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안개 낀 파로호의 아름다운 풍경. | ||
특히나 피서지에서조차 복작대는 인파를 피해 깊은 별세계로 피안의 휴가를 떠나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땅의 마지막 오지라 할 화천 양구야말로 적격이다. 북한강 상류 오지마을에서의 아주 특별한 휴가를 안내한다.
강원도 양구군 양구읍 상무룡 마을은 파로호 상류의 벽촌이다. 사위를 에두른 산 가운데 호수와 함께 포근히 들어앉은 이 마을에서는 바깥 세상일을 모두 잊고 호젓하게 낚시와 휴양을 즐길 수 있다.
상무룡은 15가구 40여 명이 사는 자그마한 산골마을. 뒷산 성주봉(626m) 기슭을 화전으로 일궈 농사를 짓는 주민들이 요즘은 낚시꾼들에게 수상 좌대를 빌려주거나 민박을 치면서 생활한다.
이곳은 낚시터로 먼저 유명해졌다.
낚시께나 한다는 사람들에게 상무룡은 경치가 아름답고 조황이 좋은 낚시터로 소문나 있다. 여름철에는 붕어가 특히 많이 잡히는데 30cm 정도 크기는 흔한 편이다. 7월 들어 잉어도 한창이다.
“파로호 어딜 가도 여기 만한 곳이 없을 거요. 두타연에서부터 흘러온 수입천 찬물하고 파로호 따뜻한 물이 합쳐지는 곳이라서 씨알도 굵고 마리 수도 많은 겁니다.” 좌대를 관리하는 촌로는 낚시터 자랑을 아끼지 않는다.
마을앞 호수가 낚시를 위한 공간이라면 지금은 폐교된 상무룡초등학교 우측으로 흐르는 수입천은 휴식처로 그만이다. 마을에서부터 모터보트로 수입천 줄기를 타고 오르는 길은 그야말로 절경이다.
배로 천천히 10분 정도 거슬러 오르면 유명한 파서탕 계곡이 나온다. 너럭바위들이 널려 있어 편안히 쉬기 좋다. 또 길이 1백m, 폭 20∼30m 가량 되는 모래사장이 있어 물놀이와 캠핑에도 제격이다.
파서탕 근처에서도 낚시를 즐길 수 있다. 쏘가리와 꺽지, 모래무지 등이 많이 잡힌다. 특히 가짜 미끼를 이용하는 루어낚시로 쏘가리 잡는 재미가 쏠쏠하다.
8월경 이곳에 가면 송사리와 해방어 무리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해방어는 이곳 사람들만 아는 고기. 8월15일을 전후로 많이 잡힌다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 길이가 겨우 2cm 정도 되는 이 고기는 투망으로 잡아 바위 위에 널어 바짝 말린 다음 볶아 먹는데, 그 맛이 상당히 고소하다.
상무룡에서는 일찍 눈을 떠야 후회하지 않는다. 물안개 가득 피어오른 마을길을 거니는 여유로운 아침산책이 이곳 여행의 백미이기 때문이다. 물안개 핀 호수 위로 두루미 서너마리가 유유자적 날아오르면 한폭 수묵화 속으로 들어서는 느낌이다.
▲ 아침 물안개 낀 상무룡 앞 호수. | ||
민통선 이북에 있기 때문에 목적일 이틀 전에 양구군 문화관광과(033-480-2251)에 출입신청을 해야 관할군부대의 승인을 받아 출입할 수 있다.
팔랑폭포는 동면 팔랑리 앞산 기슭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다. 그다지 높지 않지만 수량이 풍부하고, 푸른 이끼에 덮인 바위 틈으로 흐르는 맑은 물은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주위에는 3백 년도 더된 노송 한 그루가 우뚝 솟아 폭포의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더한다. 높이 18m, 밑동 둘레 3.2m나 되는 이 소나무는 주민들의 수호신이다.
양구에는 선사박물관과 박수근미술관이 있다. 양구읍 하리에 1997년 세워진 선사박물관(033-480-2677)은 1987년 상무룡리에서 출토된 선사유적 6백50여 점을 전시하고 있다. 박물관 뒤뜰 잔디마당에는 고인돌과 선돌, 움집 등이 전시돼 있다.
정림리에 있는 박수근미술관(033-480-2655)은 2001년 10월 박수근 화백 생가터에 2백 평 규모로 건립됐다. 박수근의 유품, 스케치, 드로잉과 같은 습작, 판화, 삽화 등 유작들을 상설 전시하고 있다.
비수구미 마을 역시 양구군 상무룡과 같은 오지다. 북한강 상류 화천군 동촌2리에 자리잡은 이 마을로 들어가려면 보트를 타는 수밖에 없다.
