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양의 고수동굴은 1.7km의 석회동굴로 기묘한 종유석과 석순이 눈에 띄며 높이가 14.5m에 달하는 동양 최대의 석순도 있다. 작은 사진은 환선굴. | ||
강원도 삼척은 세계적인 동굴도시다. 삼척에는 수억 년의 시간을 건너온 50여 개의 동굴들이 널려 있다. 특히 대이리는 삼척에서도 최대의 동굴지대. 대이리 일대는 천연기념물 제178호로 지정될 만큼 소중한 동굴들이 많다.
도계읍에서 북서쪽으로 약 12㎞ 떨어진 두타산과 덕항산 부근으로 가면 대이리동굴지대가 나온다. 이곳에는 환선굴, 대금굴, 관음굴, 사다리바위굴, 덕밭세굴, 양터목세굴, 큰재세굴 등 7개의 동굴이 있다. 이 동굴들은 석회동굴로 동굴생성물이 다양하게 발달해 있고, 동굴생태계 보존 상태도 무척 양호하다.
대이리 동굴들 중에서도 크고 화려한 것으로는 대금굴과 환선굴이 으뜸이다. 대금굴이 2007년 여름 본격 개방하기 전까지는 환선굴을 첫째로 꼽았으나 이제 그 순위는 바뀐 양상이다.
대금굴과 환선굴은 서로 이웃하고 있다. 대이리동굴지대 매표소를 지나 왼쪽으로 산길을 돌아가면 대금굴이 나오고 직진하면 환선굴이다. 우선 대금굴부터 들여다보자. 대금굴은 모노레일을 타고 굴 내부 140m까지 들어간다. 물론 그 이후는 걸어서 둘러본다. 대금굴 자체가 덕항산 중턱의 아찔한 벼랑에 있기 때문에 모노레일만 접근을 허용한다. 7~8분 정도 모노레일을 타고 가면 굴 내부 동굴광장에 닿는다.
대금굴은 대략 5억 3000만 년의 역사를 지닌 석회동굴로서 현재도 동굴의 생성이 진행 중이다. 대금굴의 길이는 총 1610m. 그중 개방구간은 793m다.
동굴 내부를 둘러보는 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1시간 남짓. 대금굴에 발을 들이면 우선 그 놀라운 경관에 입을 다물지 못 한다. 모노레일에서 내리자마자 높이 8m의 비룡폭포에서 쉴 새 없이 물이 쏟아져 내리고, 그 폭포에서 흘러내린 물이 마치 계곡처럼 동굴바닥을 굽이치며 흐른다.
폭포지역에서 조금 더 들어가자 이번에는 기기묘묘한 종유석들이 눈길을 잡아챈다. 동굴 천정에서 미량의 석회성분을 포함한 물이 떨어져 내리며 종유석과 석순을 키우고, 거대한 기둥을 잉태했다. 만물상광장을 지나면서 때로 종유석은 사나운 사자가 입을 벌린 듯, 뾰족한 이빨을 위아래로 드러낸 채 쳐다보는 이의 간담을 서늘하게 한다. 자꾸만 손으로 양 팔뚝을 비비게 되는 것은 그런 기분 탓만은 아니다. 동굴 속으로 들어갈수록 기온이 내려가는데, 짧은 팔 티셔츠로는 감당하지 못 할 정도다. 동굴 내부는 평균기온이 14℃. 이 불볕더위에 어느 곳이 이보다 더 시원하랴.
탐방이 가능한 대금굴의 마지막 지점은 호수지역. 지름이 30m와 60m의 거대한 동굴호수들이 놓여 있다. 불빛이 맑은 그 물을 다 투과하지 못할 만큼 호수는 깊다. 약 8~9m에 이른다.
▲ (맨 위)대금굴은 모노레일을 타고 동굴 내부 140m 지점까지 들어가는 이색적인 체험을 즐길 수 있다. (두번째 사진)삼척 대금굴 모노레일.(세번째 사진)탐방재미 물씬-고씨굴.(마지막 사진)골라 먹는 맛-단양동굴. | ||
대금굴 관람을 한 후에는 환선굴까지 둘러보도록 하자. 성수기가 끝나는 8월15일 이후에는 대금굴 관람티켓을 가지고 있으면 환선굴까지 무료로 다녀올 수 있다. 환선굴까지는 걸어서 20여 분 걸린다. 현재 환선굴도 모노레일 설치 공사가 진행 중이다. 올 겨울부터는 대금굴처럼 환선굴도 모노레일을 타고 다녀올 수 있다.
대금굴과 생성연대가 비슷한 환선굴은 석회암 동굴로 남한에서 가장 크고 복잡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 총길이가 무려 6.5㎞. 그러나 그중 1.6㎞ 구간만 개방하고 있다. 관람에 1시간 30분 정도가 걸린다.
