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문사는 ‘영남알프스’라 불리는 봉우리들 사이에서 연꽃 처럼 살포시 자리잡고 있다. | ||
이 가운데서도 경관이 아름답기로는 운문산을, 최고의 봉우리로는 가지산을 꼽는다. 때묻지 않은 않는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운문산 자락에는 비구니 사찰 운문사가 맞춤처럼 가부좌를 틀었고, 산 아래 도시 청도는 봄맞이 축제 준비로 동네가 떠나갈 듯 부산하다.
운문사는 물 맑고 산이 푸르다는 청도(淸道)군에 자리잡은 비구니 사찰이다. 오래 전부터 비구니 승가대학으로 유명한 운문사는 영남 알프스의 한 자락인 운문산 품안에 곱게 봉안되어 있다.
산자락이라고 하나 실상 운문사의 자리매김은 산지 가람인 여느 절과는 다르다. 남쪽은 운문산, 북동쪽은 호거산, 서쪽은 억산과 장군봉 등 운문산을 따라 흐르는 봉우리들 속에 마치 김제의 너른 평야처럼 반듯한 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모양을 두고 흔히 연꽃에 비유하기도 한다.
더없이 평온하고 여유로운 것도 그 때문이다. 높은 것은 모두 산이요 낮은 것은 한결같은 사찰의 가람들이고 보니 기암절벽의 위엄은 그대로 존중하고 부처의 마음을 공양하는 이들의 마음은 여지없이 공손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 운문사 가는 길이 몇년 사이에 크게 변했다. 수몰지구는 잊히고 운문댐(위쪽)은 드라이브 명소로 부상했다. 아래는 운문사 비로전. | ||
운치 있던 진입로변에는 겉멋만 잔뜩 부린 러브호텔과 식당들이 들쭉날쭉이다. 매표소 안쪽에 길게 늘어섰던 식당거리는 모두 헐렸다. 이렇게 길이 바뀌고, 집이 사라지곤 했지만 정작 계절은─단단하게 얼었던 계곡이 입춘 지나면서 졸졸졸 기지개를 펴는 것만은─여전하다.
운문사 가는 길엔 줄지어 인사라도 하듯 긴 터널을 이룬 솔숲 사이를 지나게 된다. 걷기엔 조금 멀고 차를 타면 제대로 숲을 보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긴 하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푸르러지는 솔밭이다.
봄, 여름으로는 운문사 앞 들에서 허리를 구부린 비구니승들을 자주 마주치게 된다. 수고로움의 댓가로 파릇파릇한 채소를 거둬들이는 기쁨을 누가 알랴하는, 더없이 소박한 그네들의 모습이 얼른 보고 싶으니 더디게 오는 봄이 더욱 더디게만 느껴진다.
운문사는 중창된 가람이 많은 탓에 그 오랜 역사를 추측하는 이가 드물다. 신라 진흥왕(560년) 때 창건된 사찰로 일연스님이 삼국유사를 집필한 것이 바로 이곳 운문사 주지 시절이고, 태조 왕건이 운문선사(雲門禪寺)라 사액했다니 그 귀함은 더욱 크다.
1950년대 비구니 정문강원이 개설된 뒤(1987년 승가대학으로 개칭) 지금까지 국내 승가대학 가운데 최대의 규모와 학인수를 자랑한다.
가람만 해도 40여 채에 이른다. 대부분 학인 스님들의 요사나 강사 스님들의 연구실로 사용된다. 일반 관람객들이 볼 수 있는 것은 범종루 아래로 들어서서 정면에 보이는 2백 평 규모의 만세루, 비로전, 대웅보전, 관음전, 칠성각 등 제한된 일부만이다. ‘외인 출입금지’를 붙여놓은 그 너머로, 아직 앳되어 보이는 학인 스님들의 생활이 궁금하여 사람들은 요사채를 힐끗힐끗 넘겨다보곤 한다.
▲ 운문사의 암자인 사리암은 평일에도 소원을 비 는 불자들로 북적댄다(위). 아래는 산중턱 바 위에 기대선 웅장한 암자 사리암. | ||
운문사 솔숲은 봄, 여름철 좋고 운문사 경내는 한겨울 눈이 쌓였을 때가 가장 아름답다고 하는 사람이 많다. 그도 그럴 것이 궂은 날 제외하고는 경내 구석구석 방바닥처럼 고른 마당이 있어서이다. 학인 스님들의 정성스런 빗질 덕분이지만 봄 햇살아래 사찰 안마당은 반듯하고 정갈하여 발걸음이 자연히 조심스러워지게 된다.
운문사에는 여러 암자들이 있는데 특히 사리암이 유명하다. 평일임에도 끊임없이 운문사로 들어서는 차량들에 놀라고 그 대부분이 사리암을 올라가는 것에 더 큰 의구심이 생겨 4km나 되는 길을 재촉하여 사리암으로 따라가보았다.
사리암 입구부터는 약 30~40분간을 좁고 가파른 계단길을 올라가야 한다. 나이든 사람들에게는 무리일 듯한데 지팡이를 짚고 올라가는 어르신들이 더 많다. 산중턱 암벽에 기대어 웅장함을 자랑하는 3층짜리 요사채는 불자들로 빼곡하다.
나반존자(부처님 열반 후에 미륵불이 출세할 때까지 말세 중생을 제도하려는 대원력을 세우신 존자)를 모신 곳이어서 소원기도의 효험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동굴법당 안쪽에 있는 바위 구멍에서는 옛날에 쌀이 나왔다고 한다. 어느날 욕심 많은 어느 스님이 더 많은 쌀을 나오게 하려고 구멍을 넓히자 쌀 대신 물이 나오게 되었다고 한다. 경남과, 부산까지 셔틀버스를 운영할 만큼 이곳을 찾는 불자들이 많다고 한다. 근심이 아니라 소원성취라면 더 좋을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