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림 같은 우포늪 전경. 우포에서는 주민들이 어로활동을 하기도 한다. 특히 우포와 인접한 목포는 담수량이 많아 고기가 풍부하다. | ||
우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자연내륙습지다. 경상남도 창녕군 대합면 주매리와 이방면 안리, 유어면 대대리, 세진리에 걸쳐 있으며 총 면적이 70만 평에 달한다. 우포는 4개의 늪지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우포늪과 목포늪, 사지포늪, 쪽지벌을 통틀어 우포라 부른다. 이 4개의 늪지 중에서 가장 큰 것이 우포늪이고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되는 것 또한 우포늪이다.
우포는 동트기 전에 가야 그 진짜 모습을 볼 수 있다. 물안개에 휩싸인 우포는 어디가 늪지이고 어디가 숲인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다. 우포 입구 탐방안내소에서 우포까지는 약 500m. 어스름 새벽에 우포로 가는 하얀 콘크리트길이 더욱 도드라져 보인다.
길은 우포에 이르러 두 갈래로 나뉘는데 오른쪽이 대대제방 가는 길이고 왼쪽은 쪽지벌로 이어지는 길이다. 우포의 안개를 제대로 감상하려면 대대제방 쪽으로 먼저 길을 트는 것이 낫다. 10여m 높이로 쌓인 제방 위에서라면 우포의 전경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대대제방에서 바라본 우포는 그야말로 신비의 공간. 또렷해야 할 모든 것들이 안개에 젖어 경계가 허물어졌다. 새벽 6시를 넘기자 제방 오른쪽으로 해가 떠오른다. 잠시 안개가 걷히면서 사위가 말끔해지는가 싶더니 조금 전보다 더한 안개가 시야를 가린다. 안개에 가린 해는 제 색깔을 잃었다. 마치 달처럼 희멀겋게 떠오를 뿐이다. 인간이 살아생전 정면으로 응시할 수 없다는 두 가지 ‘죽음’과 ‘태양’. 그러나 우포에서는 감히 태양을 똑바로 쳐다볼 수 있다. 안개에 가린 태양은 그 힘을 잃은 듯하다.
대대제방은 다시 사지포제방으로 이어진다. 사지포늪은 우포늪 오른쪽 위에 자리하고 있는 조그마한 늪지. 우포의 4분의 1 정도 크기다. 원래는 하나였던 모든 늪이 제방이 쌓이면서 우포와 목포와 사지포로 나뉘었다.
▲ 관룡사 마당에 매화와 진달래가 곱게 피었다(위). 아래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일주문. 관룡사 입구에 돌로 쌓아 만든 이 일주문은 사람 한 명이 겨우 지나다닐 정도다. | ||
사지포제방을 다 건너면 마주치는 곳이 사지마을과 주매마을. 두 마을은 겨우 5분 거리의 이웃동네다. 이런 마을들이 우포 주변으로 10여 개 자리하고 있다. 10여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사는 고만고만한 크기의 마을들. 주민들은 우포와 더불어 살아간다. 우포는 수생곤충들과 새들의 낙원이자 주민들의 생명터다.
우포에는 400여 종이 넘는 식물과 조류, 곤충들이 서식하고 있다. 1980년대 67종만 기록되었던 우포의 조류는 1997년 7월 26일 생태계특별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최근에는 160여 종으로 크게 늘어났다. 겨울에는 시베리아 등 북극 지방에서 날아온 황새와 노랑부리저어새, 고니 등 천연기념물을 관찰할 수 있고 덤으로 가창오리의 화려한 군무도 감상할 수 있다. 요즘 같은 봄에는 번식을 위해 적합한 온도와 풍부한 먹이를 찾아 남쪽에서 날아온 물총새, 쇠물닭, 해오라기, 중대백로, 왜가리 등을 볼 수 있다.
