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도 수기해수욕장 옆에 자리잡은 드라마 <풀하우스> 별장(위)과 전망 좋은 언덕에 서 있는 <슬픈연가> 유럽식 저택. | ||
그러면 2005년 최고의 연가의 장소는 어딜까. 드라마 <슬픈 연가>, <풀하우스>의 촬영지인 ‘시도와 모도’가 그 주인공이다.
눈부신 여름은 연인들의 바캉스와 로맨스가 연결되는 계절이다. 가족여행 대신 연인과 가보고 싶은 드라마 같은 그 섬, ‘시도’를 찾는 열기도 여름만큼이나 뜨겁다.
인천광역시 북도면에 속한 시도는 영종도 삼목선착장에서 가장 가깝다. 삼목선착장은 인천공항 가는 길을 따라 천천히 가도 서울시청에서 50분 거리. 시도에 가려면 일단 삼목에서 배를 타고 ‘신도’로 가야 한다. 신도는 시도, 모도와 연결돼 있는데 인근 장봉도와 함께 모두 옹진군 북도면에 속한 섬들이다. 그 중 시도는 영종도에서 해상으로 3km, 강화도 남쪽으로 5km, 인천항에서도 북서쪽으로 18km 정도 떨어져 있다.
삼목에서 배를 탄 지 10여 분. 어느새 출발하는가 싶더니 이내 내리라는 신호를 보낸다. 신도는 조용한 가운데 활기를 띠고 있었다. 커다란 ‘관광지도’와 여기저기서 ‘<풀하우스> 촬영지’ 이정표가 멀리서도 눈길을 끈다. 신도선착장에서는 시도, 모도까지 버스가 연결된다.
‘신도-시도-모도’는 마치 군산의 선유도가 장자도, 무녀도를 연륙교로 만나는 것과 비슷하다. 단 선유도는 차를 가져갈 수 없지만, 이곳은 교량의 폭이 넓어 차로도 모두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이 다르다.
신도 선착장 주변으로는 섬에서 보기 힘든 몇 개의 식당들이 줄지어 있고 멀리로는 신도의 명물인 구봉산이 바다를 마주하고 서 있다. 구봉산은 사륜 자동차로 10여 분이면 정상에 도착하는 낮은 산이지만 바다를 아우르는 전망만큼은 최고다. 이른 아침 넉넉히 1시간 정도의 트레킹 코스로 갈 때 가장 좋다.
▲ 모도 감골해변의 ‘배미꾸미’ 조각공원. 바닷가에 펼쳐진 다양하고 에로틱한 조각들이 사람들의 눈길을 잡아끈다. | ||
‘반농반어’를 하며 살아가는 곳이라 섬 내륙으로는 논과 밭으로 여름 농사가 한창이고, 밖으로는 갯벌 농사로 분주하다. 두 편의 ‘연가’(<슬픈연가>와 <풀하우스>)를 촬영한 뒤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지만, 아직 넉넉한 섬 인심이 온전히 남아 있고, 특유의 자연환경이 그대로 보존돼 있다.
현재 약 2백50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 시도는 그 이름에도 특이한 유래가 있다. 지금의 ‘시도’(矢島)라는 지명은 화살섬이라는 뜻으로 일명 ‘살섬’이라고도 불렸다. 이는 고려 말에 최영과 이성계가 이끄는 군대가 강화도 마니산 기슭에서 이 섬을 과녁 삼아 활쏘기 연습을 했던 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시도에서 한눈에 쏙 들어오는 노란 교회가 있는데 그 삼거리에서 우회전하면 드라마 촬영지로 가는 길이다. 차가 없다면 ‘풀하우스’ 이정표가 시작된 지점에서 자전거를 대여하는 것이 좋다. 촬영장까지 걷기엔 조금 먼 길이다.
예쁘게 닦아놓은 자전거 길과 염전을 지나 10여 분. <슬픈연가>와 <풀하우스> 촬영지의 갈림길에 이른다. <풀하우스>의 세트장은 아름다운 수기해수욕장에 풍경화처럼 서 있고, <슬픈 연가>의 촬영지는 오른쪽 언덕 위에 높이 솟은 유럽식 저택이다. 둘 다 드라마 촬영을 위해 김종학 프로덕션에서 옹진군과의 협의를 통해 지은 것들이다. 그냥 세트가 아니라 실제 건축물이라는 것이 다른 드라마 촬영지와 다른 점이다. 전망 좋은 언덕에 위치한 <슬픈연가>의 별장을 살짝 둘러본 후(문은 잠겨 있다), 다시 ‘풀하우스’ 쪽으로 내려가도 된다.
