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구대암각화를 감상하고 있는 여행객들. | ||
역사시간에 졸지 않았다면 ‘반구대암각화’가 어디 있는지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정작 그곳에 가 본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울주=반구대암각화’라는 공식으로 그 암각화가 있는 곳이 울주라는 사실만 암기하면 끝이었다. 그걸로 우리는 반구대암각화에 대해 다 알고 있다고 착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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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분한 선사시대 바위그림’쯤으로나 머릿속에 각인됐을 반구대암각화는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 대곡리에 자리하고 있다. 이 바위그림은 신석기시대에서 청동기시대에 걸쳐 제작된 것이다. 그 그림 자체로도 훌륭한 유적이지만 ‘반구대’ 지역은 그냥 지나치기에는 아까운 경치를 자랑한다.
대곡마을 입구에서부터 절경은 시작된다. 마을 앞으로 태화강 상류 계곡이 흐르고 건너편은 기암절벽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계곡물은 그저 곧고 유순하게 흐르지 않는다. 이리저리 휘돌아 흐르며 크고 웅장한 그림을 그려낸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반구대다. 계곡이 산자락과 절벽을 깎아내 마치 거북이가 넙죽 엎드린 듯한 모양을 하고 있는데 이러한 지형을 반구대라고 한다. 마을에서부터 암각화가 그려진 곳까지는 600m. 5분이면 닿는다. 가는 도중 공룡발자국화석 발견 지역이 우측에 있지만 발자국 모양을 한눈에 확인하기는 쉽지 않다.
계곡의 수량이 적은 요즘은 반구대암각화를 보기에 딱 좋은 시기다. 계곡 건너편 절벽 면에 새겨진 그림을 최대한 가까이에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림은 높이 3m, 너비 10m의 ‘ㄱ’자 모양으로 꺾인 바위에 있다. 사슴, 물고기, 새, 뱀, 호랑이, 사람얼굴, 고래 등 75종 200여 점의 그림이 새겨져 있다.
반구대에서 나오다보면 한실마을이라는 이정표가 보인다. 1.5㎞ 정도 떨어진 마을로 10여 가구가 모여 사는 오지마을이다. 정해진 길을 벗어나는 것은 여행의 묘미. 한실마을은 한적한 농촌의 정취를 맛보기에 그만인 곳이다. 허름한 초가의 부엌 굴뚝에서 모락모락 연기가 피어오르고 동네 개들은 낯선 길손을 보고도 경계하기보다 반갑게 꼬리를 흔들며 놀자고 덤빈다.
▲ 글자와 무뉘가 새겨져 있는 천전리 각석.(위), 울산의 명찰인 석남사. 비구니들의 도량이라 그런지 정갈한 분위기다. | ||
천전리각석 또한 반구대암각화와 비슷한 시기의 바위그림으로 150여 점의 동물 그림이 새겨져 있다. 바위 크기도 거의 같다. 다만 천전리 암각화는 절벽 면이 아니라 평지 위에 놓인 바위를 이용했다는 것이 다르다. 계곡 건너편에는 공룡발자국화석이 있다. 반구대 가는 길에는 발자국을 찾기가 힘들었지만 이곳에서는 쉽게 관찰된다. 약 1억 년 전 전기 백악기시대에 살았던 중대형 공룡들의 발자국으로 200여 개나 이 일대에 찍혀 있다.
역사기행 중 빠지지 않는 사찰 탐방. 울산에는 문수사와 석남사라는 명찰이 있다. 그중 특히 석남사는 비구니들의 수련도량으로 잘 알려진 곳이다. 824년 도의국사가 호국기도를 위해 창건한 절로 한국전쟁 때 폐허가 되었다가 1959년 복원되면서 비구니 절로 바뀌었다.
석남사는 비구니들만 있는 절답게 정갈하고 여성스럽다. 일주문에서부터 절 마당까지는 1㎞. 걸어서 10분 정도의 거리다. 우거진 숲길을 따라 걷는 기분이 참 상쾌하다. 비록 잎은 거의 떨어져 벌거숭이지만 숲에서 나는 알싸한 향기가 복잡한 머리를 씻긴다.
경내에는 도의국사가 세운 3층석탑과 3층석가사리탑, 도의국사 부도 등 문화재들이 가득하다. 절 마당은 조붓하지만 답답하지 않고 아담하다는 느낌이다. 대웅전 뒤편에 이색적인 물건 하나가 눈에 띈다. 엄나무 구유다. 공양미를 담아 두었던 나무통으로 길이 6m30㎝, 폭 72㎝, 높이 62㎝로 어마어마한 크기다. 원래부터 석남사에 있었던 것은 아니고 약 500년 전 간월사에서 가져온 것이다.
울산에는 언양읍성과 서생포왜성 등이 있어 성곽 여행을 하기에도 좋다. 삼국시대 토성인 언양읍성은 임진왜란 당시 무너진 것을 광해군 때 다시 축성한 것이다. 둘레 1520m의 이 성은 동서남북이 갈고리 모양의 옹성으로 되어 있고 모서리마다 각루를 세웠다. 성 안에는 관아와 동헌, 객사 등이 있었다.
언양읍성이 평지에 지은 성이라면 서생포왜성은 서생리 성내마을 뒷산에 지은 산성이다. 이 성은 임진왜란 당시 일본장수 가토 기요마사의 지휘 아래 쌓은 일본식 성. 200m 높이의 산마루에 본성을 두고 그 아래로 제2성과 제3성을 두었다. 우리나라에 세워진 왜성으로는 가장 큰 규모로 이 성을 짓기 위해 백성 10만 명이 동원됐다. 서생포왜성은 역사의 아픔이 담긴 곳이지만 산책 코스로 그만이다. 또한 울산 앞바다의 멋진 풍광을 조망할 전망대로도 여기만 한 곳이 없다. 왜성 정상부에서 바라보는 진하해수욕장과 명선도 풍경에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 천전리각석 주변은‘한국의 그랜드캐니언’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수려한 협곡지대다. | ||
여행 안내
★길잡이: 경부고속국도 언양IC→경주 방면 35번 국도→반곡리 방면 우회전(천전리각석은 반구대길 좌측으로 난 계곡길 따라 1.4㎞)
★잠자리: 반구대암각화가 있는 대곡리는 ‘팜스테이’마을로 예닐곱 집이 민박을 한다. 집청정(052-264-1651), 화곡댁(052-263-6530), 폭포집(052-264-6193) 등이 있다.
★먹거리: 울산까지 내려와서 고래 맛을 보지 않을 수 없다. 고래박물관이 있는 장생포 지역에 고래고기집들이 많다. 3대째 고래고기 음식을 내놓고 있는 ‘고래고기원조할매집’(052-261-7313)이 유명하다. 수육 3만 원, 육회 2만 5000원.
★문의: 울산광역시청 문화관광포털(http://guide.ulsan.go.kr), 울산종합관광안내소 052-229-6350
김동옥 프리랜서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