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세균 대표, 정동영 의원. 유장훈·이종현 기자 | ||
우선 김완주 현 지사와 정균환·유종일 예비후보가 뛰어든 전북지사 경선은 김 지사의 재임 기간 업무추진비 불법 사용 의혹으로 경선 및 후보등록 일정이 두 차례나 연기되는 파행을 겪었다.
김 지사는 다른 광역단체장 11명과 함께 지난 3월 30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에 의해 업무추진비를 부당 사용한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당했다. 대검은 해당 지방검찰청에 사건을 내려 보냈고, 전주지방검찰청도 김 지사에 대해 담당검사를 배정하고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갔다.
전공노가 밝힌 전북도의 업무추진비 사용 명세를 보면, 김 지사는 비용 일부를 국회 상임위원장 등 정치권과 언론, 시민단체 등에 부적절하게 사용한 것으로 기록돼있다. 사실로 밝혀질 경우, 뇌물 공여로 이어질 수 있는 중대 사안이다. 물론 업무추진비 사용범위가 명확하지 않은 데다 고발된 내용도 대단히 포괄적이어서 검찰이 위법성 여부를 판단하는 데는 적지 않은 어려움이 뒤따를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지만, 선거를 앞둔 김 지사에겐 ‘악재’일 뿐이다.
경쟁후보들도 기다렸다는 듯이 이를 쟁점화하고 나섰다. 정·유 후보는 즉각 중앙당에 김 지사의 후보 자격 재심을 요구한 채 경선 참여 서약서의 서명을 미뤘다. 지난 4월 7일엔 두 후보가 직접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김 지사의 사법처리 가능성까지 주장했다. 때문에 당초 4월 11일 열릴 예정이던 전북 경선은 18일로 일주일가량 늦춰졌고, 경선 후보 등록도 지난 9일로 연장됐다. 그러나 두 후보는 결국 이날까지도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중앙당은 “사법부의 최종 판단이 있기 전까지는 무죄 추정의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며 이를 사실상 기각해 김 지사의 손을 들어줬다. 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후보 자격 재심은 당사자의 억울함을 풀자는 것이지 다른 후보의 자격을 박탈해달라는 게 아니다”며 “설령, 그 내용이 사실이더라도 (금품을 건넨 행위는) 부하 직원들의 책임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전북지사 경선을 둘러싼 당내 진통이 유독 극심한 데는 정 대표와 정 의원 간 갈등이 기저에 깔려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지역정가에서는 당사자들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정 대표는 김 지사를, 정 의원은 유 후보를 지원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당의 한 관계자는 “‘유종근 전 전북지사의 동생’이라는 것 말고는 아무런 정치적 자산도 없던 유 후보가 느닷없이 경선전에 뛰어든 건 다 이유가 있는 것”이라며 이를 기정사실화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관측은 서서히 동력을 잃고 있다. 정 의원에게 유 후보 지지는 아무런 정치적 이득이 없기 때문이다. 경선 흐름 자체가 김 지사의 일방독주로 진행되는 탓이다. 정 의원과 가까운 한 의원은 “정 의원이 특정인을 지원했다가 김 지사에게 완패라도 당하면, 정 의원이 입는 정치적 상처는 이만저만한 게 아닐 것”이라며 “현 판세에서 가장 현명한 것은 ‘엄정 중립’밖에 없다”고 말했다.
진실이 무엇이든 분명한 건 “정 의원이 김 지사 편은 아니다”는 것이다. 실제 정 의원은 지난 3월 21일 유·정 두 후보의 사무실을 각각 찾아 격려하기도 했다. 당시 정 의원 입에서 이들에 대한 명시적 지지 발언은 단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지만, 누가 됐든 ‘정 대표 쪽 사람’인 김 지사만 꺾어달라는 메시지가 아니었겠냐는 게 지역정가의 해석이다.
정 의원은 2006년 열린우리당 의장 시절, 전주시장이던 김 지사를 전북지사로 사실상 발탁했던 장본인이다. 그러나 지난해 재·보궐선거 당시 김 지사는 무소속인 정 의원을 돕지 않았고, 그런 연유로 두 사람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사이가 됐다. 때문에 정 의원 측의 견제가 거세질수록 김 지사 역시 정 대표에게 더 많이 의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전북지사 경선보다 ‘정(정세균)·정(정동영) 대리전’ 양상이 더욱 두드러지는 건 전주시장 공천이다. 정 의원은 최근 지역구를 찾아 “우리 식구니까 도와줘야 한다”며 전주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김희수 도의회 의장에게 힘을 실어줬다. 정 의원의 지구당 사무국장 출신인 김희수 후보는 지난 재·보궐선거 때 정 의원 캠프의 핵심인사였다.
반면 정 대표는 고려대 후배인 송하진 현 전주시장을 품는 형국이다. 전북도당이 국민참여경선방식을 통해 전주시장을 선출하기로 했던 것을 중앙당이 현역 단체장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국민여론조사’ 방식으로 일방적으로 변경하면서 이런 흐름은 더욱 명확해졌다. 전북지역 한 의원은 “송 시장이 정 대표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정 대표 역시 김 후보는 ‘정동영 사람이어서 안 된다’며 직접 경선방식 변경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갈등은 급기야 전주 완산을 출신인 장세환 의원이 지난 4월 8일 “부당한 중앙당 결정을 따를 수 없다”며 경선 보이콧을 시사하고 나서 파국으로 치달을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전주 완산을이 전주시장 경선에 참여하지 않으면 정 의원과 완산갑의 신건 의원도 경선 불참을 선언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양측의 신경전도 거세지고 있다. 정 의원의 측은 “당 대표가 기초단체장 경선문제에까지 깊숙이 개입하면서 당의 꼴이 우스워지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고, 정 대표 측은 “대선후보까지 지낸 간판급 인사가 시골 기초의원까지 자기 사람을 심으려고 한다”고 맞받아치고 있다. 양측의 샅바싸움은 사실상 차기 전당대회 당권을 둘러싼 것이기에 지방선거가 끝나고도 계속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양원보 세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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