동굴 속으로 들어서면 미인상, 거북이 등 다양한 모양의 종유석과 석순 따위가 보인다. 이외에도 환선굴에는 2개의 광장과 6개의 폭포, 10여 개의 동굴호수가 있다. 규모면에서는 대금굴보다 훨씬 크지만, 아기자기한 면이나 보존 상태는 그에 조금 미치지 못 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실망할 수준은 절대 아니니 걱정을 붙들어 매시길.
한편, 대금굴은 인터넷
(http://samcheok.mainticket.co.kr)으로 예약을 해야만 한다. 환선굴은 현장 입장이 가능하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대금굴 예매가 하늘의 별따기라는 것이다. 동굴 보호를 위해 하루 입장객을 철저히 통제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금굴은 매월 초면 그 달치 예매가 대부분 완료된다. 그렇다면 이제 와서 방법이 없는 것일까. 물론 있다. 삼척시티투어버스를 이용하는 것이다. 매월 둘째, 넷째 주말(토·일)에 죽서루에서 출발하는 시티투어버스의 코스에 대금굴이 포함되어 있다. 40명 선착순이다. 시티투어버스 문의는
033-570-3846로 하면 된다.
세계적 동굴지대인 삼척은 멋진 동굴만큼이나 아름다운 자연을 가지고 있는데, 여행 중에 들러보면 좋을 곳으로 소나무가 좋은 준경묘와 영경묘, 고즈넉하기까지 한 부남해수욕장 등이 있다. 이들 장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숲과 바다로 사람들과 부대낌 없이 조용히 휴식을 취할 수 있다.
동굴이 삼척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곳에 목을 맬 필요는 없다. 영월과 단양은 강원과 충청으로 도(道)를 달리하지만 서로 어깨를 맞대고 있는 지역. 영월과 단양은 함께 벨트로 묶어 동굴투어를 떠나기에 좋다.
탐방재미 물씬 고씨굴
먼저 영월에는 고씨굴이 있다. 영월읍 동남쪽 하동면 진별리에 자리한 이 동굴은 약 4억 년 전에 생성된 석회동굴이다. 총길이 6.3㎞, 주굴(主窟)의 길이가 1.8㎞에 이르는 우리나라의 대표적 동굴의 하나로 1969년 6월 4일 천연기념물 제219호로 지정됐다.
굴은 초입에 넓다가 점점 좁아지고 또한 낮아진다. 어떤 곳은 쪼그리고 앉아서 통과해야 하는 곳도 있다. 입구에서 안전모를 주는 이유가 여기 있다. 한껏 멋 부린 머리스타일이 망가질까봐 안전모를 쓰지 않았다가는 머리에 10개는 혹을 달고 나올 각오를 해야 한다. 종유석과 석순, 석회화단구 등이 눈을 즐겁게 하고, 천정이 높고 폭이 좁은 굴 중심부는 마치 협곡을 걷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한다.
골라 먹는 맛 단양동굴
단양에는 온달동굴, 고수동굴, 천동동굴 등이 있다. 영월 고씨굴에서 남한강을 따라 595번 지방도를 타고 30분쯤 달리면 단양 온달동굴에 닿는다. 4억 5000만 년 전 생성된 동굴로 길이가 약 0.8㎞ 정도 된다. 석회암 동굴로 아기자기한 석순이 많다.
단양읍 천동리에 자리한 천동동굴도 규모가 그다지 큰 편이 아니다. 길이가 약 0.47㎞인 석회동굴로 생성연대는 온달동굴과 비슷하다. 동굴생성물의 규모가 큰 편이 아니지만, 북극고드름이라 이름 붙은 석순이 장관이다. 고수동굴은 셋 중 가장 규모가 크다. 길이 1.7㎞의 석회동굴로 생성연대는 두 동굴과 같다. 독수리바위와 미녀승무바위, 창현궁, 만물상 등의 기묘한 종유석과 석순이 눈에 띈다. 높이가 14.5m에 달하는 동양최대의 석순도 있다.
▲길잡이: 영동고속국도 강릉분기점→동해고속국도 동해IC→7번 국도→42번 국도(삼척 방면)→38번 국도(태백 방면)→신기리에서 대이리 방면 우회전→대이리굴피집(환선굴, 대금굴)
▲먹거리: 더위에 지친 속을 달래려거든 막국수가 어떨까. 삼척 사람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추천하는 부일막국수(033-572-1277)라면 후회가 없다. 38번 국도를 따라 대금굴 방면으로 내려가다가 424번 지방도로 갈아타고 죽서루 쪽으로 길을 틀어 5분쯤 달리면 나온다. 메밀과 전분을 반반씩 섞은 면발이 쫄깃하고, 멸치 육수가 시원하다. 수육도 막국수만큼 일품이다.
▲문의:
삼척시청(http://samcheok.mainticket.co.kr) 관광정책과 033-570-3846
대금굴(http://samcheok.mainticket.co.kr)관리소 033-541-9266
단양군청(http://tour.dy21.net) 관광안내소 043-422-1146
영월군청(http://www.yw.go.kr) 문화관광과 033-370-2294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