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에이핑크의 손나은은 ‘소녀들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라는 페미니즘 문구가 새겨진 폰케이스 사진으로 남성 팬들에게 욕설과 비난을 들었다. 사진=손나은 인스타그램
가수 에이핑크의 손나은은 지난 2월 여행 중에 찍은 사진을 SNS에 올린 것이 페미니스트라는 단초가 됐다. 사진 속에 손나은이 들고 있던 핸드폰 케이스에는 ‘Girls can do anything‘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여성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이 문구는 여성혐오에 대항하거나 여성인권신장을 위한 항의의 표시로 사용된 경우가 있다. 손나은은 이 핸드폰 케이스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일부 네티즌들의 갖은 욕설과 악플에 시달렸다.
소녀시대 수영은 ‘90년생 최수영’이라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여성으로서 그간 불평등하지만 인식하지 못했던 여러 순간들이 있었다”고 고백해 페미니스트 리스트에 올랐다. 가수 아이린은 지난 3월 팬미팅 자리에서 최근 읽은 책으로 ‘82년생 김지영’을 꼽았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아이린의 팬을 그만두겠다고 선언하는 팬들이 줄을 이었다.
앞서의 공통점은 여성들이 페미니스트와 여성인권에 관심을 갖는 행보를 보이거나 행동을 할 경우 이를 비난하는 대중이 있다는 것이다. 페미니즘 역시 동물인권이나 정치성향처럼 개인이 선택하고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는 영역이지만 마치 페미니스트를 배척하고 걸러 내야 한다는 일부 인식이 급속도로 퍼져나가고 있다.
일상에서도 “너 페미니스트니?”라는 사상 검증식 질문을 받는 경우가 더러 있다. 중견 기업에서 근무하는 30대 A 씨는 평소 여직원들과 동등하게 업무를 하고 공정하게 평가받아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평소 성평등과 관련한 발언을 해 온 A 씨는 최근 회의를 하는 자리에서 상사로부터 “쟤는 페미니스트다”는 발언을 들었다. A 씨는 “의도는 알 수 없으나 나머지 팀원과 내가 ‘다르다’고 구분하는 발언임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페미니즘 관련 시위나 페미니스트를 혐오하는 시각마저 대두되고 있다. 극단적으로는 지난 5월 열린 ‘성차별적 수사 규탄’ 시위 참가자들에게 염산테러를 하겠다는 남성이 나타나기도 했다. 인터넷에 염산테러 협박 글을 올린 김 아무개 씨는 염산병을 든 사진과 함께 “지금 염산 챙기고 출발한다”는 글을 올려 경찰에 붙잡혔다.
금재은 기자 silo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