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아산공장과 연결된 하수관로에서 유출된 기름이 삽교호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아산시 인주면 어업계 제공
충남도에 따르면 지난 1979년 조성된 이래 삽교호의 수질은 지속적으로 악화돼 2015년까지 6등급 이하를 꾸준히 기록했다. 환경부의 물환경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17년 삽교호의 BOD(생물학적 산소요구량) 수치는 평균 5.3mg/L로 약간 나쁨 단계(4등급)로 올라섰다.
충남도와 아산, 당진 등 삽교호 인근의 기초단체들은 삽교호를 살리기 위해 매년 수백억 원을 쏟아부으며 각고의 노력을 다했다.
충남도는 지난 1990년부터 2011년까지 삽교호 인근 6개 시·군에 환경 기초시설 확충 등 삽교호 수질개선 56개 사업에 5103억 원을 투입했다. 또 2012년부터 2547억 원을 투입해 천안과 아산지역 하수처리구역 및 시설 확충, 생태하천 복원 사업, 공단 폐수처리장 확충 등의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했다. 2015년부터 2018년까지는 삽교호 유역 수질개선 예산으로 1782억 원을 새로 확보해 사업을 추진했다. 1990년부터 2018년까지 수질개선을 위해 매년 300억여 원 이상을 쏟아부은 것이다.
# 토종어종 보존 위해 2012년부터 치어 방류
상당한 예산 투입과 함께 충남도와 기초단체는 각종 규제 정책을 시행했다. 충남도는 천안시, 아산시, 당진시과 함께 지난 2016년 12월부터 삽교호 수계에 수질오염총량관리제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오염총량관리제는 하천의 목표 수질을 정해 오염물질량이 허용총량보다 낮도록 관리하는 제도로, 불이행 시에는 해당 지역에 개발사업과 건축 등이 제한된다. 한강, 금강 등 5대강 수계에서는 오염총량관리제를 의무로 운영하고 있지만 그 외 수계는 의무사항이 아니다. 충남도의 의지가 묻어나는 정책이다.
또 아산시는 2012년부터 삽교호의 토종어종 보존과 수산생태계 복원을 위해 동자개, 대농갱이 등 토종어류 치어 방류 사업을 하고 있다. 이 사업을 위해 매년 약 2천여만 원의 예산을 사용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토종어류의 치어 60만 마리를 이곳에 방류했다. 아울러 지난 2015년 삽교호 권역 물 관리 대책협의회를 시·군 협의체에서 도 주관 협의체로 격상하기도 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삽교호의 수질은 점차 나아지고 있다. 충남도에 따르면 2012년부터 4년간 수질 분석결과, 삽교호 수계인 아산시 곡교천의 BOD는 2012년 5등급(8ppm)에서 2016년 4등급(6.4ppm)으로 높아졌다. 같은 수계인 천안천도 2012년 5등급(14ppm)에서 4년만에 4등급(6.9ppm)으로 높아졌다.
# 기름 유출로 향어 수 톤 폐사…“공정한 조사 이뤄져야”
마을 주민들과 피해 어민들은 이번 기름 유출 사고로 그동안의 노력이 허사가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아산시 인주면 어업계 한 피해 어민은 “기름유출로 기르던 향어 수 톤(t)이 폐사됐다”며 “이것에 관해 더 이상은 말하기 싫다”고 참담한 심정을 표현했다. 사고가 일어난 삽교호 인근에는 15여개의 어가가 향어, 붕어 등 민물고기를 양식하고 있다.
김종명 어업계장은 “지금은 기름때가 삽교호로 많이 흩어져 피해가 적은 것처럼 보이나 양어들이 기름을 먹으면 궤양병에 걸려 폐사하거나 물고기 자체에서 기름 냄새가 나 판매가 힘들게 된다”며 “또 오염된 환경에서 산란을 하게 되면 기형 물고기가 나올 가능성도 높다. 고스란히 어민 피해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사고에 대한 정밀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정확한 피해 정도와 규모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환경단체는 이번 사건에 대한 조사가 면밀히 이뤄져 실질적인 재발방지 대책이 세워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서상옥 천안아산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삽교호는 충남의 젖줄이다. 정부, 지자체뿐 아니라 민간에서도 수질보존운동을 펼쳐 온 곳”이라며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행정, 전문가, 시민이 참여해 공정한 조사를 벌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인주면 어업계는 오는 31일 오후 2시 현대차 아산공장 앞에서 인주면민이 다수가 참여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고 현대차의 책임 있는 사고조치를 요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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