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티베트가 어떤 나라이기에 소용돌이의 한가운데 있는 걸까. 티베트에 대해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는 곳이 서울 삼청동에 있다. 허름하지만 티베트 역사와 문화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티베트박물관이 그곳이다.
티베트는 중국 서쪽 서장자치구 내에 자리하고 있다. 원·명·청 시대를 거치면서 중국 복속과 독립을 거듭하던 티베트는 1949년 중국공산당에 의해 무력 병합되었다. 티베트 사람들은 ‘라마교’라고 하는 토착불교를 믿고 있는데 이들의 종교지도자이자 정신적 지주인 달라이라마는 1959년 티베트를 빠져나와 인도에서 망명정부를 이끌고 있다. 1989년 민중봉기 이후 숨죽이며 살았던 티베트인들은 이번 올림픽을 기화로 다시 대규모 독립시위를 벌이고 있다.
티베트박물관은 이런 티베트의 종교와 문화의 단면을 생생히 들여다볼 수 있는 곳이다. 지난 2000년 설립된 이 박물관은 모두 4개의 전시실로 이루어져 있다. 1전시실은 종교, 2전시실은 문화, 3전시실은 복식 관련 유물을 전시한다. 특별전시실에는 동양의 총포가 전시돼 있다.
티베트 토착불교 유물을 전시한 1전시실에서는 부처의 얼굴을 금동, 청동으로 만든 불두상과 힌두교에서 유래한 각종 신상 조각품들이 눈길을 끈다. ‘마니차’라고 불리는 도구도 보인다. 우리나라의 윤장대와 같은 것이다. 불교 경전을 넣은 원통으로 한 번 돌리면 경전을 한 번 읽는 것과 같다.
티베트의 문화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는 2전시실에는 의식용 가면, 차 제조통, 티베트 불교 기본 악기인 법호, 라마 나팔, 말에 얹었던 안장과 마구 등이 전시돼 있다. 짙은 갈색의 바가지도 보이는데 설명을 보면 섬뜩하다. 퇴방이라고 부르는 것으로 밀교 의식에 사용하는 인골바가지다. 자신의 죽음과 무상에 대해 묵상하고 정진한다는 의미의 도구라고 한다.
3전시실에는 각종 의복을 전시하고 있다. 티베트인들은 털로 만든 옷이라는 뜻의 ‘추바푸르’나 양과 야크 등 가축의 가죽으로 만든 옷을 입는다. 종교의식을 치를 때 입는 법의는 화려하지만 생활복은 별 문양이 없고 수수하다.
티베트박물관의 다소 아쉬운 점은 예술작품들을 많이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망은 이르다. 티베트 미술품 2500여 점을 소장한 평창동 화정박물관으로 걸음을 옮기면 된다. 이곳에서 ‘탕카(티베트 불교 그림)의 예술’ 특별전을 연다. 전시는 이번 주부터 시작해 10월 26일까지 계속된다.
★길잡이: 서울 지하철 3호선 안국역 1번, 경복궁역 5번 출구로 나온 후 삼청동 방면으로 올라가다가 국제갤러리 지나 삼청파출소 끼고 오른쪽 골목으로 100여m 직진.
★문의: 티베트박물관(http://www.tibet museum.co.kr) 02-735-8149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