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의 기름유출 사고에 대한 책임을 묻는 현수막이 현대차 아산공장 앞에 걸려있다.
# “아산시가 입증 책임 현대차에 떠넘겼다”
지난 23일 오후 아산시 인주면행정복지센터 면장실에서 이창규 아산시 부시장과 현대차 아산공장 기름 유출로 피해를 본 아산시 인주면 어업계원들의 만남이 이뤄졌다.
면담에는 아산시 인주면 어업계원 10여 명과 이창규 아산시 부시장, 길병철 인주면장, 김창덕 아산시 환경보전과장 등 아산시 책임공무원들이 참석했다.
어업계원들은 한 목소리로 “아산시의 미온적인 대응이 현대차에 책임을 피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줬다”고 성토했다.
한 어민은 “지역의 환경문제가 발생했으면 원인을 규명하는 것이 선 작업 아닌가. 이번 사태의 상당 부분은 아산시의 책임”이라며 “현대차는 지금 증거를 은폐하고 책임이 없다고 하고 있다. 처음 조사를 했을 때 시청 담당자가 분명히 해줬으면 되는데 시는 입증 책임도 현대차에게 떠넘긴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어민은 “현대차에서 전문 업체가 나와 조사할 것이라 했지만 지금까지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라며 “우리가 직접 시료를 채취하며 조사하고 있다. 왜 이래야 하는가. 책임있는 조치를 취하라”고 따졌다.
# 기름 유출은 맞지만 책임은 없다는 현대차
아산시와 인주면 어업계에 따르면 지난 17일 오전 9시쯤 아산시 인주면 대음2리 하수관로에 기름이 유출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이 하수관로는 현대차 아산공장의 우수관로와 연결돼 있으며 주로 현대차 공장에서 나오는 물이 흐르고 있다. 이날 신고접수 후 아산시 공무원, 현대차 관계자, 어촌계원 등은 1차 방제 작업을 실시했고 이어 기름이 현대차 공장 우수관로에서 흘러나온 것임을 확인했다. 마을 주민들은 16일 오후 3시쯤부터 기름이 흘렀다고 주장했다. 이날 아산시는 현대차에 책임 조치할 것을 주문했으며 현대차는 이를 수긍했다.
하지만 다음날인 18일 현대차의 태도는 바뀌었다. 어디서 기름이 샜는지 파악이 안돼 책임을 질 수 없다는 것이었다. 김종명 인주면 어업계장은 “사고 수습후 18일에 현대차 관계자를 만났는데 우수관로에서 원인을 찾지 못했다”며 “어디서 흘렀는지 몰라 책임을 질 수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공장에서 나온 오·폐수를 자체 정화시설에서 정화해 사용하고 있으며 하천으로는 전혀 폐수가 흐르지 않는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3일 오후 아산시 인주면행정복지센터 면장실에서 이창규 아산시 부시장과 인주면 어업계원들이 현대차 아산공장 기름유출과 관련해 면담을 하고 있다.
# 일주일간 발도 못 뗀 사고 조사, 아산시·현대차 ‘나 몰라라’
사고 발생 후 일주일이 지났지만 여전히 원인조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조사 권한을 가진 아산시는 예산을 이유로 현대차에 자체 조사를 하라고 떠밀고 있다. 현대차는 공장의 우수관로가 복잡해 원인을 찾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김창덕 아산시 환경보전과장은 “시청 담당자가 조사하기 위해 수차례 갔지만 공장이 워낙 크다 보니 한계가 있었다. 전문 조사 업체에 의뢰해야 하지만 예산이 투입돼야 한다”며 “22일에도 현대 측에 우수관로가 오래돼 누수될 수 있다, 유출 사고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재발 방지 대책 마련하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해당 우수관로는 20년 이상 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어 “원인이 명확히 드러나야 과태료 부과나 고발 등 행정조치를 취할 텐데 아직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어려움이 있다”며 “경찰 측에 이번 사고에 대해 처벌이 가능한지 의뢰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피해 어민들은 시의 이같은 책임회피가 현대차가 책임을 면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줬다고 여기고 있다.
김종명 어업계장은 “처음 사고가 발생하고 현대차 공장에서 유출된 것을 확인 했을때 시에서 확실히 조사해 책임을 물었어야 했다. 지금은 서로 ‘나 몰라라’하는 상황”이라며 “벌써 현대차는 우수관에 흐르는 물을 다른 곳으로 옮기고 청소도 마쳤다”고 주장했다.
이어 “내일(24일) 우수관로에서 채취한 유류 시료를 환경연합에 보내 분석할 예정”이라며 “사고 조사를 피해 어민이 직접 해야 하는 경우가 있는가”라고 답답해했다.
현대차 아산공장과 연결된 하수관로에서 흘러나온 기름을 제거 하기 위해 현대차 직원, 아산시 공무원들이 방제작업을 하고 있다.인주면 어업계 제공
인주면 어업계는 지난 22일부터 현대차 아산공장 앞에서 집회를 열고 현대차에 기름유출 사고의 책임과 재발방지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26일까지 계획돼 있으며 현대차의 책임있는 행동이 나오기 전까지 집회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본지는 이번 사고와 관련, 사실 확인을 위해 현대차 아산공장에 직접 찾아가 취재를 요청했으나 현대차는 응하지 않았다. 또한 담당자에게도 전화로 취재를 요청하고 문자메시지를 남겼으나 “곧 연락하겠다”는 대답만 했을 그 후 연락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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