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원회(위원회)가 지난 12일 공개한, 김희범 전 문체부 차관이 작성한 문건을 통해서다. 해당 문건에는 영화 한 편의 상영을 막기 위해 청와대와 문체부 고위직들이 얼마나 집요하게 개입했는지 고스란히 담겼다.
실제 2014년 부산국제영화제 당시 부산시가 ‘다이빙벨’ 상영을 방해하면서 극심한 갈등이 빚어졌다. 이후 청와대 외압 의혹이 끊임없이 불거졌지만, 서병수 부산시장은 이를 줄곧 부인해 왔다. 이 같은 서 시장의 입장은 문건 공개 이후에도 변하지 않았다.
위원회가 공개한 김희범 전 문체부 차관이 작성한 문건에는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실이 ‘다이빙벨’이 상영되지 않도록 주문했다고 적혀 있다.
특히 김 전 차관은 청와대의 지시로 서병수 부산시장을 개별 면담했고, 서 시장이 적극 협조하기로 했다고 다시 청와대에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접한 서병수 시장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적인 공격일 뿐 청와대 외압을 받은 적은 없다고 반박했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다이빙벨’ 외압 논란과 관련해 12일 오후 기자간담회를 가졌다.(제공=부산시)
서 시장은 12일 오후 기자간담회를 갖고 “2014년 9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다이빙 벨’을 상영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당시 집행위원장에게 전달했다. 이는 영화제조직위원장과 부산시장으로서 독자적으로 판단해 권유했다. 청와대 등의 외압을 받아 의견을 전하지는 않았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특히 서 시장은 “당시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 김종덕 문화부 장관으로부터 ‘다이빙 벨’ 상영 문제를 걱정하는 전화는 받았지만 압력으로 느끼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실장 등의 압력에 따라 상영 금지를 권유한 것이 아니라 지역 정치권, 시민단체, 세월호 일반인 유가족 등의 요구와 자체적인 판단을 거쳐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서 시장은 김희범 전 차관의 문건에 대해서는 “김희범 차관을 ‘다이빙 벨’ 상영 문제로 만난 적은 없다. 상영 금지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로 했다는 주장도 터무니없다. 당시 다른 문화행사장 등에서 김 차관과 자리를 같이했을 수는 있지만 그런 자리에서 ‘다이빙 벨’ 문제를 논의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특히 서병수 시장은 이날 위원회의 문건공개를 지방선거와 연관을 지었다. 서 시장은 “수년간 ‘다이빙 벨’ 상영 논란이 되풀이되고 있다. 이번 사안도 이전과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 논란을 확산하는 것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적으로 부산시와 현직 시장을 공격하려는 의도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서병수 시장의 입장 표명은 다이빙벨을 상영하지 말아달라고 얘기한 게 ‘압력’이 아닌 ‘권유’였다는 게 골자다. 하지만 영화제조직위원장이자 부산시장인 그의 상영금지 요구를 단지 권유로만 받아들일 자는 없었을 것이란 게 중론이다.
따라서 이번 서 시장의 해명은 오히려 또 다른 논란을 부추기는 단초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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