조류들이 많이 늘어난 이유는 수생식물들이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늪 주변을 탐방하다보면 갈대와 부들, 창포, 매자기 등 물가에 자라는 식물들뿐 아니라 마름, 개구리밥, 자라풀 등 물 위에 잎을 내는 식물, 검정말, 통발 등 물 속에 잠겨 사는 여러 식물들을 볼 수 있다. 이 식물들 틈에서 물방개와 소금쟁이, 게아재비 등이 활발하게 움직이고 이 곤충들은 붕어와 메기, 가물치 등의 먹이가 된다. 그리고 이 물고기들은 다시 새들의 먹이가 되는 것이다.
생태계의 꼭짓점에는 역시 사람이 있다. 우포 주변 마을 사람들은 이곳에서 물고기와 우렁이를 잡는다. 지금은 다소 이른 편인데 5월이면 우포에서 거룻배를 타고 고기를 잡는 주민들을 종종 볼 수 있다.
그러나 우포는 지금 ‘위기’에 빠졌다. 수량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우포늪은 현재 그 평균 깊이가 50cm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홍수로 인한 범람이 두려워 제방을 높게 더 높게 쌓아올린 결과다. 목포늪이 가장 깊은 편인데 평균 수심이 150cm 정도다.
▲ 새벽 물안개에 휩싸인 우포.우포는 새들의 천국이다. 늪은 인간 세상과 새들이 사는 세상을 경계 짓고, 먹이 또한 풍부해서 두루미 왜가리 등 새들의 터전이 되었다. | ||
한편 태고적 신비를 간직한 우포 근처에는 여러 개의 고분군락지가 있는데 꼭 한번 들러볼 만하다.
특히 창녕읍 박물관 옆 교동고분군은 경주의 왕릉들을 연상케 하는 무덤들. 이 고분군은 1918년에서 1919년 사이 일본인에 의해 그 일부가 발굴·조사되어 유물의 상당 부분이 일본으로 실려가고 지금은 일부만 국내에 남아 있다. 교동고분군은 제법 높은 곳에 위치해 창녕 읍내를 내려다 보는 전망대로도 좋다.
인근 관룡사도 한번 가보길 권한다. 억새로 유명한 화왕산 아래 관룡사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일주문이 있는 절이다. 겨우 사람이 드나들 수 있을 정도로 작은 문. 아마도 세속의 욕심과 번뇌를 모두 털어내고 오라는 의미일 게다. 이 일주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가면 절 마당에는 매화와 진달래 향기가 그윽하다. 때 맞춰 풍경 소리라도 울리면 봄의 낙원이 따로 없다.
[여행 안내]
★가는 길: 중부내륙고속도로를 타고 창녕IC로 나가면 이정표가 바로 보인다. 이곳에서 우포늪까지는 7km 정도. 10분이면 닿는다. 늪 입구에 우포생태학습원이 있다.
★숙박: 창녕 읍내는 잘 곳이 마땅치 않다. 잠깐 길을 달려 부곡면으로 가면 편안한 잠자리가 많다. 특히 부곡온천에서 여행으로 쌓인 피로를 풀 수 있어서 좋다. ‘부곡 한성 유황온천’(055-536-5131) 일반실 5만 원. ‘가고파모텔’(055-521-0085) 3만 5000원.
★먹거리: 맛집 역시 부곡 쪽이 낫다. 부곡면 사창리에 있는 ‘메주마을’(055-521-0980)은 저렴하게 간장게장을 맛볼 수 있는 곳. 2인 이상 주문해야 가능한데 돌솥밥이 딸려 나온다. 가격은 1만 원. 부곡리에 있는 ’종로흑돼지국밥‘(055-551-8855)도 맛집으로 유명하다. 직접 방목하는 흑돼지로 요리하기 때문에 신선도가 이루 말할 수 없다. 국밥 한 그릇에 3500원. 수육은 4인 기준 1만 2000원.
★문의: 우포생태학습원(www.woopoi.com) 055-532-7856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