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계방향으로)1_공작산 생태숲 주변의 계곡은 물놀이를 하기에 더 없이 좋다. 2_ 오솔길처럼 조붓하면서도 정감 있는 공작산 생태숲 산책로. 3_ 수타사 요사채에 피어난 꽃. 4_보물 제 11-3호로 지정된 수타사 동종. 보살입상과 연꽃의 모양이 화려하다. 5_ 강원도 문화재자 | ||
공작산 생태숲은 가는 길부터가 일품이다. 444번 지방도가 소구니강변을 따라 흐르는데 이 길에서 벗어나 수타사 쪽으로 접어들면 수타사계곡이 길동무가 된다. 수타사계곡 들머리의 논에는 푸릇한 벼들이 가득하고, 가끔씩 제법 유명한 홍천인삼밭이 보인다. 왜가리떼가 벼밭과 인삼밭을 오가며 평화롭게 노닌다.
수타사계곡 길을 따라 조금 들어가면 왼쪽으로 큰 목조건물이 보인다. 공작산 생태숲교육관이다. 공작산 생태숲은 지난 2006월 12월 조성사업이 시작돼 지난해 12월 보완사업이 완료됐고, 지난 6월 생태숲교육관이 준공되면서 대강의 모습을 갖추었다.
생태숲교육관에는 숲해설가가 상주하며 일반적인 숲의 기능과 공작산 숲의 생태에 대해 설명해준다. 단체예약관람객의 경우 숲해설가가 동행을 하며 갖은 꽃과 나무·곤충·동물 등에 대해 몰랐던 사실을 가르쳐주기도 한다. 굳이 해설가와 동행을 하지 않더라도 교육관은 반드시 들러볼 필요가 있다. 교육관을 한번 둘러보면 숲이 지구환경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확실히 느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와 함께라면 더욱 이곳을 빼놓을 수 없다.
계곡과 벗하는 생태숲길
교육관을 지나면 길은 두 갈래다. 수타사 쪽으로 쭉 뻗은 길과 계곡을 건너는 길. 후자를 택한다. 그 길에 생태숲길이 있기 때문이다. 콧구멍다리를 지나면 오른쪽으로 생태숲길이 나 있다. 그런데 이 길을 이용하는 사람이 좀체 없다. 존재를 몰라서다. 대부분 수타사 쪽으로 그냥 자동차를 끌고 이동하기 때문에 이 길이 여기 있다는 사실을 잘 알지 못 한다.
어쨌든 이 숲길은 계곡과 함께 흐른다. 왼쪽으로 숲이 우거져 있고, 오른쪽으로 계곡이 있다. 계곡과 길 사이에는 안전을 위해 목책을 세워놓았다. 길은 조붓하다. 딱 한 사람이 지나갈 만한 길이다. 소나무와 참나무를 비롯해 다양한 나무들이 어우러져 있다. 가을이 코앞이지만 아직 더위는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 하지만 이 숲길은 예외다. 마치 에어컨을 튼 것처럼 시원한 바람이 터널 같은 숲길을 타고 다닌다.
숲길은 600m가량 이어져 있다. 길이 끝나면 세 개의 갈림길이 나타난다. 좌측이 옥수암 가는 길, 정면은 용담으로 향하는 길, 우측이 수타사 가는 길이다. 일단 옥수암으로 향한다. 옥수암까지는 멀지 않다. 갈림길에서 300m쯤 떨어져 있다. 다소 경사가 있는 숲길이지만 힘든 편은 아니다. 가는 길에 수타사 삼층석탑을 만나게 된다. 강원도 유형문화재자료 제11호로 지정된 석탑이다. 탑 자체는 높이 1.5m 정도로 볼품없다. 고려 후기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되는데, 특이한 것은 탑 주변을 집 울타리처럼 돌담이 두르고 있다는 것이다. 대문처럼 드나드는 통로도 마련돼 있다.
삼층석탑을 지나 조금 더 올라가자 옥수암이 나온다. 원효대사가 수도했던 곳이라고 전해지는 작은 암자다. 주변엔 숲이 마치 밀림처럼 우거져 있다. 버려진 암자를 지난해부터 한 승려가 고쳐 기거하고 있다. 이곳 위로 공작산 등산로가 나 있다. 15분쯤 오르면 능선에 닿고 그곳에 전망대가 있다.
