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 사진은 송호유원지 앞 양강의 용암. 양산팔경의 여덟번째로 꼽 히는 이 물위의 외딴 바위는 용이 승천한 자리로 전해져 오고 있다. 아래는 선녀가 내려와 노닐었다는 전설이 전해 오는 강선대의 절경. | ||
소백산맥의 줄기가 북동쪽에서 남동쪽으로 뻗어내려 사방이 험준한 산지를 이루고, 그 사이를 금강의 줄기인 강과 하천들이 구석구석 적시며 지나 대자연의 비경을 감상할 수 있는 명소들이 많다.
특이하게도 감나무를 가로수로 지닌 영동은 오랜 동안 무주구천동을 향하는 차량들이 스쳐가는 길목이었을 뿐 한적한 지방도시의 모습을 그대로 지녔다.
비교적 낯선 곳이지만 이 여름 가족들과 그 여유로운 풍경에 푹 잠겨본다면 때묻지 않은 금강변 비경속에서 진정한 휴식이 무엇인지를 깨달을 수 있을 것만 같다.
특히 영동의 3대 명소로 손꼽히는 양산팔경과 한천팔경, 물한계곡은 차디찬 계곡의 물소리, 시원한 강변 숲 그늘이 그리워질 때 찾으면 안성맞춤이다.
[양산팔경]
먼저 영동 최고의 관광지로 이름난 양산팔경부터 찾아보자. 양산팔경은 충북 영동군에 있는 양산(면)을 꿰뚫고 남서에서 동북으로 흐르는 금강 상류 연안, 양산강변에 위치한 명승지들이다. 영국사 강선대 비봉산 봉황대 함벽정 여의정 자풍당 용암 등 여덟 곳을 이른다.
지도에는 강선대와 용암, 여의정을 배경삼아 양강변에 자리잡은 송호유원지를 양산팔경으로 표기하고 있다.
양산팔경의 제1경은 양산면 누교리에 있는 영국사다. 바위 암릉으로 유명한 천태산(715m) 아래 자리잡고 있는 영국사는, 신라 문무왕 때 혹은 진평왕 때 창건되었다고 전해지는 천태종 사찰이다.
보물 제532호인 영국사 부도와 보물 제533호인 삼층석탑, 보물 제534호인 원각국사비, 보물 제535호인 망탑봉 삼층석탑 외에 천연기념물 제223호인 은행나무 등을 경내에 품고 있어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 사적 답사지로 인기 있다.
영국사 주차장에서 고개를 하나 넘으면 나타나는 수령 6백년 된 은행나무는 단연 돋보이는 볼거리다. 앞쪽의 좁다란 다랑논들과 어울려 산골의 초여름 풍경을 멋지게 그려낸다. 주차장에서 절까지 이어지는 계곡의 기암과 울창한 숲의 시원스런 경치가 여름이면 관광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제2경인 강선대는 영국사에서 3.5km 정도 떨어진 봉곡리의 강가에 있다. 바위 절벽이 우뚝 솟아올라 절벽을 이룬 곳에 노송 몇 그루 어울려 그림같은 풍광을 연출하는데, 선녀가 내려와 목욕하며 놀았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올 정도로 절경이다.
강선대 맞은편에 있는 송림도 눈길을 끈다. 하동 송림에 버금가는 운치를 자랑하는 이곳이 바로 국민관광지로 이름난 송호유원지. 주차장, 취사장, 체력단련장, 산책로 등의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는 데다 금강 상류의 맑은 물과 1백년 이상 된 송림이 어우러져 가족단위로 텐트를 치고 더위를 피하기에 더없이 좋다.
▲ 송호리 양강변 숲속의 여의정(위), 아래는 한천팔경의 하나인 월류 봉 근처에 있는 신라시대 고찰 반야사. | ||
제4경은 수두리의 양강변에 있는 봉황대다. 봉황이 깃들었다는 전설을 간직하고 있는 이곳은 누각이 오래 전에 없어졌지만 풍광만은 여전하다. 제5경은 문인들이 모여 시를 짓고 학문을 논했다는 함벽정으로, 이곳에서 바라보는 비봉산의 낙조가 일품이다.
제6경은 송호리 양강변 숲속에 있는 여의정. 만취당 박응종이 지내던 이곳은 아침 저녁의 정경과 운치가 그윽하다. 특히 정자에 올라 보는 솔숲의 풍광이 매력적이다.
제7경은 두평리 지풍동 양강변에 위치한 지풍당이다. 조선초기에는 풍곡당으로 불렸던 지풍당은 한강 정구의 강학당으로 봉성 이운길 등이 중건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근처에 풍곡사란 절터가 있고, 지방유형문화재인 오층석탑이 남아 있다.
마지막 제8경은 송호유원지 앞 양강에 솟은 용암이다. 용이 승천을 했다고 전해지는 용암은 깊은 물 속에 몸체를 담그고 얼굴만 삐죽이 내밀고 서 있어 수줍음 많은 총각 같은 느낌을 준다.
이 같은 영동의 여덟 가지 비경은 영국사를 제외하고는 모두 유원지 주변 10여리 이내에 몰려 있어 손쉽게 둘러볼 수 있다. 사찰문화재, 양강의 맑은 물과 하얀 백사장, 시원스런 송림 등의 경치를 고루 둘러볼 수 있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특징. 비록 규모가 작고 눈에 확 들어오게 화려한 절경은 아니더라도 한여름을 제외하고는 찾는 이들이 많지 않아 호젓하게 정취를 즐길 수 있어 더욱 정겹다.
