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수 부산시장과 더불어민주당 오거돈 부산시장 예비후보.
[부산=일요신문] 하용성 기자 = 부산시장 선거구도가 ‘서병수 대 오거돈’으로 정립되자, 시민들 사이에서 ‘3전4기’라는 단어가 널리 회자되고 있다.
단순하게는 더불어민주당 오거돈 예비후보가 시장도전에 나서는 횟수가 여러 차례라는 사실에서 비롯됐지만, 서병수 시장이 이를 두고 비판하고 나서면서 ‘3전4기’란 단어는 더욱 굵직한 활자체로 새겨지고 있다.
특히 시민들 사이에서는 정치인을 떠나 한 인간의 신념에 찬 도전을 두고 무작정 비난하고 나서는 것은 옳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3전4기’란 주지하다시피 ‘세 번의 실패를 딛고 일어서서 네 번째엔 성공을 이룬다’는 뜻을 지닌 사자성어다.
네이버 검색 Q&A는 이를 풀이하는 뜻으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세’라고 소개하고 있다.
3전4기의 신화의 주인공에는 누가 뭐라고 해도 권투선수 홍수환 전 세계챔피언을 꼽을 수 있다.
정치인 중에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3전4기의 도전 끝에 처음 국회의원이 됐고, 노무현 전 대통령도 3전4기로 사시에 합격했다.
‘시련이 깊어야 그 열매도 더욱 영글어진다’라는 단순하고 명료한 진리를 깨우치듯, 불퇴전의 용기와 불굴의 신념으로 시련을 극복했다.
그런 가운데 최근 서병수 시장은 시장선거에 다시 나서는 오거돈 후보를 두고 “네 번이나 출마한다”며 비난했다.
하지만 오거돈 예비후보의 3전4기 도전이 결코 흠결이 아니라는 게 중론이다.
오거돈 예비후보는 2004년 지금의 민주당의 전신 격인 열린우리당 후보로 처음 부산시장에 도전했다.
당시 그는 부산이라는 열악한 상황에서 열린우리당을 선택했다. 부산의 정치지형이 더욱 악화된 2006년에도 그는 피하지 않고 다시 민주당의 깃발을 들었다.
오거돈 후보는 두 번의 패배 이후 2014년 무소속으로 다시 나섰다. 상황이 부득이해서 무소속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지만, 당시 그는 엄연한 야권의 단일후보였다.
‘보수의 텃밭 부산’이라는 열악한 정치 환경에서 시련과 역경에 정면으로 맞서며 한 길을 걸어온 것이다.
그의 ‘세 번의 실패’를 빛나는 훈장으로, ‘네 번의 도전’을 불굴의 용기로 봐도 무방하다는 얘기가 나오는 대목이다.
오거돈 예비후보의 힘든 도전은 경쟁자인 서병수 시장이 그동안 편안한 길, 이른바 ‘꽃길’을 걸어온 것과도 사뭇 대비된다.
서병수 시장은 2000년 해운대구 구청장 재보궐선거에 당선되면서 정치인생을 시작했다.
이후 2002년 구청장 재임 중 치르게 된 해운대구의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구청장직을 버리고 출마해 또 당선됐다.
‘한나라당 공천=당선’이란 공식이 통용되던 부산의 특수한 정치 지형에서 두 번의 보궐로 무난히 여의도 입성한 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후광 등에 힘입어 해운대에서 내리 4선을 하며 평탄한 정치인생을 누려왔다.
특히 서 시장은 2014년 6월 부산시장 선거에서 오거돈 후보에게 턱밑까지 추격당하자 이른바 ‘박근혜 마케팅’으로 힘겹게 당선됐다.
그런 서병수 시장이 오거돈 후보의 네 번째 시장도전을 비판하자, 오 후보 캠프 내부에서 서 시장을 향한 공격의 목소리가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조용우 기장군지역위원장은 “서병수 시장의 정치인생 어디에도 부산에 대한 치열함이나 진정성을 찾아보기는 힘들었다. 그런 그가 오거돈 후보를 4수생이라고 비웃으며 흉 볼 자격이 있는가. 마치 제 눈의 들보는 안보고 남 눈의 티끌만 보는 격”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어 그는 “서병수 시장은 부산판 박근혜라 불리며 지방자치제 이후 역대 최악이자 무능한 민선 부산시장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부산 추락의 일등공신으로 지목되고 있다”며 “특히 가덕도 신공항 유치를 추진하며 실패 시 시장직을 사퇴하겠다고 공언했음에도 또다시 부산시장에 나섰다”고 서 시장을 비판했다.
조 위원장은 “서 시장은 더 이상 시민 우롱, 시민 기만의 정치에 무임승차할 것이 아니라 어쩌다가 부산시가 전국 시도지사 긍정평가 꼴찌의 지경에까지 이르게 됐는지를 통렬히 성찰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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