국내에서 가장 길다는 약 2km 길이의 해산터널을 통과해 평화의 댐 근처 수하리 선착장에 닿은 뒤 마을 주민들에게 연락을 하면 보트가 마중 나온다.
비수구미 마을에는 단 3가구가 살고, 주민은 모두 합해 9명이다. 주민들은 한 되에 30만원 하는 토종꿀을 따거나 상황버섯 등을 채취해 수입을 얻는다. 여름, 가을철에 주로 찾아오는 여행객들에게 민박이나 뱃삯을 받는 것은 가욋돈이다.
마을 입구인 북한강 상류에서부터 파로호 방향으로 좁은 들길이 나 있는데, 절벽 아래로 펼쳐진 푸른 강물을 바라보면서 트레킹을 하는 기분이 상쾌하다. 길은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아 정돈되지는 않은 상태. 긴 바지를 챙겨서 다리에 풀독이 오르는 것을 예방해야 한다.
▲ 양구읍 정림리 박수근 화백 생가터에 2백여 평 규모로 건립된 미술관. 양구선사박물관 야외전시장에 있는 탁자식 고인돌(위부터). | ||
화천 일대에서는 삼일계곡과 광덕계곡 등이 여름철 피서지로 좋다. 사내면 삼일리 화악산 기슭에 있는 삼일계곡은 산 속 깊은 곳에서 발원한 차고 깨끗한 물이 언제나 풍부히 흐른다. 계곡 초입부분부터 맑은 물 주변으로 울창한 수림이 가득 차 있어 경관이 아름답다. 지류를 따라 넓고 평탄한 바위가 곳곳에 펼쳐져 있어 휴양지로서도 최적이다. 계곡 정상부에는 높이 40m의 촛대바위가 우뚝 솟아 있다.
화천군 사내면 광덕리와 경기도 백운산 사이에 있는 광덕계곡은 자연경관이 수려하고 오염되지 않은 작은 폭포와 깨끗한 물이 일품이다. 이곳에서 광덕산 등산도 시작된다. 강원도의 높고 험한 산들을 오르는 것은 쉽지 않은 일. 그러나 광덕산의 경우 해발 620m에 자리잡은 광덕동에서 시작해 두 시간 가량이면 정상에 닿을 수 있다. 정상은 광장처럼 넓고 사방이 탁 트여 전망이 좋다.
지난해에 이어 화천군에서는 참가자들이 직접 쪽배를 제작해 겨루는 쪽배축제와 산천어잡이 계곡피크닉을 열고 있다. 7월16일부터 8월15일까지. 033-263-7575. www.narafestival.com
양구-화천 가는길
▲양구 상무룡: 46번 국도. 춘천에서 소양교 건너 양구 방향. 양구군 입구 다리를 건너 800m쯤 간 뒤 좌회전. 31번 국도-양구읍 입구서 좌회전 2.5km-군량교-성곡령-고개부터 11km.
▲양구 두타연: 양구읍 중리 명품관에서 출입자 집결 후 동시 출발.
▲양구 팔랑폭포: 양구읍-31번 국도-덕곡-임당리-월운리 동면교에서 2km.
▲선사박물관: 양구읍에서 31번 국도 3km.
▲박수근 미술관: 양구군 시외버스터미널 근처.
▲화천 비수구미: 춘천댐에서 5번-56번 국도 따라 화천-평화의 댐 방향 460번 지방도-선착장. 배를 이용하려면 민박집에 전화 예약을 해야 한다.
▲화천 광덕계곡, 삼일계곡: 서울(47번 국도)-포천 이동면-백운계곡(316번 지방도)-백운산 정상 휴게소(463번 지방도)-광덕계곡. 사내중학교 앞 삼거리에서 화악산 표지 따라 우회전, 341번 지방도를 따라가면 삼일계곡.
▲화천 붕어섬: 춘천-화천읍(5번 국도)-위라리 방면 1km.
▲만산동계곡: 화천읍(5번 국도)-신대리- 좌회전 후 3.9km.
숙박 - 지역번호 033
화천-양구 지역은 상업 숙박시설이 많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인근 마을 등에서 민박이나 여관 등을 이용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캠핑 도구들도 출발전 최대한 준비를 해두는 게 안심된다.
▲상무룡:별장상회(481-2608), 우세환(481-4342), 김설자(481-8413). 민박 2∼3만원, 수상좌대 4∼8만원
▲비수구미: 김상준(442-0962), 심금산(442-3952), 장윤일(442-0145). 민박 2∼3만원, 모터보트 왕복 이용료 2∼3만원.
▲광덕계곡: 광덕그린관광농원(441-2617)에 통나무집 30채, 모텔 28객실이 준비되어 있다. 통나무집 6∼40만원, 모텔 2인 기준 3∼4만원.
정보사이트
화천군 홈페이지www.hwacheon. gangwon.kr/tour 양구군 홈페이지 www.yanggu.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