이젠 ‘풀하우스’ 이정표를 따라 언덕 하나를 내려서보자. 그곳이 바다를 품고 있는 수기해수욕장이다. 5백여m의 깨끗한 모래사장이 해변의 유일한 건물인 ‘풀하우스’와 함께 이국적인 풍경을 선사하고 있다. ‘풀하우스’는 극중 한지은(송혜교)과 이영재(비)가 티격태격 사랑을 키워가던 보금자리로 원수연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 제목이기도 하다.
제작비 약 13억원을 들여서 만든 이 세트장의 왼쪽 등대는 가건물이고, 오른쪽으로는 진짜 건물이 들어서 있다. 하얀색 2층 건물에 바다를 향한 테라스와 꽃과 잔디로 가꿔진 아담한 정원, 그리고 바다를 그대로 감싸안은 듯한 주변 풍광까지 말 그대로 한 폭의 그림을 연상케 한다.
더 흥미로운 것은 ‘풀하우스’의 내부. 지금도 ‘영재’와 ‘지은’의 방이 그대로 남아 있고, 거실이나 모든 인테리어가 드라마를 찍을 때와 똑같다. 특히 드라마에서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바다로 긴 창이 나 있는 1층 욕실과 2층의 ‘혜교방’은 전망이 탁월하다.
▲ 송림에 둘러싸인 수기해수욕장. 물이 빠진 갯벌에선 바지락과 굴도 딸 수 있다. | ||
“어제 밤에도 김종학 프로덕션에서 보낸 손님들이 다녀갔죠. 지난 3월부터는 일반인들에게 대여도 하고 있어요. 물론 건물을 통째로 빌리는 거죠. 가격은 좀 비싸지만 밤에는 야경이 말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워요!” 풀하우스를 관리하고 있는 김영수씨의 얘기다.
바로 곁에 있는, 송림으로 둘러싸인 깨끗한 수기해수욕장도 볼거리가 지천이다. 특히 해안가 왼쪽으로는 바위들 위로 나무 정자가 하나 서 있는데 여기서 바라보는 풀하우스의 전경이 또 그만이다.
갯벌에서는 간단한 도구를 이용해 자연산 바지락을 캘 수도 있다. 일하는 아주머니를 따라 돌로 바위에 붙은 굴을 떼어먹기도 한다. 굴의 짭조름하면서도 싱싱한 그 맛은 도시에서는 결코 맛볼 수 없는 것들이다. 시도에서 ‘모도’로 가는 길에는 여름에 피는 노랑 코스모스가 한창이다.
시도와 연륙교 하나를 사이에 둔 모도는 ‘배미꾸미 조각공원’으로 유명한 곳이다. 모도 끝자락 배미꾸미 해변에 위치한 이 공원은 중견 조각가 이일호씨의 이름을 따서 ‘모도와 이일호’라 부르기도 한다. 배미꾸미는 이곳의 원래 지명이었다. 해안선의 모양이 배의 밑바닥처럼 유선형으로 생겼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라고.
흥미로운 것은 바닷가에 펼쳐진 이일호씨의 조각 작품들이다. 그의 작품은 대부분이 ‘성에 대한 인간의 본능’, 혹은 ‘에로티시즘’을 다루고 있어 처음 접하는 사람들의 반응이 매우 다양하다.
이 배미꾸미 역시 좌로는 감골해수욕장, 우로는 멋들어진 기암바위들이 조화로이 서 있다. 발 딛는 곳마다 손가락 크기의 게들이 빠른 걸음으로 지나다닌다.
조각공원은 카페도 겸하고 있다. 작업실이던 기존의 건물에 카페를 냈고 그 옆에 펜션도 지었다. ‘배미꾸미 까페&펜션’은 안에서 밖으로 바라보면 느낌이 또 남다르다. 클래식 선율과 카페 곳곳의 조각 작품들이 여름 오후를 달래준다.
★가는 길: ▶삼목 선착장: 인천국제공항 가는 길에서 영종대교를 건넌 뒤 보면, 오른쪽으로 ‘화물터미널’ 이정표가 나온다. 화물터미널 방향으로 빠져서 직진하면 삼목 네거리가 나오고 우회전하면 바로 선착장이다(아침 7시에서 매시 10분에 신도에 가는 배가 출발. 마지막 배는 신도에서 오후 7시30분). ▶신도-시도-모도: 신도까지는 배를 타고 가고 나머지 섬들은 연륙교로 연결돼 있다. 물론 차도 건너갈 수 있다. 승용차 기준 2만원, 1인 왕복 3천원 세종해운 (032) 884-4155
★숙박 & 식당: 시도에는 음식점이 거의 없고 신도선착장 부근에 몇 집이 있다. 숙박의 경우 펜션 ‘영화 속 풍경’(032-752-4092)이나 그 외 ‘풀하우스’를 관리하는 김영수씨의 ‘미래민박’(032-752-2752) 등 민박집들이 있다. 배미꾸미조각공원 ‘배미꾸미 까페&펜션’(032-752-7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