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벽녘 오도산 정상에서 바라본 합천 일대 풍경. 산들의 능선이 마치 물결처럼 밀려드는 느낌이다. 아래는 완연한 봄을 느끼게 하는 합천호 조정지댐. | ||
합천에는 두 개의 특별한 풍경이 순차적으로 펼쳐진다. 오도산의 일출과 합천호 조정지댐의 물안개가 그것이다. 사실 오도산은 그다지 유명한 산이 아니다. 합천 하면 가야산과 황매산을 떠올리게 마련이다. 해인사를 품은 가야산과 철쭉이 고운 황매산 말고 또 어떤 산이 합천에 있는지 사람들은 잘 모른다.
오도산은 합천군 봉산면과 묘산면 그리고 거창군 가조면에 걸쳐 있는 산이다. 높이는 1134m로 낮은 편이 아니다. 보통의 산들이 스스로의 아름다움을 뽐내며 유혹하는 데 반해 오도산 자신은 그다지 볼품없다. 기암괴석을 안고 있다거나 계곡이 아름다운 것도 아니고 특별한 식물이 군락을 이루고 있지도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도산을 좋아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사람들은 어둠이 물러날 기미도 보이지 않는 꼭두새벽부터 서둘러 오도산으로 향한다. 오도산은 정상까지 자동차가 올라갈 수 있다. 산 아래에서부터 정상까지는 5㎞ 정도의 거리로 시멘트포장길이다. 산으로 난 길은 구불구불한 게 꼭 뱀이 기어가는 것 같다. 정상에는 한국통신중계소가 세워져 있다. 오도산으로 오르는 도로도 1982년 중계소를 세울 때 닦은 것이다.
20여 분쯤 차를 달려 올라간 정상. 눈앞으로 ‘파도’가 밀려온다. 산들의 능선이 만들어낸 파도다. 오도산 앞으로 병풍처럼 둘러친 백운, 가야, 황매와 같은 산들. 그 산들이 흘린 자락이 첩첩이 쌓여 물결을 이뤘다. 파도의 포말 같은 구름이 있었다면 더욱 완벽했을 풍경. 그러나 아쉽게도 오도산은 다음에 다시 오라고 한다.
▲ 합천의 상징인 해인사 (왼쪽 위). 해인사 장경판전에 보관된 팔만대장경(오른쪽 위). 해인사를 찾은 내방객을 위해 장경판전에 대해 설명하는 승려. 장경판전은 우리나라 국보이자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 ||
오도산 일출의 감흥을 뒤로하고 합천호 조정지댐 방향으로 차를 달린다. 물안개를 보기 위해서다. 오도산에서 조정지댐까지는 40여 분 거리. 부지런히 달린다면 멋진 물안개를 감상할 수 있다.
조정지댐은 합천댐에서 방류된 물을 저류했다가 일정하게 하류로 흘려보내는 역할을 한다. 본 댐으로부터 약 6㎞ 떨어진 곳에 자리한 조정지댐은 합천호에 비해 훨씬 아담하고 주변 풍광도 아름다워 인기가 높다. 특히 아침마다 자욱하게 피어오르는 물안개는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게 할 정도다.
조정지댐은 트레킹을 즐기기에도 참 좋은 곳이다. 댐에서부터 왼쪽 제방을 따라 용주교까지 걸어갈 수 있다. 약 1㎞ 남짓한 길로 강변에는 푸른 잎이 막 돋아나기 시작한 수풀이 울창하게 우거져 있다.
제방을 따라 내려가면 용주교 못 가 왼쪽으로 ‘합천예술촌’이 보인다. 폐교가 된 용주중학교 건물에 들어선 미술작품 전시관이다. 운동장에는 100여 개의 옹기가 열 맞춰 놓여 있다. 그 왼쪽으로 나비생태관과 사슴벌레생태관이 보인다. 학교 건물은 총 2층이다. 1층은 전시관으로 사용되고 2층은 곤충농장으로 쓰인다.
조정지댐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합천예인촌’이란 전시관이 하나 더 있다. 용주초등학교 건물을 이용한 전시공간이다. 예술촌이 주로 외부작가들의 전시공간이라면 예인촌은 현지에 거주하는 작가들이 정기적으로 서예, 전각, 도자작품을 전시하는 곳이다.
조정지댐 근처에는 가볼 만한 곳이 하나 더 있다.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와 <서울 1945> 같은 여러 인기 드라마들의 촬영장소로 이용된 합천영상테마파크다. 신세계백화점과 서울역, 경성 중앙방송국 등 1930~40년대 모습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배경이 인상적인 곳이다.
▲ 조정지댐 앞에 자리한 합천영상테마파크.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와 여러 인기 드라마의 촬영무대가 됐던 곳이다. | ||
장경판전은 매우 과학적인 건물이다. 햇빛의 조사각과 바람의 이동 경로 등을 모두 감안해 남·북 두 건물의 창호 크기와 위치를 조절함으로써 적정 습도와 온도를 유지하고 대장경판이 손상되는 것을 방지하고 있다.
혹시 장경판전에선 매일 오후만 되면 커다란 연꽃이 핀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 장경판전 근처에는 연못이 없는데 무슨 연꽃이냐고 의아할 것이다. 그 연꽃은 실제 연꽃이 아니라 그림자가 만들어내는 연꽃이다. 수다라장 앞 건물 기와에 햇빛이 비치고, 그 기와의 그림자가 수다라장 통로에 연꽃이파리 문양을 만드는 것이다. 이 연꽃은 1년에 단 두 번 완벽한 모양으로 핀다. 밤과 낮의 길이가 똑같은 춘분과 추분이 그 때다. 춘·추분 오후 3시경 약 3분 동안 연꽃은 온전한 모습을 유지한다.
여행 안내
★길잡이: 오도산은 88고속국도 해인사IC로 나와 1084번 지방도를 타고 합천 방면으로 내려온다. 그리고 분기로터리에서 묘산 방면 26번 국도로 갈아탄 후 달리다보면 오도산 이정표가 보인다. 조정지댐은 묘산에서 24번 국도를 타고 합천까지 내려온 후 합천에서 합천댐 방면으로 백리벚꽃길을 타고 달리면 된다.
★잠자리: 잠자리 사정이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니다. 가야산 아래 ‘해인사호텔’(055-933-2000)이 있다. 합천호 하금교 근처에 있는 ‘풍경 좋은 돌담집’(055-931-4900)도 추천할 만하다.
★먹거리: 합천은 한우로도 유명하다. 이곳에서 자체적으로 육성 중인 황토한우의 맛이 참 좋다. 게다가 가격도 저렴하고 양도 푸짐하다. 한우고기는 삼가면에 자리한 ‘삼가한우장터식육식당’(055-933-8947)과 ‘대가식당’(055-933-8249) 등이 유명하다. 삼가면은 진주와 합천, 의령, 산청을 연결하던 교통의 요지로 장이 서는 곳. 무게도 재지 않고 큼직큼직하게 고기를 낸다고 해서 입소문을 탄 지역이다.
★문의: 합천군청 문화관광포털(http://www.hc.go.kr/culture) 055-930-3114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