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의 마지막을 알리는 섶다리마을 메타세쿼이아 길(아래). | ||
영월은 강(江)의 고장이다. 동강, 서강, 남한강, 서만이강, 주천강, 판운강이 젖줄처럼 흐른다. 강은 영월의 전부다. 영월의 갖은 비경은 모두 강에 있고 사람들도 강가에 촌락을 이루며 강에 기대어 산다. 잘 알려지지 않은 판운강도 내로라하는 비경을 자랑하는 강이다. 판운강은 평창군 진부면 계방산에서 발원해 흘러내리는 강으로 평창강이라고도 불린다. 하지만 영월군에 이르러 판운강이라는 이름을 부여받는다.
영월의 판운강이 시작되는 주천면 판운리는 섶다리가 있는 마을이다. 섶다리는 강바닥에 소나무기둥을 일정 간격으로 박고 소나무를 얼기설기 엮은 후 황토를 올려 만드는 다리다. 판운리에서는 매년 가을걷이가 끝나면 섶다리를 설치했다가 이듬해 장마가 오기 전 해체한다.
섶다리는 강이 많은 영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그러나 강마을마다 근대화된 다리가 설치되면서 섶다리는 기억의 한편으로 밀려났다. 사실 판운리에도 콘크리트다리는 있다. 큰길가 마을 ‘밤듸’(밤나무가 많은 곳이라는 뜻)와 강 건너 마을 ‘미다리’(다리가 없는 곳이라는 뜻)를 잇는 콘크리트다리가 있지만 이곳 사람들은 여전히 해마다 2~3일의 수고를 마다 않고 섶다리를 설치하며 추억의 끈을 놓지 않으려 애쓰고 있다.
섶다리를 설치하는 날엔 동네잔치가 벌어진다. 아직도 남은 아궁이를 지펴 밥을 해다 나르고 돼지를 잡아 나눠 먹는다. 섶다리는 길이 약 70m에 폭 1.5m 정도로 다리를 건널 때면 조금씩 흔들거려 두려움이 드는 것도 사실. 하지만 걱정은 기우다. 섶다리는 수십 명이 함께 건너도 무너지지 않을 만큼 튼튼하고 안전하다.
섶다리 마을 풍경 중 놓칠 수 없는 하나는 메타세쿼이아 길이다. 강 건너 미다리마을에는 메타세쿼이아가 늦가을에 불타고 있다.
판운강의 가을을 더 맛보고 싶다면 강변을 따라 드라이브를 해보자. 영월읍으로 가려면 다시 주천으로 나간 후 88번 국도를 타야 하지만 강변 비포장도로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판운강은 흐르고 흘러 서면 옹정리에 이르러 주천강과 합수돼 서강을 이룬다. 판운리에서 주천 방면으로 빠지기 전 왼쪽에 약수터 가는 길이 있는데 여기가 판운강변 드라이브코스의 기점이다.
▲ 곤충표본 3000여 점 등이 전시된 영월 곤충박물관(위), 서강변에 우뚝 솟아 있는 기암 ‘선돌’. 이 주변은 유지태 김지수 주연의 영화 <가을로>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 ||
광전리에서 5분쯤 길을 달리면 영월책박물관 이정표가 나온다. 사실 이 산 깊은 마을에 박물관이 있다는 게 다소 ‘생뚱맞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알고 보면 영월은 강의 고장인 동시에 박물관의 고장이다. 영월에는 책박물관, 곤충박물관, 지리박물관, 전각박물관, 조선민화박물관, 동강사진박물관 등 다양한 종류의 박물관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게다가 김삿갓문학관과 묵산미술관, 국제현대미술관, 별마로천문대 등까지 들러볼 만한 문화시설이 수없이 많다.
광전2리에 자리한 책박물관은 폐교된 여촌분교를 이용한 곳으로 근대와 현대의 책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 전시실은 모두 3개. 1전시실은 아름다운 책, 2전시실은 어린이책, 3전시실은 개화기 조선 관련 서양도서를 전시하고 있다.
책박물관에서 영월읍 방면으로 달리다보면 만나게 되는 곤충박물관도 들러볼 만하다. 이곳도 역시 폐교를 이용한 박물관이다. 문포초교 건물에 들어선 곤충박물관에는 나비, 나방류, 갑충류, 잠자리류, 동강서식 곤충 등 곤충표본 3000여 점과 전문도서 200점이 전시돼 있다.
영월읍내에 있는 동강사진박물관도 빼놓을 수 없다. 국내 최초의 공립사진박물관으로 2005년 7월 개관했다. 지하 1층, 지상 2층 건물로 지하층은 수장고, 지상층은 갤러리로 운영되고 있다. 현재는 ‘동강사람들의 초상전’과 ‘영월그리기전’이 진행되고 있다.
곤충박물관에서 서강을 따라 조금만 가면 선돌이라는 특이한 바위도 만날 수 있다. 높이 70m의 바위가 서강변에 우뚝 서 있는 모습이 무척 이채롭다. 이곳은 유지태, 김지수 주연의 영화 <가을로>의 한 배경이 되기도 했다. 동강사진박물관 옆에는 청령포가 있다.
여행 안내
★길잡이: 영동고속국도 만종분기점→중앙고속국도 신림나들목→88번 국도→주천사거리 직진→82번 국도→판운섶다리(판운강)
★먹거리: 한우구이는 최근 주천면 최고 명물로 떠올랐지만 예전부터 주천면은 꺼먹돼지로 유명했다. 꺼먹돼지는 지방이 적고 고기가 담백하다. 예닐곱 개의 꺼먹돼지전문점이 있는데 그중 영월 쪽으로 빠지는 88번 국도변 풍류관(033-372-8851)을 추천한다. 식당이 넓고 깨끗하다. 곤드레나물밥도 맛있게 한다.
★잠자리: 잠자리 걱정은 하지 않아도 좋다. 섶다리마을에 보보스캇(http://www.boboscot.com 033-375-1011), 돌거울펜션(http://www.stonemirror.co.kr 033-374-1671) 등 예쁜 펜션들이 많다. 판운강변로를 따라 가다보면 나오는 엘솔펜션(http://www.elsol.co.kr 033-374-1112)은 숨어 있는 보석 같은 펜션이다. 모든 객실이 강물을 조망할 수 있도록 배치돼 있고 특히 새벽이면 강가에 피어오르는 물안개가 멋있다.
★문의: 영월군청 문화관광포털(www.ywtour.go.kr) 033-370-2531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