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민주당 대표와 김태년 정책위의장이 대화를 나누며 활짝 웃고 있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리얼미터가 지난 5월 10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의 지지율은 56.7%로 대선 직후 최고치다. (지난 5월 8~9일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조사한 5월 2주차 주중 조사.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만 9239명에게 통화를 시도해 최종 1001명이 참여했다. 응답률은 5.2%.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리얼미터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각당의 지방선거 공천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가운데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민주당 공천결과를 분석해봤다.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친문(친문재인), 친노(친노무현) 진영의 약진이다. 17개 광역시도 공천자 중 10명이 친문, 친노 인사로 분류된다. 현역 광역단체장이 재공천된 경우를 제외하면 신인 후보 11명 중 9명이 친문, 친노 진영 인사였다.
민주당 측은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워낙 높아 경선 과정에서 친문, 친노 진영이 약진한 것으로 보인다”며 “특정 계파 밀어주기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민주당 지도부는 비문(비문재인) 계열 국회의원이 광역단체장 선거에 출마하는 것에 대해서는 제1당 유지에 어려움이 있다며 적극 만류한 반면, 친문 계열 국회의원의 출마에 대해서는 별다른 제지를 하지 않아 논란이 있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 인사들의 약진도 눈에 띈다. 지방선거 출마를 위해 청와대에 사직서를 낸 사람은 비서관급 5명과 행정관 11명 등 총 16명이다. 이 중 9명(강성권 사상구청장 후보는 공천을 받은 후 선거캠프 여성 관계자를 폭행한 혐의로 사퇴)이 공천을 받았다.
50%가 넘는 승률이다. 공천을 받은 9명 중 6명은 경선 없이 단수 공천을 받았다. 민주당 전직 당직자는 “청와대 출신 인사 중 일부는 인지도나 정치 경력이 일천했는데 공천을 받는 것을 보고 청와대 힘이 세긴 세구나 느꼈다”고 말했다.
경선을 치러 공천된 일부 청와대 출신 인사도 당 지도부 밀어주기 논란에 휘말렸다. 화성시장 후보로 공천된 서철모 전 청와대 행정관은 2002년 의왕·과천에서 광역의원 예비후보로 경선을 치른 전력이 있어 정치신인이 될 수 없음에도 정치신인 가산점을 받았다는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당초 경선에서 조대현 예비후보는 서철모 예비후보를 근소한 차이로 앞섰으나 서 예비후보에게 정치신인 가산점이 부여되면서 결과가 뒤집혔다. 민주당 중앙당 선관위는 서 후보가 의왕·과천 선거 이후 사실상 정치활동이 없었다는 점에서 정치신인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친문 진영의 약진과 달리 다른 대선주자들의 측근들은 공천과정에서 연거푸 고배를 마셨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경우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한 측근 인사는 류경기 전 서울시 행정1부시장(중랑구청장), 김현성 전 디지털보좌관(금천구청장), 유창복 전 협치자문관(마포구청장), 정창교 전 서울시 정책특보(관악구청장), 전성환 전 대외협력보좌관(충남 아산시장) 등 5명이다. 이 중 류경기 중랑구청장 후보를 제외한 4명은 모두 공천에서 탈락했다.
박 시장은 이들의 선거사무실 개소식이나 출판기념회에 직접 참석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지만 역부족이었다. 공천 탈락한 4명 중 3명(김현성 금천구청장 예비후보, 유창복 마포구청장 예비후보, 정창교 관악구청장 예비후보)은 경선도 치르지 못하고 컷오프당하는 굴욕을 당했다. 민주당 내에서 이번 지방선거 공천을 두고 ‘박원순계 죽이기’라는 말까지 돌았던 이유다.
유창복 마포구청장 예비후보는 “최소한 후보자 자질에 문제가 없다면 경선 후보로 올려 당원과 시민의 판단을 물어야 한다”면서 민주당에 재심 신청을 냈다. 민주당은 마포구청장 예비후보 6명 중 무려 4명을 컷오프시켜 아직까지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유창복 예비후보의 재심 신청건은 재심위원회가 인용 결정을 내렸지만 당 최고위원회에서 기각됐다. 김현성 금천구청장 예비후보 역시 재심을 신청했고 재심위원회가 인용 결정을 내렸지만 당 최고위원회에서 기각됐다.
김현성 예비후보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숨겨진 보물” “소통하는 서울시를 만든 주역”이라고 평가했던 박 시장의 최측근이다. 김현성 예비후보 컷오프와 관련해서는 여론조사 과정에서 ‘박원순 서울시장 디지털보좌관’이 아니라 ‘서울시 디지털보좌관’이라고만 경력이 안내가 된 것이 논란이 됐다.
김 예비후보자 측은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박원순’ 등 정치지도자의 이름을 넣을지 여부는 중앙당에서 논의될 정도로 중요한 이슈였다. 다른 후보의 경우 ‘김대중 대통령 청와대 행정관’으로 대통령 성함까지 포함된 소개멘트로 안내가 되었다”면서 이의를 제기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 측근들은 안 전 지사의 성폭행 논란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천안갑 국회의원 재선거에 출마했던 허승욱 전 충남 정무부지사는 출마선언 12일 만에 출마를 철회하고 모든 당직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역시 안희정계로 분류되는 김성환 노원병 후보는 민주당 공천을 받는 데 성공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후보의 경우는 지방선거에 출마한 측근인사가 눈에 띄지 않는다. 그나마 측근으로 분류됐던 이나영 경기도의원은 지난 경기도지사 경선과정에서 전해철 의원 지지선언을 하며 이 후보에게 등을 돌렸다. 이나영 의원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권을 쥐고 있는 친문 진영 핵심인 전해철 의원 측 눈치를 본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왔다.
이 의원은 최근 자신의 지역구에서 민주당 공천을 받는 데 성공했다. 이 의원은 전 의원을 지지한 이유에 대해 “전 의원의 정치행보에 감동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이 이번 지방선거 공천과정에서 단수공천과 전략공천을 남발했다는 지적도 있다. 국민의 선택권을 박탈했다는 비판이다. 민주당은 서울 구청장 25곳 중 12곳을 단수공천 및 전략공천을 했다. 공천이 곧 당선으로 인식되는 상황에서 경선조차 치르지 못하고 탈락한 후보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일부 후보는 공천 결과에 대한 가처분 신청을 하는가 하면 당사 앞에서 삭발식을 하고 커터 칼로 자해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