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돌아오는 뱃길에서 바라본 독도. 단 30분만 입도가 허락된 탓인지 보고 있어도 독도가 그립다. | ||
‘독도를 지키자.’ 젊은이들은 배가 잠시 독도에 접안한 30분 짧은 시간에도 춤사위를 펼치고 풍물, 시 낭송을 한다. 뱃고동 소리와 함께 빨리 승선하라는 선장의 독촉에 아쉬움을 남긴 채 돌아섰다. 배가 섬을 한바퀴 돌아나올제 괭이갈매기들은 배웅이라도 하듯 한참이나 따라온다.
갈매기들의 날개짓이 멀어질 즈음 함께 멀어지는 독도섬. 벌써 그리움이 한가득 가슴에 차오른다. 애절한 그리움이다.
포항여객터미널에서 배에 몸을 싣고 3시간30여 분을 달리자 울릉도. 배에서 내리자마자 찾아간 곳은 저동항 독도관광해운(054-791-8111-2, www.dokdotour.com) 회사다. 서울에서 출발하기 전 독도 입도 신청서(단체는 신청자명단)를 미리 보냈지만 울릉도에 도착했다는 것을 먼저 확인할 일. 신청할 때 일반인이 아닌 학술연구조사 목적이나 행사는 구체적 계획서가 첨부되어야 한다.
신청을 했더라도 기상여건 및 여객선 형편에 따라 입도 불가 또는 일정 변경은 다반사로 일어나므로 이를 감안해야 한다. 독도에 갈 수 있느냐 여부는 하늘에 달린 셈이다.
독도관광해운의 삼봉호(106톤)는 독도섬의 동도 물양장 접안을 목표로 하루 1~2회 출항한다. 삼봉호 승선 인원은 2백10명. 요금은 3만7천5백원이고, 매일 오전 7시30분과 2시에 울릉도 저동에서 출발한다.
▲ 독도를 주제로 한 춤시연 모습(위).독도 표지석 | ||
다음날, 다행히 날씨는 맑다. 오전 7시 배에 오른다. 독도는 울릉도에서 동남쪽 약 90km. 우리나라 동해안에서의 최단거리는 울진군 죽변에서부터 2백17km로, 한국의 섬 가운데 본토에서부터 가장 멀리 떨어진 막내 영토다.
배 안에는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눈에 띈다. 일반인의 독도 입도가 막 허가된 직후라 무거운 카메라 장비를 챙겨든 취재진이거나 ‘독도 지키기’ 캠페인을 준비한 사람들이다. 머리에 끈을 동여맸거나 ‘독도는 우리땅’이라는 노래를 틀어대는 사람들, 나이 지긋한 연장층도 많다. 2시간30분. 아니 그보다 시간은 더 많이 소요된 것 같다. 긴 뱃멀미도 마다하지 않고 그동안 갈 수 없었던 독도에 대한 사랑에 눈빛들이 빛난다.
전날도 배가 독도까지 갔지만 파도 때문에 접안을 못하고 회항했다는 말을 들으며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해야 할지 모른다’고 각오를 한다. 독도는 평소에도 파도가 3∼5m로 높아 접안이 불가능한 날이 많다.
배는 요란한 소리로 물을 가르며 섬을 향해 달린다. 마음 급한 사람들은 차가운 바닷바람도 개의치 않고 갑판에 나와 서 있다.
순간 어디선가 하얀 기선 한 척이 나타나더니 육안으로 보일 만큼 다가선다. 한참이나 신경전을 벌인 뒤에야 순시선은 멀어져 간다. 그 사이에 우리나라 경비정이 호위라도 하듯 시야에 들어온다.
▲ 울릉도에서 2시간50분을 달려 도착한 독도 선착장. 하루에 두 번, 1회에 단 70명만이 입도가 허락된다(위).삼형제 굴바위. | ||
독도는 예상한 것보다 아름답다. 왠지 모를 전율이 온몸을 휘감아 오면서 뜨뜻한 기운이 가슴에 차오른다. 이런 감정이 ‘애국심’일까.
섬에 상륙해서 사진을 찍는 사람은 물론이고 춤사위를 벌이는 춤꾼도 만난다. 하지만 입구만 배회할 수밖에 없다. 안전상 자유롭게 오를 수 있는 곳이 없기 때문이다. 선착장 주변으로는 가운데가 구멍이 난 삼형제 바위를 비룻하여 탕건봉 숫돌바위 얼굴바위 독립문바위 등 사진으로만 보던 기암들이 수면을 장식하고 있다. 파도가 넘실거리며 괭이갈매기가 지천으로 날아든다.
자그마한 바위섬이라 생각했지만 가까이 보니 꽤 높다. 접안 시설인 물량대가 있는 해발 98.6m인 동도. 해발 165.8m의 서도는 아직까지는 여행객의 발길을 허용하지 않는다.
4백60만 년 전 화산폭발로 솟아오른 독도는 울릉도, 제주도보다 먼저 형성된 화산암이다. 주위를 78개의 크고 작은 돌섬과 암초가 둘러싸고 있다. 동도에는 독도경비대가 주둔하고 있고 헬기장과 등대도 있으며 바다제비, 슴새, 괭이갈매기, 흑비둘기 등 60여 종의 조류가 서식하고 있다.
30분이라는 시간은 사진찍기에도 부족하다. 사진 찍느라 정작 파인더에 비친 독도만 보았는지도 모르겠다. 무수하게 많은 괭이갈매기가 관광객들을 지켜보고 있는 듯하다. 그들도 이처럼 많이 찾아온 관광객들이 신기한 모양이다.
독도의 봄은 괭이갈매기의 날개짓으로 시작된다. 2월 하순부터 남쪽에서 돌아온 괭이갈매기들은 동도 기슭의 풀밭 등에 옹기종기 모여들어 짝짓기를 시작한다. 만물이 생동하는 4월이면 독도 온 천지에 갈매기알을 낳는다. 5월 초부터 알들이 부화하면 독도는 새생명의 울음소리와 수천 마리 갈매기들의 집단군무속에 다시 한번 새롭게 탄생한다.
새끼갈매기들이 자유스런 날갯짓을 펼치기 시작하는 초여름이 오면 동해, 삼척항 등에서 출항한 오징어배들의 밝은 집어등들이 독도의 밤을 밝히기 시작할 것이다.
돌아오는 길. 모두들 피곤에 겨운 얼굴이지만 충만감에 차 있는 듯하다. 독도에 다녀온 후 울릉도에서 5박6일의 일정을 채우는 동안 배가 다시 입도했다는 말을 들을 수 없었다.
독도에 가려면
울릉도에서는 하루 2회 접안을 목표로 왕래하는 삼봉호 외에도 쾌속선인 한겨레호(4백45t, 정원 4백45명)가 매일 독도 선회관광을 떠난다. 오후 2시 도동항을 출항해 독도를 선회한 후 오후 5시30분 귀항(토요일은 선플라워호 출항). 대아여행사(02-514-6766)와 테마21투어(02-549-9889)가 독도탐방 상품을 내놓고 있다. 기타 문의는 울릉군청 문화관광과(054-790-6425, 6420, 이메일 dokdo@ulleung.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