[한천팔경]
영동군 황간면 원촌리 일대, 송천변에 자리잡은 한천8경도 때묻지 않은 자연경관을 자랑한다. 우암 송시열 선생이 머물던 한천정사의 이름을 따서 ‘한천팔경’이라 불리는 이곳은 경부고속도로 황간IC 서북쪽 2km 거리에 있다. 양산팔경에 비해 명성은 덜하지만 산과 강이 어울린 산수의 이름다움이 능히 양산팔경에 비할 만하다.
짜임새가 뛰어난 바위봉인 월류봉과 그 봉을 감싸고 흐르는 강물의 조화는 압권이다. 한천8경에 속한 경승지는 월류봉, 화헌악, 용연동, 산양벽, 청학굴, 법존암, 사군봉, 냉천정 등 여덟 곳.
이 중 가장 아름다운 곳은 제1경인 월류봉이다. 깎아 세운 듯 똑바로 서 있는 월류봉 발치로 흐르는 맑은 시냇물과 월류봉 중턱에서 감도는 푸른 이내가 그림같다. 하지만 월류봉에 걸린 달 풍경에는 아무래도 미치지 못한다. ‘달이 머무는 봉우리’란 이름처럼 달뜬 밤의 월류봉은 가슴까지 떨리게 한다. 미처 천상으로 오르지 못하고 월류봉에 잡혀버린 달이 강변에 뿌리는 황금빛은 그림자는 꿈결인양 신비롭기까지 하다. 특히 한천정사 쪽에서는 능선을 따라 서쪽으로 달이 흐르며 봉우리 주변 하늘에 머무는 것 같아 보여 보름달이 뜰 때쯤 찾으면 더욱 좋다.
월류봉 법존암 앞 모래밭에서는 제2경인 냉천정을 볼 수 있다. 샘줄기가 모래 속에서 흘러나와 여덟 팔자 모양으로 흐르는 팔연에 이르는데, 한여름에도 차고 서늘해 냉천정이란 이름이 붙었다.
황간면의 뒤편 북쪽에 있는 사군봉(제3경)과 월류봉 곁에서 돌로 내려 뻗는 법존암(제5경), 월류봉과 이어지는 산양벽(제6경)도 영동의 시원한 기운을 느끼게 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 시냇물 쪽으로 벌어진 고개를 따라 굴의 입이 여덟 개인 청학굴(제7경)과 월류봉 아래에 있는 용연동(8경)도 신비롭다.
모두 수직절벽에 가까운 월류봉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어 돌아보는 데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는 않다.
▲ 보물 제535호인 영국사 망탑봉 삼층석탑 앞에 한 관광객의 시선이 머물고 있다(위). 월류봉과 이를 끼고 돌아나가는 맑은 강물이 아 름다운 조화를 이루고 있다. | ||
물한계곡은 경북 김천과 맞닿은 영동 끝자락의 민주지산과 삼도봉을 적시고 내려오는 계곡이다. 황간IC에서 상촌면 방향으로 30여분 거리. 이름처럼 ‘차고 으스스한 계곡물을 자랑해, 흐르는 물에 발을 담그면 온몸에 서늘한 기운이 감돈다.
주변은 한낮에도 해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짙은 숲 그늘이고, 숲 사이 길가엔 범꼬리, 패랭이 등 야생화도 지천이다. 상류 계곡에서는 옥소폭포, 의용암폭포, 음주암폭포 등 숲과 어우러진 폭포도 즐비해 피서철이면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가까이로 이어지는 전북의 무주구천동에 가려 빛을 못 보고 있지만 자연미는 이곳이 오히려 뛰어나다고 평하는 사람들도 많다. 계곡 입구에 있는 황룡사까지 차량통행이 가능하며, 계곡 입구 야영장에선 텐트도 칠 수 있다. 산행을 좋아하는 이라면 민주지산이나 삼도봉을 오르는 것도 좋다.
물한계곡 주차장에서 민주지산이나 삼도봉까지는 왕복 4~5시간 거리. 소름이 돋을 정도로 시원한 계곡 물소리를 들으며 산행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초보자들에겐 평탄하고 완만한 삼도봉 코스가 제격이다.
[영동정보]
교통 - 경부고속도로 영동IC에서 영동읍으로 접어든 다음 가로질러(무주 방향) 25분 정도 가면 양산면이 나온다. 양산면 이원에서 우회전하여 501번 지방도로를 타고 내려가면 개심저수지-밤재-영국사 입구를 지나 삼거리에 이른다. 여기서 598번 지방도로를 2.5㎞쯤 달린 뒤 좌회전하여 1㎞쯤 가면 송호유원지에 닿는다.
한천팔경은 경부고속도로 황간IC에서 빠진 다음, 황간면 소재지를 지나 서쪽 579번 지방도로를 따라 2km 정도 달리면 되고, 물한계곡은 황간IC에서 매곡~임산~하도대교를 지나면서부터 시작된다.
대중교통은 기차 경부선 영동역, 고속버스는 서울(하루 6회)과 청주(24회)에서 영동까지 왕복편이 있고, 시외버스가 대전(27회) 청주(6회) 무주구천동(32회) 대구(4회)까지 각각 운행한다.
[별미&숙박]
송호유원지에는 송호파크(043-745-0048) 송호유스호스텔(743-9081) 외에 식당 겸 민박들이 여러곳 있다. 문의 송호국민관광지 관리사무소(740-3228). 민주지산에는 휴양관 산막과 체육시설 야영시설 등을 갖춘 자연휴양림이 있으며 물한계곡 쪽에 동굴민박(745-2211) 등 많은 민박집들이 있다.
이시목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