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화꽃밭을 산책하고 있는 사람들. | ||
지난 4~5월 나비축제가 열렸던 함평 엑스포공원이 요즘 화사한 국화 옷으로 갈아입었다. 함평천을 따라 국화꽃이 양탄자처럼 곱고 빽빽하게 피어 있고, 공원 내 곳곳에도 다양한 국화조형물들이 들어서 시선을 훔친다.
여행안내
▲길잡이: 서해안고속도로 함평IC→나주 방면 23번 국도→엑스포공원
▲먹거리: 갈천약수 전방 1㎞ 지점에 갈천약수가든(033-673-8411)이 있다. 갈천약수를 이용한 토종닭백숙이함평만에서 잡히는 낙지는 무안의 것에 비해 제법 크고 통통하다. 월천방파제 앞에 자리한 안악횟집(0611-324-1666)이라면 뻘에서 갓 잡아온 싱싱한 낙지를 맛볼 수 있다.
▲잠자리:가까운 함평읍내에 상젤리제(061-324-3702), 함평온천장(061-323-8123) 등 숙박시설이 많다.
▲문의: 함평군청 문화관광과 061-320-3364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국화꽃으로 만든 각종 유명 건축물. 정문을 통과해 중앙광장으로 가다보면 오른쪽에 대형 기획작품 전시장이 있다. 이곳에는 숭례문을 포함해 첨성대, 에펠탑, 피사의 사탑, 피라미드 등의 다양한 국화 건축물들이 전시돼 있다. 2년 전 불에 타 아쉬움을 주었던 숭례문은 이곳에서 실제의 1/2 크기로 화려하게 복원이 되어 있다. 첨성대는 거의 실물크기로, 에펠탑은 6m, 피사의 사탑과 피라미드는 2m의 크기로 축소해 만들어 놓았다.
국화작품들은 중앙광장 왼쪽의 전시관에서도 볼 수 있다. 국화를 이용한 분재작품 550점을 비롯해 감탄이 절로 나오는 국화동호회원들의 작품이 이곳에 전시돼 있다. 전시관 아래쪽은 국화들녘이다. 함평천과 공원 사이의 어마어마한 넓이의 공간이 국화로 뒤덮여 있다. 조롱박휴게그늘과 호박터널 등이 다소 밋밋할 수 있는 국화들녘에 살짝 포인트를 준다.
축제장에서는 각종 체험행사도 진행된다. 국화차를 직접 만들어 시음해 볼 수 있고, 국화꽃을 이용해 나만의 작품 만들기에도 도전 가능하다. 추억의 먹거리 체험도 있다. 고구마를 캐서 구워먹고, 갓 수확한 콩을 볶아먹으며 옛 시절의 아련한 추억에 젖어볼 수도 있다.
한편, 엑스포공원에는 국제곤충관, 황금박쥐생태관, 버드하우스 작품전시관, 국제나비관, 한국토종민물고기전시관 등 각종 전시관이 중앙광장을 중심으로 사방에 퍼져 있다. 국화꽃밭을 거닐면서 이들 전시관을 하나씩 둘러보는 것도 국향대전만의 매력이다. 특히 황금박쥐생태관은 꼭 보도록 하자. 함평에 서식하는 세계적 희귀종인 황금박쥐를 테마로 한 전시관이다. 어두운 전시관을 걷다보면 천정에 매달려 있는 황금박쥐들을 볼 수 있다. 이곳에는 진짜 황금으로 만든 박쥐 조형물도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순금 황금박쥐다. 무려 162㎏의 순금이 박쥐를 제작하기 위해 사용됐다. 제작 당시 가격은 27억 원. 하지만 금값이 폭등한 요즘 무려 70억 원은 나간다고 하니 투자 한번 제대로 했다는 생각이다.
함평에서 가을 분위기를 더 느껴보고 싶다면 용천사로 가보자. 23번 국도를 따라 영광 방면으로 달리다가 해보면으로 이어지는 도로로 갈아타고 조금만 가면 용천사다.
백제 무왕(600년) 때 창건된 이 사찰은 꽃무릇으로 유명하다. 꽃무릇은 추석을 전후로 피는 붉은 꽃이다. 이파리와 꽃이 같은 시기에 피지 않는 꽃이다. ‘상사화’라고도 한다. 물론, 지금까지 꽃무릇이 남아있을 리 없다. 하지만 단풍이 반갑게 맞는다. 주차장에서부터 용천사까지 이르는 숲길이 단풍에 곱게 물들어 있다.
경내에는 용천사석등과 해시계 등의 유물이 있다. 1685년 제작된 석등은 아래쪽에 거북이가 조각되어 있다. 석등과 제작시기가 비슷한 해시계는 1980년 경내 흙더미 속에서 발굴되었는데, 절반가량이 떨어져 나간 상태다.
▲ 월천리포구 낙지잡이 나서는 풍경. | ||
저물녘에는 바다로 달려가보자. 함평은 아름다운 해안을 간직한 고장이다. 함평읍에는 돌머리해안이 있고, 손불면에는 월천리포구가 있다. 돌머리해안은 해거름이 두고두고 기억에 남는 곳이다. 석성리 석두(石頭)마을에 자리하고 있어서 돌머리라는 이름이 붙었는데, 해거름을 편히 감상하며 쉴 수 있도록 정자를 지어 놓아 운치를 더 한다. 그 정자를 배경으로 해거름을 담으면 멋진 사진을 완성할 수 있다.
돌머리해수욕장 바로 위쪽에는 게르마늄해수찜을 즐길 수 있는 곳들이 많다. 유황이 다량 함유된 돌을 달군 후 물에 집어넣어 이용한다는 게 특이하다. 유황돌이 갓 들어간 해수는 70~80도로 데워진다. 따라서 그 물에 맨 피부로 들어가서는 안 된다. 찜질복을 입고, 그 위에 해수를 적신 수건을 두르는 식으로 이용한다. 해수찜을 한 후에는 바로 샤워를 하지 말고 그냥 말려야 한다. 유황의 약효가 씻겨버리기 때문이다.
함평 서북쪽 끝에 자리한 월천포구는 낙지잡이 풍경이 인상적인 곳이다. 마치 강물처럼 바다가 물길을 따라 배들이 정박한 포구 안쪽으로 흘러 들어온다. 이 길은 밀물 때면 완전히 바다 속에 잠겼다가 썰물 때면 드러나기를 반복한다. 늦가을부터 이듬해 초봄까지 이곳은 낙지잡이로 바쁘다. 포구에는 어민들의 삶의 보루인 주낙배들이 어깨를 맞대며 정박해 있다. 어둑서니가 다가오는 저녁 무렵이 되면 어민들은 하나둘 낙지잡이를 나가느라 포구가 바빠진다. 대부분 모터가 달려있는 2인승 보트지만 노를 저어 가는 나무배들도 간혹 보인다.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