옥수암에서 내려와 용담에 잠깐 들른다. 200m쯤 걸어가면 된다. 용담은 계곡의 깊은 웅덩이로, 수타사의 이름과 관련된 전설이 서려 있다. 원래 수타사(壽陀寺)는 수타사(水墮寺)였다. 그런데 해마다 승려들이 이 용담에 빠져죽으면서, 목숨 ‘수’(壽)자를 넣어 절 이름을 바꿨다고 한다.
▲ (큰사진)수타사 전경.(작은 사진)생태 숲 수생식물원. | ||
용담을 돌아 나와 수타사로 향한다. 수타사는 신라 성덕왕 7년(708년) 창건한 것을 조선 선조 2년(1569년)에 중창한 절이다. 임진왜란 때 소실되었고 그 후 여러 차례 중수한 끝에 현재에 이르렀다. 이 절은 지난 1970년대 대대적인 복원공사를 하면서 한글로 지은 최초의 불경인 ‘월인석보’가 발견되어 세상을 놀라게 했다. 대웅전 격인 대적광전 용마루에 얹어진 청기와 두 장으로도 유명하다. 흐린 날에는 눈에 잘 안 띄다가도 햇빛이 비치면 다른 거무스름한 기왓장 속에서 반짝 빛난다. 대적광전은 강원도 유형문화재자료 제17호다.
수타사 경내에는 강원도 유형문화재자료 제121호로 지정된 소조사천왕상을 비롯해 보물 제11-3호 동종 등의 유물이 있다. 동종은 보살과 연꽃의 문양이 또렷하고 화려해 눈길을 끈다.
수타사를 둘러보고 나면 다시 숲길로 접어들 차례다. 수타사 오른쪽으로 수생식물원이 있고 그 건너에 숲길이 있다. 수생식물원에는 연꽃이 가득하다. 숲길은 교육관에서부터 시작된 초입의 길보다 더 길다. 군데군데 쉴 수 있는 평상이 놓여 있다. 숲길 앞에는 식물원이 조성돼 있다. 각종 나무와 꽃이 심어져 있고 팔각정을 비롯해 쉼터가 여기저기 설치돼 있다. 다만 조성된 지 얼마 되지 않은 곳이라 나무들의 키가 낮다. 풍성한 그늘을 드리우려면 5년 가까이 기다려야 할 것 같다. 그러나 조화롭게 배치된 식물군과 쉼터 덕으로 가볍게 산책을 하기에는 전혀 부족함이 없다. 게다가 나무그늘이야 바로 옆에 난 숲길로 들어가면 그만이니 걱정이 없다.
생태숲을 다 돌아보고 나가는 길. 처음에 지나왔던 숲길 건너편 차도를 통해 간다. 이유가 있다. 홍우당부도를 보기 위해서다. 이곳에 강원도 문화재자료 제15호로 지정된 부도군이 있다. 홍우당은 광해군 때인 1611년 태어나 숙종 시절인 1689년 입적한 승려로 그의 다비식 때 네모난 사리와 둥근 은색 사리 두 알이 나와 이를 봉안한 것이 홍우당부도다.
부도군 앞에는 요상한 나무 한 그루가 유명세를 탔다. 족히 100년은 넘었음직한 수령의 소나무다. 아름드리에 가까운 이 소나무는 뽕나무를 제 몸에 품고 있다. 무슨 말인가 하면 새가 뽕나무 씨앗을 물고 와 소나무 몸통에 흘렸는데, 이것이 뿌리를 내려 소나무와 공생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이보다 더 신기한 나무도 있다고 한다. 숲해설가가 말하길 옥수암 인근에 아카시나무와 뽕나무가 서로 붙어살고 있는 것이 있다고 한다. 알다가도 모를 신비한 자연의 세계다.
▲길잡이: 서울춘천간고속도로 홍천IC→44번 국도→홍천→444번 지방도→공작산생태숲(수타사)
▲먹거리: 수타계곡 입구 덕치리에 산수가든(433-2438)이라는 염소요리전문점이 있다. 염소탕·염소전골을 잘 한다. 인근에 매운탕을 잘 하는 느티나무집(033-433-6292)이 있다.
▲잠자리: 수타사계곡에서 야영을 할 수 있다. 생태숲 전방 3㎞ 지점에 덕치리 수타사벚꽃마을이라고 있다. 민박을 놓는 마을이다. 산수민박(033-436-2438), 수타계곡돌집민박(033-436-4641) 등이 있다.
▲문의: 공작산생태숲(http://www.ecogongjaksan.kr) 033-436-1585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