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인과 함께 김치만들기에 참여한 남성 체험자. 뭐가 그리 즐거운지 싱글벙글이다. | ||
김치파동의 여파는 곧 주부들의 고민으로 이어졌다. ‘올해 김장은 어떻게 해결하지?’ 매년 사 먹던 김치, 이번에는 담가야 할 처지. 그러나 재료준비도 문제거니와 그 동안 손을 놓은지라 장담 못할 맛도 내심 걱정이다.
그런 주부들을 위한 희소식. ‘김치체험’을 통한 김장 해결이 그것이다. 재료준비 등에 품을 팔 필요 없이 몸만 가서 먹을 만큼 담가오는 김치체험. 철저히 검증된 국내산 재료로 식약청이 인정한 위생관리기준시스템 아래서 만들기 때문에 더욱 안심이다.
11월14일 충북 진천 광혜원 소재 동원F&B 김치공장은 김치체험객들로 부산스러웠다. 이날 본격적으로 시작된 김치체험에 참여한 인원은 오전, 오후 시간으로 나누어 각 40명씩 모두 80명. 대부분은 주부들이었지만 간혹 부인과 함께 온 남성 참가자들도 눈에 띄었다.
이 공장에서 올해로 7년째인 김치체험 프로그램. 벌써 몇 해째 왔다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대다수는 김치파동 때문에 처음 참가한 경우. 시장이나 백화점에서 사서 먹다가 언론보도에 화들짝 놀란 이들이다.
체험객들이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아무래도 위생적인 면. 김치체험장으로 들어가는 과정에서 다소 까다로운 절차를 거치면서도 군소리 하나 없다.
▲ 김치 체험객들. 자기 입맛에 맞게 양념을 만들 수 있다. | ||
체험장에는 재료들이 모두 준비돼 있다. 절인 배추와 버무려진 양념, 입맛에 따라 추가할 수 있도록 마련된 배 무 갓 잣 밤 생굴 생새우 등 부가재료도 있다. 멸치액젓, 새우젓 등 일반적인 젓갈 외에 감칠맛을 내는 참치액젓도 준비돼 있다. 이 재료들은 모두 국내산. 최근 사회적으로 문제가 됐던 충란(기생충알) 검사에서부터 중금속, 염도, 색소, 세균 등 식품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HACCP) 검사를 통과한 재료들이다.
“재료가 좋다고 다 맛있는 것은 아니에요. ‘맛있어져라’ 주문을 외면서 김치를 담그세요.”
‘김치박사’로 불리는 김숙희 김치고문은 김치를 맛있게 담그는 비법이라면서 정성껏 담그길 주문한다. 그는 체험객 사이를 돌아다니면서 특히 초보주부, 처음 김치를 담그는 체험객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직접 시범도 보이면서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기도 한다.
“올해 처음 김치를 담가보는데, 사 먹으려니 무섭고 직접 담그려니 엄두가 안 나서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됐어요. 이참에 김치 담그는 법도 손에 익혀야죠.”
▲ 김치를 담그기 전 위생을 위해 에어샤워를 하는 체험객들. 마치 벌 받는 학생들 모습 같다. | ||
김치체험의 매력은 가족들의 입맛에 맞게 양념의 농도를 조절하고 재료도 추가할 수 있다는 것. 직접 만들기 때문에 사서 먹을 때처럼 기성 김치에 억지로 입맛을 맞추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양념은 정도껏 써야 한다. 한 체험객이 김 고문의 레이더에 딱 걸렸다. 20kg어치의 양념을 10kg의 절인 배추에 모두 쓴 것. 부인을 돕기 위해 왔다는 유청수씨(71)는 김 고문에게 야단을 맞으면서도 뭐가 그리 즐거운지 연신 싱글벙글이다. 올해로 4년째 참가한다는 유씨는 ‘배와 굴은 시원한 맛은 내지만, 너무 많이 넣으면 나중에 간이 변해서 오래 두고 먹을 수 없다’는 충고에도 아랑곳없이 “그게 내 입맛이고, 직접 담근 거라서 다 맛있다”며 너스레를 떤다. 그 모습을 보며 부인 또한 “그래도 그 마음이 고맙다”며 금슬을 과시한다.
양념을 조금 많이 넣어서 맵고 짜면 또 어떠랴. 다른 주부들은 그저 부러운 듯 “다음번에는 꼭 남편과 함께 와야겠다”며 한마디씩 한다. 꼬박 이틀은 잡아야 할 김장. ‘중노동’일 수밖에 없는 이 일이 이곳에서는 2시간이면 충분하고, 일이 쉽다보니 즐겁기까지 하다.
김치는 10kg에서부터 30kg까지 가족이 겨우내 먹을 양만큼 담가 갈 수 있다. 다 담근 김치는 원하는 일자에 배송해준다. 1차 배송일은 체험일로부터 3일 후, 2차 배송일은 김치가 알맞게 익은 한 달 후. 그 후에라도 김치를 받아보고 싶다면 회사측과 직접 협의하면 된다.
[체험안내]
★문의: 동원F&B(http:// www.yangban.com) 080-589-3113
★기간: 12월16일까지(매주 월~금요일)
★비용: 10kg-5만5천원, 20kg-10만원, 30kg-14만원(기념품, 식사, 교통, 택배 비용 포함)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