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선거사무소를 연 김성진 예비후보는 ‘협치의 모범적 사례’로 주목을 받고 있다. 그의 이름 앞에는 어느새 범보수 단일후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하지만 그가 이 같은 수식어를 갖기까지의 과정은 결코 순탄치가 않았다.
선거일이 40일가량 남은 가운데, 김성진 예비후보가 범보수 단일후보로 확정되기까지의 험난한 과정을 다시 되돌아봤다.
김성진 부산시교육감 예비후보의 선거사무소 개소식 모습.
#보수진영 후보 단일화 논의 본격화
지난 11월경 진보진영 교육감에 맞설 보수진영 후보가 4∼5명 정도 물망에 오르자 단일화 논의가 본격화됐다.
당시 후보군으로는 하윤수 한국교총회장이 보수진영 유력 인물로 거론됐고, 김성진 부산대 교수, 임혜경 전 부산교육감, 박종필 부산교총회장 등이 선거판에 등장했다.
김성진 후보는 지난해 10월경 출마를 고심하다 11월 모 언론사를 통해 출마의사를 밝혔다.
보수진영은 지난 2014년 지방선거 당시 후보가 난립해 서로 각축하며 사분오열한 결과 참패했다.
보수단일화 실패로 보수성향 후보가 난립하면서 6명의 후보자에게 65%가 넘는 표가 분산되며 진보성향의 김석준 현 교육감에게 승리를 안겨줬다.
당시를 기억하는 보수후보들은 이번에는 뼈아픈 기억이 데자뷰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뭉치기로 약속했다.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연설을 하고 있는 김성진 후보.
#단일화 합의 전격 이뤄
지난 1월 말 박 총장은 다른 후보들과 이견을 내세우며 단일화 대오에서 이탈했다. 이후 남은 3명의 후보는 1월 31일 단일화 결과에 승복한다는 내용과 함께 단일화에 서명했다.
3월 15일까지 여론조사를 통해 상위 2명을 선정하고 3월 말까지 단일후보를 선출하는 컷오프(탈락제)방식에 합의하며 단일화에 속도를 붙였다.
그런 가운데 김성진 부산대교수는 2월 7일 황우석 박사와 정계, 학계 귀빈 등 시민 8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책 제목과 동일한 ‘풀빵 굽던 김성진, 희망교육을 달구다’란 주제로 출판기념회를 성황리에 개최했다.
특히 이날 학교바로세우기 조금세 회장은 김 교수를 향해 “고난을 극복한 신데렐라맨이고, 인간 승리자이며, 박학다식하고 행동하는 지성인”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석조 전 부산시의장은 “김성진 전 부산대 인문대학장은 의리의 사나이”라며 치켜세웠다.
김성진 부산시교육감 예비후보의 선거사무소 개소식 장면.
#예비후보 등록하고 본격 선거전 돌입
김성진 후보는 예비후보 등록 첫 날인 지난 2월 13일 오전 부산교육감 예비후보로 등록하고 본격적인 선거전에 돌입했다. 그는 이날 출마의 변을 통해 “이념 편향적이고 최악의 상황으로 추락한 부산교육의 문제점을 바로 잡기 위해 시대적 소명의식을 갖고 비장한 각오로 출마결심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후보등록 이후 충렬사를 시작으로 중앙공원 충혼탑에서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을 위한 묵념, 헌화 및 분향을 하고 부산UN공원에서 수많은 지지자들과 함께 참배를 했다.
설 연휴가 지난 2월 22일 거제교회에서 보수진영 예비후보들은 ‘나의 생애와 교육’이란 주제로 제2차 교회와 학교포럼을 열었다. 기독교인 교육자인 3명의 후보가 강연자로 마이크를 잡았다.
김성진 후보는 “준비한 원고 없이 강연을 하는 게 청중에 대한 예의”라고 말하면서 “나는 생일이 2개, 본적이 3개였는데 그 이유는 내가 유년시절부터 중학교 학창시절까지 고아원에서 자랐기 때문”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이날 저녁 북구 구포동에 있는 박정모 제13차 정기 총회에서 김 후보는 “6.25사변 때 북한군이 1,000톤급 수송선에 600여명의 무장해병을 실고 부산 앞바다까지 내려왔는데 남한 백두산호가 6월 26일 새벽, 북한배를 격침한 승전보가 있었다”며 “이런 사건 때문에 부산이 지켜졌는데 역사에 묻혀서 가고 있다. 이것은 잘못됐다. 교육은 바르게 가르쳐야 된다”고 말했다.
2월 26일 오전 교육청에서 부산시교육청 브리핑룸에서 보수후보들은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좌편향교육정책과 현 교육감의 문제점 등을 발표했다. 부산교추본의 주최로 열린 이날 공동 기자회견에서 김성진 예비후보는 “현재 우리의 교육은 혁신강박증에 걸려 있고 혁신을 빙자한 극단적 모험주의에 의해 교육이 근간이 무너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3명의 후보는 학생인권조례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김성진 후보는 3월 1일 제99주년 3·1절 독립만세운동 재현행사에 참가해 독립만세를 외친 애국선열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고, 시민들을 상대로 지지를 호소하는 열띤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3월 5일 1차 컷오프 여론조사 기관은 2곳으로 표집인원 각 1,000명으로 하고, 신인에게는 20% 가점을 주기로 최종 합의했다. 10일 뒤의 결과는 이요섭 후보가 탈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성진 후보는 최종 결선(2차 컷오프)에 이르자 보수단일화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신인가산점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이날 부산교추본 나영수 집행위원장은 “유선 전화와 유·무선 전화복합의 방식을 놓고 설왕설래했으나 추후 문제의 소지가 있을 수 있어 24일 유선(일반전화)로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주요 지지자들과 가진 기념촬영 모습.
#보수 단일후보로 최종 확정
김성진 후보는 4월 10일 오전 부산시교육감 범보수 단일후보로 최종 확정됐다. 김 교수는 “기쁜 마음과 영광보다는 책무와 시대적 소명감을 중하게 느낀다”며 “학교의 기본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교육을 바로 잡아야겠다는 많은 분들의 의지가 나타난 결과”라고 말했다.
최종결선에서 탈락한 임혜경 후보는 “김성진 후보가 보수 단일후보임을 인정한다”며 “나 역시 뜻을 함께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성진 후보는 “어린 시절의 삶이 거센 폭풍우가 몰아치는 망망대해를 홀로 힘들게 헤치고 나가야 하는 고난과 역경의 연속이었다. 그 고난과 역경을 헤쳐 나온 삶이 있었기에 신체적으로 건강하고 강인한 정신력을 갖출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김성진 범보수 단일후보를 입지전적인 인물로 평가하고 있다. 그런 그의 강인함은 이제 특별함으로 표출되고 있다.
김성진 후보는 현재 부산전역을 자전거와 스쿠터를 타고 누비고 있다. 선거 홍보용 재킷에 이름 세 글자를 야광시트지로 붙이고 투명테이프를 덧발라 단단하게 고정시킨 그의 절박함과 투지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