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을숙도에서 철새를 관찰하는 탐방객들(위)과 낙동강 하구 갯벌에서 먹이를 찾는 고니들(아래) | ||
강원도 태백에서 발원한 낙동강 물줄기는 경북 봉화, 상주 등을 돌아 경남 밀양, 김해를 지나 부산 앞 바다로 흘러든다. 보잘 것 없던 물줄기는 흐르면서 수백 개의 지류를 새로 품으면서 강을 이루고 마침내 그 하구에 와서는 바다만큼 드넓은 모습을 갖추었다.
철새들의 정거장 을숙도는 그 넓은 낙동강 하구에 오롯이 솟은 이를테면 하나의 섬이다. 수천 년 동안 강물이 실어온 모래와 자갈들이 쌓여 어마어마한 넓이의 삼각주를 이루었다. 부산광역시 하단동 일대에서 다대포 앞 바다까지 이어진 을숙도에는 사계절 철새들이 찾아와 제 몸을 쉬어간다.
지금까지 낙동강 하구에서 관찰된 새의 종류는 무려 2백6종. 그 대부분은 을숙도에서 관찰된 것들이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을숙도는 철새들이 밀집해 찾아오는 낙원이었다.
불행히도 낙동강 하류 지역의 공해 수질오염과 하구둑 개발 여파로 그 개체수가 크게 줄어들었지만 아직도 이곳은 50여 종이 넘는 철새들의 고향이다.
을숙도는 새들이 서식하기에는 천혜의 환경이다. 우선 먹이감이 풍부하다. 강에는 물고기들이 있고, 을숙도 남쪽 갯벌에는 갯지렁이와 게, 꼬막 등이 널려 있다. 쉴 장소로도 손색없다. 을숙도는 전체가 하나의 갈대밭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갈대가 가득하다. 갈대 사이를 호젓하게 걷노라면 갑자기 날아오르는 새떼들에 놀라게 되는데, 새들에게는 좋은 휴식처이자 피난처가 아닐 수 없다.
을숙도를 찾는 새들은 대부분 물새류다. 청둥오리가 가장 많고 도요새, 물떼새, 가마우지, 백로 등도 흔히 볼 수 있다. 갈대숲에선 이따금씩 개개비와 뜸부기도 볼 수 있다.
▲ 명지갯벌에서 휴식을 취하는 흰물떼새와 고니들. 명지갯벌은 재첩 양식장이 곳곳에 있어 철새들의 먹이감이 충분하다. (아래)몰운대에서 바라본 대대포 전경. | ||
낙동강이 바다와 만나는 을숙도의 갯벌은 사람과 새가 공생하는 공간이다. 썰물이면 수십만 평의 광활한 갯벌이 드러나는데, 이 때가 되면 수천 마리의 새들이 이곳으로 몰려든다. 갯벌에서 새들은 꼬막을 줍는 아낙네들과 어울려 먹이를 찾는다. 사람들도 새를 쫓지 않는다. 사람과 새가 어우러진 을숙도 갯벌 풍경은 평화 그 자체다.
그러나 눈에 보이는 평화로움 이면에는 처절한 생존의 몸부림이 가득할 터이다. 갯벌 바로 옆 갈대밭에서는 수리매가 활공하며 먹이감을 찾고 있다.
새들은 갯벌에서 일하는 아낙의 움직임에는 놀라는 법이 없지만, 그곳을 찾은 외지 탐방객들의 작은 몸짓과 시끄러운 소리에는 흠칫 놀라 공중으로 날아올라 버리기 일쑤다. 그들의 날갯짓을 보면서 사람들은 또한 아름다움을 느끼지만, 이 얼마나 이기적인 발상인가.
을숙도 갈대밭 사잇길은 산책코스로도 그만이다. 갈대숲 속에선 추운 강바람도 잦아들고 그 운치가 그만이다.
을숙도에서 나와 명지갯벌로 길을 향한다. 을숙도에서 명지갯벌까지는 자동차로 15분이면 족하다.
명지갯벌은 을숙도와 버금갈 정도로 드넓은 갯벌이 펼쳐진 곳인데, 고니와 물떼새들이 집단으로 서식한다. 갯벌과 그 앞을 흐르는 낙동강에는 재첩 양식장이 곳곳에 널려 있기 때문에 이곳 역시 새들이 살기에 적합한 것이다.
검은 갯벌에 흰색 고니들이 점점이 박혀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고니들은 추운 겨울바람을 맞으며 선 채로 혹은 앉아서 곤한 낮잠을 잔다. 그 위로 가끔씩 검은머리물떼새가 적막을 깨며 비행을 한다. 검은머리물떼새는 한 방향으로만 나는 법이 없이 지그재그로 나는데, 그 흰 배를 드러내는 순간 마치 빛이 거울에 부서지듯 반짝거려 눈부시다.
명지갯벌에서 더 아래쪽으로 내려가면 가덕도가 나온다. 가덕도는 한반도의 동남단에 자리잡은 섬으로 동으로는 사하구 다대포, 서남북은 거제도 동북바다, 북으로는 송정동과 진해시 용원동에 접한다.
이 섬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등대로 유명하다. 등대 높이가 자그마치 40.5m. 멀리서도 우뚝 솟은 등대가 보인다. 가덕도는 진해 용원선착장에서 외항포행을 타면 닿는다. 포구에서 내려 30여 분 산길을 걸으면 되는데, 동백자생지가 있어 산책하기에도 좋다.
▲ 낙동강 하구. 이곳에서는 무려 2백6종의 새들을 볼 수 있다. (아래)바다만큼 넓은 낙동강 하구에서 물고기를 잡는 통통배들. | ||
길머리를 다시 돌려 낙동강 하구둑을 지나 다대포로 향한다. 방향을 틀 일도 없이 그저 밑으로만 내달리면 육지 끝에 몰운대가 나온다.
몰운대는 태종대, 해운대와 함께 부산의 3대(三臺)로 불리는 명소 중 하나. 울창한 숲과 기암괴석에 둘러싸인 경승지다. 낙동강 하구 최남단에 자리한 몰운대는 원래 몰운도라는 섬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강 상류로부터 오랜 세월 밀려내려온 토사가 섬과 땅 사이에 쌓이고 쌓여 섬을 뭍에 이어버렸다.
몰운대란 지명은 낙동강 하구에 안개와 구름끼는 날 이 일대가 그 속에 잠겨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비롯됐다.
몰운도의 최고 표고는 78m. 그러나 그리 높지 않은 이곳 정상에서 바라보는 다대포의 풍경은 기가 막힐 정도다.
몰운대를 마주보고 아미산이 자리잡고 있다. 낙동강 여행길을 마무리하는 곳으로 손색 없다. 아파트단지를 돌아 난 길로 오르면 아미산 정상. 몰운대 높이와 비슷할 정도로 낮고 또 볼품 없지만 낙동강 하구 조망대로서 훌륭히 역할을 다 하고 있다. 이곳에선 을숙도에서부터 그 아래 작은 모래톱까지 한눈에 다 들어온다. 밀물에 사라졌다가 물이 빠지면 다시 모습을 드러내는 모래톱. 그 물때를 맞춰 철새들도 먹이감을 찾아 날아든다.
여행 Tip
★가는길
경부고속도로-구마고속도로(마산)-김해IC-2번 국도-낙동강 하구둑-을숙도휴게소-갈대밭
★참고 사이트
nakdong.bukgudgtlib.busa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