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들이 아빠와 함께 놀이기구를 만드는 모습(위)과 아빠편 아이편으로 나뉘어 축구시합을 하는 모습. 아빠와 자녀들은 놀이를 통해 그동안 소원했던 관계를 회복한다고 한다. | ||
직장에서 쌓인 피로를 잠으로 달랠 황금 같은 주말. 부인의 잔소리에 못 이겨 캠프에 따라 나선 아버지들의 표정은 썩 밝지 않다. 그러나 어쩌랴. 아이의 나쁜 습관을 고치고 모처럼 아빠 노릇 좀 하라는데 내키지 않더라도 꾹 참는 수밖에.
캠프까지 와서도 아빠들은 못마땅한 듯하다. 습관 고치기 캠프라면서 도착하자마자 하는 일이라고는 도자기 만들기, 젓가락총 만들기 등 놀이만 한다. 과연 습관을 고칠 생각은 있는지 의문스럽기까지 한데, 한술 더 떠 캠프의 단장 권오진씨는 축구공을 건네며 자녀와 함께 축구시합을 실시할 예정이란다. 아빠들의 표정을 훑어보더니 대충 분위기를 파악한 권 단장이 드디어 입을 연다.
“이 축구시합은 절대 이기면 안 돼요. 명심해야 합니다. 지거나 잘 해봐야 비 혜다. 칭찬이야말로 최고의 동기부여라는 것이다. 아이들은 실제로 스티커를 받기 위해 달라진 모습을 보였고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했다.
칭찬하기는 나쁜 습관을 고치기 위한 표어 작성에서도 반드시 지켜야 했다. ‘~하지 않기’가 아니라 ‘~하면 좋아요’라는 문구가 먼저 나와야 했다. 가족마다 모두 다섯 장의 표어가 작성됐는데, 이렇게 작성된 표어는 거실이나 아이의 방문 앞에 붙여둔다. 아이가 잘 지키면 아이 앞에서 그 포스터를 찢어버리고, 만약 지키지 않으면 다시 환기시킨다.
습관고치기의 하이라이트는 공동묘지 다녀오기. 아빠와 함께 공동묘지에 가서 주어진 과제를 소화하고 오는 것이다. 공동묘지에는 미리 분장을 한 소복 입은 귀신과 저승사자가 대기했다.
사실 이 캠프는 아이뿐만 아니라 아빠를 위한 캠프이기도 했다. “왜 캠프가 놀이 위주로 진행되는지 궁금하셨죠? 바로 아이와의 친밀감을 회복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야만 아이에게 습관을 고치라고 말할 자격이 생겨요.” 공동묘지 과제 후 아빠들만의 세미나에서 권 단장은 말했다.
그의 말에 아빠들 모두가 고개를 끄덕거린다. 너무 바쁜 직장 생활을 핑계로 삼으며 아이와 함께할 시간이 없었던 아빠들. 아이와 아빠의 거리만큼, 습관을 고치라는 말에도 아이가 이해하고 받아들이기에는 거리가 있었던 것이다.
아빠들은 아이의 장래에 대해 생각을 공유하고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며 새벽까지 소주잔을 기울였다. 특별한 캠프의 특별한 밤은 그렇게 지나갔다.
다음날 아빠들은 아이들에게 먼저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 앞치마를 둘렀고, 새총쏘기, 연날리기, 경비행기탑승까지 즐거운 마음으로 함께 다. 아이의 나쁜 습관을 고치기 위한 ‘좋은 아빠’ 되기의 시작이었다.
[여행 팁]
▲ 아빠와 추억만들기는?
‘아빠와 추억만들기’는 아빠와 자녀가 여행과 놀이를 통해 친밀감을 쌓는 가족답사모임. 궁극적으로는 부모자식 간 서로 교감을 쌓고 자녀의 소질과 재능을 계발, 행복한 가정을 만드는 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 월 2회 이상의 정기여행과 자녀습관클리닉 등을 개최해오고 있다. 이 모임의 단장 권오진 씨는 자녀양육전문가로서 여성가족부 자문위원으로 활동중이다.
▲문의: 아빠와 추억만들기(http://www. swdad.com) 02-575-5569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