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혜사로 이어지는 수덕사 솔숲길. | ||
이응로 머물던 수덕여관
덕숭산 기슭에 자리한 수덕사는 백제 시대 창건된 오래된 절이다. 599년 지명법사가 세우고 원효가 중수했다는 이야기와 백제 말엽 숭제에 의해 탄생했다는 설 등 창건시기와 그 주체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수덕사는 창건 이래 수많은 명승들이 배출되었고, 선(禪) 사상의 중흥지로 자리매김해 왔다. 1984년에는 덕숭총림을 개설해 종합수도도량으로 거듭났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조계종 산하에 통도사, 해인사, 송광사, 백양사, 수덕사 등 모두 5개의 총림이 있다. 총림이란 교리 등 공부를 전문으로 하는 강원, 참선 수행을 전문으로 하는 선원, 염불 정진을 전문으로 하는 염불원, 계율 정진을 전문으로 하는 율원 등이 총망라된 절을 말한다. 일단 총림이라고 하면 그 절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가히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이처럼 큰 절임에도 불구하고 수덕사 대웅전은 소박하고 수수하기 짝이 없다.
충남 예산군 덕산면에서 40번 국도를 타고 홍성 방면으로 달리다보면 오른쪽으로 수덕사 가는 길이 나타난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는 제법 걸어 올라가야 하는데, 먼저 둘러볼 곳이 하나 있다. 초가지붕이 얹혀진 수덕여관이다.
이 건물은 한국 현대미술계의 거장인 고암 이응로 화백(1904~1989)이 한때 기거하며 작품활동을 했던 곳이다. 이 화백의 본처인 박귀희 씨가 여관을 운영해오다가 2002년 세상을 뜬 후 방치되다시피 한 것을 수덕사가 사들여 각종 문화전시공간으로 이용하고 있다. 수덕여관이라는 현판과 뒤뜰 너럭바위에 새긴 암각 등은 모두 이 화백의 솜씨다. 수덕여관 옆에는 선미술관이 3월 중 개관한다. 수덕사 대웅전을 차용해 서양건축기법으로 지은 미술관이다. 개관전으로 한서대 허유 교수와 동국대 김대열 교수의 전시회가 열린다.
▲ 앞면보다 옆면의 모양이 더욱 인상적인 수덕사 대웅전. 국보 49호로 지정돼 있다(왼쪽). 시도유형문화재 103호로 지정된 대웅전 앞 삼층석탑 | ||
수덕여관에서 나와 수덕사로 든다. 수덕사는 차츰 산을 향해 올라가야 한다. 일주문과 금강문, 사천왕문과 황하정루를 차례대로 거쳐 계단 위로 올라서면 대웅전 마당이다. 대웅전을 기준으로 왼쪽에는 화소굴, 심우당, 청련당, 무이당, 범종각이 들어서 있고 오른쪽으로는 법고각, 종무소, 백련당, 염화실, 만월당 등의 건물이 있다. 대웅전 뒤편 오른쪽에는 명부전이 앉아 있다.
큰 절이다보니 찾는 사람들도 제법 많은 편이다. 그래서 수덕사엔 새벽 또는 이른 아침에 오를 것을 권한다. 특히 이 때면 빗질 울력(여러 사람이 힘을 합해 함께 일하는 것)을 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수덕사는 템플스테이 도량으로 유명하다. 자신을 성찰하기 위해 2~3일 짬을 내 수덕사를 찾는 사람들이 많다. 예불, 발우공양, 다도, 참선 등의 사찰 프로그램을 통해 참된 나를 찾는 것이다. 하지만 굳이 불교를 믿지 않더라도 이곳에서 템플스테이를 할 수 있다. 예불과 공양 등 종교적인 것의 경우, 굳이 참여를 하지 않아도 된다. 미리 이야기를 하면 그 시간을 따로 쓸 수 있다.
수덕사엔 여러 건물과 시도유형문화재 103호로 지정된 삼층석탑 등의 유물이 있지만, 그 가치에서 국보 49호인 대웅전에 비할 바 아니다. 수덕사 대웅전은 그리 큰 편이 아니다. 정면3칸 측면4칸 크기로 이루어져 있다. 정면 각 칸의 너비가 측면에 비해 넓다. 보통 칸마다 문짝을 2개 다는 것이 보통인데, 이 건물은 3개를 달았다.
수수함과 짜임새 뛰어난 대웅전
대웅전 외부는 단청을 하지 않은 ‘맨얼굴’이다. 이 절에서 출가한 후 여러 절을 돌다가 다시 돌아온 법안스님은 고려시대 이후 단청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비바람에 벗겨지면 벗겨지는 대로 두고, 다만, 나무가 썩지 않도록 약품처리를 한단다. 건물의 나이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기둥의 수많은 결들이 아름답게 느껴진다. 단청을 했더라면 이 결들은 그 색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 훌라후프를 이용해 새벽운동을 하는 수덕사 승려. | ||
수덕사 대웅전은 측면의 짜임이 특히 뛰어나다. 기둥과 대들보가 교차하며 크고 작은 직사각형과 마름모를 만들어낸다. 지붕은 사람 인(人)자 모양의 맞배 형식이다.
대웅전 내부에는 보물이 하나 있다. 보물 1263호로 지정된 괘불탱이 그것이다. 괘불은 절에서 의식을 거행할 때 법당 앞에 걸어놓는 그림이다. 부처의 12대 보살과 10대 제자가 그려져 있다. 조선 현종 14년(1673년)에 제작된 것으로 색이 선명하고 보존상태가 양호하다.
수덕사 굽어보는 정혜사
대웅전만 보고 올 것은 아니다. 뒤편 솔숲 계단길을 따라 덕숭산 정상부로 올라가다보면 정혜사가 있다. 덕숭산 솔숲 계단길을 따라 800여m 올라가면 정혜사가 나온다. 땀깨나 흘리는, 등산에 가까운 길이지만 이곳에서 굽어보는 수덕사의 풍경이 기가 막히다.
시간이 된다면 대웅전 왼편 언덕 너머의 견성암도 다녀오자. 여자스님인 비구니들이 수행하는 곳이다. 현재 80여 명의 비구니들이 이곳에 있다.
나가는 길에는 너미마을에 들러볼 일이다. 수덕사에서 덕산면 쪽으로 조금 올라가다보면 왼쪽에 둔지미마을, 가루실연꽃마을, 들풀약초마을, 목바리마을 등 자그마한 4개의 동네가 오순도순 앉아 있는 너미마을이 있다. 마을 곳곳에 한방체험센터, 버섯체험장, 두부체험장 등이 있다. 마을 입구에선 장승과 솟대가 길손을 반긴다.
<여행안내>
▲길잡이: 서해안고속국도 해미IC→예산 방면 45번 국도→너미마을→40번 국도→수덕사
▲먹거리: 덕산스파캐슬 인근에 ‘뜨끈이해장국’(041-338-3993)이 있다. 우거지선지해장국이 일품인 집이다. 도가니탕과 수육도 잘 한다. 모든 탕의 육수는 한우사골을 우려 사용한다. 다른 음식을 시키더라도 선지를 달라고 하면 그냥 내 준다.
▲잠자리: 수덕사에서 약 6km 떨어진 곳에 ‘덕산스파캐슬’(041-330-8000)이 있고 그 주변에 숙박업소들이 많다.
▲문의: 예산군청 문화관광과 041-339-7300. 수덕사 041-337-6565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