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곤충이나 새, 동물 등을 만들어 나뭇가지를 장식하는 모습. | ||
그 시절의 추억을 요즘 아이들도 가지고 있을까. 모래 대신 푹신한 매트가 깔린 놀이터, 길은 온통 시멘트 보도 블럭, 도심의 아이들은 흙을 밟아 볼 기회조차 거의 없어보인다. 이번 어린이날, 로보트 자동차 인형 대신 흙을 만날 수 있는 놀이 공간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가 보자.
시작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맨발로 멍석 위에서 기다리다니, 공연치고는 정말 멋진 공연이 아닌가. 20개월 기저귀도 못 뗀 아기서부터 초등학생까지 60명 가량의 아이들과 어른들이 목을 빼고 기다린다. 주말이라 아빠와 함께 한 아이들도 꽤 보였다.
피터팬 같은 옷을 입은 예쁜 언니가 나와 어두컴컴한 비밀의 세계로 들어가는 문을 열고 드디어 흙과 만나는 공간 속으로 사람들은 빨려들어 간다.
부드럽지만 약간은 차갑고 푹신푹신한 바닥, 온통 찰흙이다! 처음에 낯선 기분으로 바닥을 짚어보던 아이들은 금방 익숙해져 맨바닥을 기분 좋게 걸어다닌다. 피터팬 분장의 ‘놀이천사’들이 아이들을 10여 명씩 나누어 준비된 여러 마을로 이끌고 흩어진다.
모두 다섯 개의 마을이 있다. 찍기뽑기, 아궁이마을, 공룡마을, 장독대마을, 그리고 석기시대 컴퓨터방. 이름도 정다운 각각의 흙 마을에서 흙을 이용한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찍기뽑기 마을’에는 붕어빵, 절편, 각종 동물이나 사물의 모양이 새겨진 판이 있다. 각자 찰흙 뭉치를 집어 맘에 드는 판에 대고 누르면 흙은 비행기가 되거나 새가 되거나 붕어빵이 된다.
‘아궁이마을’에서는 찰흙으로 다양한 모양을 빚어 완성된 ‘작품’을 꼬치에 꽂아 아궁이 위에 올려 전시한다. 입장하기 전 하나씩 준비하라던 동전을 쓸 곳은 바로 ‘공룡마을’. 작은 연못을 둘러싼 산이 뒤에 있는데 그 모양이 마치 누워있는 공룡의 모습이다. 연못에는 소원을 들어주는 물 그림자가 있다. 두 손 모아 소원을 빌고 난 뒤 한 명씩 동전을 연못에 던지면 벽에는 신비로운 물 그림자가 어린다.
▲ 아궁이 마을에서는 흙으로 원하는 모양을 빚어 아궁이 위에 진열한다. | ||
흙물이 가득한 화면 속을 그림으로 채웠다 다시 지우는 과정이 재미있다.
발바닥 나라에서는 ‘이야기천사’들이 움막 같은 극장 안으로 안내한다. 별빛 가득한 우물 속 공연장에서 효심 지극한 아이 ‘바투’의 이야기를 보는 아이들의 눈빛이 별빛보다 더 밝다.
공연장 밖에는 희망놀이터가 있다. 절반이 인형극을 볼 동안 나머지는 이곳에서 자유놀이를 할 수 있다. 제일 아이들이 많이 몰려가는 곳은 흙 밟는 판. 씨름판 같은 곳에 바닥보다 물기가 많은 찰흙이 채워져 있는데, 아이들은 소리까지 지르며 즐거워한다.
‘바투’란 ‘두 물체가 아주 가깝게’라는 뜻의 순 우리말. 흙과 몸이 하나가 되었으니 의미가 딱 들어맞는다. 흙과 몸, 더 나아가 자연과 인간이 하나가 되는 감성체험이 아이들에게는 색다른 경험으로 와 닿고, 어른들에게도 동심을 느껴보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공연정보 다섯 가지 흙놀이 ‘바투바투’
6월6일까지(매주 월요일 쉼)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70분씩 10회.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별관(광화문 갤러리)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에서 바로 연결. 입장료 2만원(미리 전화 예약하고 가는 것이 안전).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이 지원하는 관람권 ‘사랑티켓’을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옆 티켓박스에서 구입할 경우 5천원씩 할인된다. 02-516-1501. 홈페이지 www.바투.net
매주 화요일에는 어린이 도서를 가져오는 사람에게 20% 할인 혜택과 선물을 주는 ‘책나눔 이벤트’도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