준가스의 불확도는 0.008 ppt로 세계기상기구(WMO)의 요구치를 250% 이상 달성하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불확도는 어떠한 측정값의 불확실성의 정도를 의미하며, 참값이 알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분산의 개념으로 접근하며 참값을 명백히 알고 있을 때 측정값과의 차이를 의미하는 ‘오차’와는 다른 개념이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가스분석표준센터 임정식 선임연구원 연구진은 중량법 등의 정밀 제조방법을 이용해 대기 중 농도와 가장 유사한 수준인 불확도 0.008 ppt의 육불화황의 표준가스를 개발했다.
표준가스는 가스 분석방법의 정확성을 판단하거나 측정기기의 교정에 사용하는 표준물질이며 ppt(parts per trillion)는 전체량의 1조분의 1을 나타내는 단위로 대기 오염도와 같이 극미량 물질의 비율을 표시할 때 주로 사용하며 ppm(100만), ppb(10억) 다음의 단위이다.
이 표준가스는 미국국립해양대기국(NOAA)과 WMO에 보급되어 세계 육불화황 온실가스 감축 정책 수립에 기여할 예정이다.
육불화황은 세계적으로 배출량을 규제하는 인공적인 온실가스 중에서도 단연 큰 파급력을 가진다.
대기 중 육불화황은 이산화탄소의 4천만분의 1 수준으로 소량 존재하지만, 지구온난화에는 2만4천여 배나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한번 배출되면 3천년 이상 존재하기 때문에 계속 축적된다는 위험성까지 있다. 육불화황은 인위적인 합성으로만 만들어지며 반도체 공정과 전력 설비 등의 절연 가스로 널리 사용되어 20년 사이 대기 중 농도가 2배 이상 증가했다.
온실가스 감축 정책에서 가장 필수적인 조건은 정확한 기준을 통해 규제치를 설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육불화황은 다른 온실가스에 비해 워낙 극미량으로 존재하기에 측정이 매우 어려우며, 같은 이유로 가스 측정의 기준이 되는 ‘표준가스’ 의 개발 또한 난제로 남아있었다. KRISS 임정식 선임연구원 연구팀은 중량법을 기반으로 육불화황과 산소, 질소, 아르곤 등을 각각 합성하여 실제 대기상태를 구현한 표준가스를 개발했다.
여기에 분자분광학, 크로마토그래피, 실린더 자동 중량법 등 KRISS의 독자적인 가스 측정 기술을 총망라함으로써 난제로 남아온 극미량의 가스 분석을 해결하게 되었다.
WMO는 육불화황 표준가스에 대해 불확도 0.02 ppt 이내의 측정 결과를 요구하고 있는데 이번에 개발한 표준가스는 불확도가 0.008 ppt로 WMO 요구치보다도 250% 이상 정확하다.
표준가스는 전 세계 50개 이상의 관측소를 운영 중인 NOAA에 보급되며, 관측 데이터는 WMO에서 온실가스 정책 수립의 기준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WMO가 표준가스를 통해 더욱 정확해진 데이터로 지구온난화를 감시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번 연구결과는 그동안 WMO에 보고된 육불화황의 관측치가 실제보다 0.05 ppt~0.1 ppt 낮을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거래 대상인 온실가스의 측정치가 달라진다는 점에서 2020년 수천 조 규모로 확대 예정인 탄소배출권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임정식 선임연구원은 “표준가스를 통해 온실가스 관측 수준이 향상되어 감축 정책 및 탄소 시장에 기여할 수 있다.”며 “앞으로도 극미량 가스의 표준으로 지구 대기환경을 정확하고 엄격하게 감시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화학회가 발간하는 세계적 학술지인 애널리티컬 케미스트리(Analytical Chemistry, IF: 6.32)에 10월 게재되었다.
ilyo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