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산 선인상가 전경 우태윤 기자 wdosa@ilyo.co.kr | ||
이 상가가 분쟁에 휘말린 것은 소유권자였던 선인산업이 지난 7월 ‘(주)지포럼에이엠씨(지포럼)’라는 부동산 회사에 1천4백50억원(임차인조합 9백20억원 주장)을 받고 상가를 매각하면서. 그러나 이에 대해 상가 임대권을 가진 임차인들이 “지난해 7월 법원 경매를 통해 이 상가를 낙찰받았다”고 주장하고 나서 분쟁에 불이 붙었다.
현재 이 상가 소유권을 둘러싼 분쟁은 상가 임대권을 가진 임차인조합이 법원 경매를 통해 낙찰받은 상태에서, 원소유주였던 선인산업이 지포럼에 매각함에 따라 갈등을 낳게 됐다는 게 골자이다. 이 분쟁의 불씨가 된 것은 지난 98년 외환위기 때 선인산업의 모회사였던 서울제강이 부도가 나는 바람에 선인산업마저 자금난에 휩싸인 게 시작이었다.
선인산업의 경영이 불안해지자 상가 임대권을 갖고 있던 1천3백 명의 임차인들은 상가 소유권이 다른 곳으로 넘어갈 경우 막대한 권리금을 날릴 것으로 판단, 임차인조합을 결성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당시 이들이 마련한 대책은 임차인들이 돈을 내 선인상가 자체를 인수키로 한 것. 이에 따라 임차인들은 지난 98년 5백억원 가량의 자금을 모아 상가 주식을 양도받는 작업을 추진, 선인산업측과 경영협약서를 맺었다는 것.
임차인조합 관계자는 “당시 5백억원의 자금으로 선인산업의 빚을 갚아주는 등 회사의 정상화를 위해 노력했으나, 선인산업측이 주식 양도 계약을 미뤘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임차인조합은 지난 2000년 6월 선인산업을 상대로 주식 가압류와 부동산 처분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출했다는 것.
이에 대해 법원은 임차인조합의 신청을 받아들여 2000년 9월 회사에 관리인을 파견하는 한편 상가를 경매에 부쳤다. 그리고 지난해 7월 실시된 경매에서 임차인조합은 8백53억원에 상가를 낙찰받았다. 그러나 여기서부터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낙찰자인 임차인조합은 법원이 정한 대금 납부일인 2002년 6월19일 낙찰금을 내지 않았고, 경매가 이뤄진 상황에서 선인산업은 지포럼에 상가를 팔아버린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 임차인조합 관계자는 “경매를 통해 상가를 낙찰받았음에도 돈을 낼 기회조차 얻을 수 없었을 뿐 아니라 임차 권리금 5백억원까지 손해를 봤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한편 지포럼은 “지난 7월17일 P&A 방식으로 선인산업과 양자간 계약을 통해 선인상가를 인수했으며, 소유권 등기이전 및 취득세, 등록세 납부 이후 법원에서 지정한 부동산 관리인 해임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임차인조합이 법원이 정한 시점에 낙찰금을 납부하지 않은 이유와 선인산업측이 다른 회사에 상가를 팔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 하는 점. 임차인조합 관계자는 “원래 지난 6월19일이 대금 납부일이었으나 법원이 납부시한을 7월24일로 연장해 이 기간 동안 대금 마련에 노력하던 중이었다”고 말했다.
법원에 확인한 결과 “납부시한 연기는 없었다”고 말해 의구심을 낳고 있는 가운데 지난 7월17일 갑자기 지포럼에 상가를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말았다. 상황이 이렇게 꼬인 것은 매각대금을 둘러싼 견해차 때문이었을 것이란 게 업계의 추측이다. 법원에서 내린 결정은 입찰보증금 85억원(낙찰금의 10%)를 뺀 나머지 7백68억원을 전액 현금으로 납부토록 결정했다.
그러나 임차인조합은 낙찰금인 8백53억원 중 입찰보증금, 근저당 채권(약 4백억원 규모) 등을 제외한 3백70억원을 납부하겠다고 주장을 고집했다. 결국 낙찰가인 8백53억원에 대해 임차인조합측은 근저당 채권 등을 포함한 가격으로 받아들인 반면, 법원과 선인산업측은 이를 제외한 가격으로 생각한 것이다.
상가 낙찰가에 대한 양측의 입장차이가 워낙 커 임차인조합은 납부일인 지난 6월19일을 넘기게 됐고, 와중에 선인산업은 지포럼이 1천4백50억원의 금액을 제시하자 지난 7월16일 매매계약을 맺고 말았던 것이다. 일이 이렇게 되자 ‘닭쫓던 개’ 신세가 된 임차인조합은 상가를 인수한 지포럼의 실체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는 등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임차인조합측이 주장하는 의혹은 부동산투자개발회사인 지포럼은 재벌기업인 대한전선이 선인상가를 인수하기 위해 급조한 회사라는 것.
임차인조합 관계자는 “지포럼측에 자금을 대 준 곳이 대한전선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조합원들은 지난 6월 대한전선 사옥 앞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임차인조합이 이 같은 주장을 펴는 근거는 ▲지포럼이 설립된 시점이 지난 5월이라는 점 ▲지포럼의 상가 매입자금이 대한전선에서 한미은행에 맡겨두었던 특정금전신탁에서 빠져나온 점 등이다.
이에 대해 지포럼 관계자는 “적법한 과정을 거쳐 상가를 인수했는데 왜 이 같은 사건에 휘말리게 됐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결국 선인상가 분쟁은 당초 선인산업과 임차인조합의 싸움에서, 경영권을 인수한 지포럼에이엠씨, 대한전선으로까지 불똥이 튀면서 갈수록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한편 대한전선은 “지포럼에 투자한 것은 사실이지만, 선인상가의 소유 및 경영권에는 관심이 없다”며 임차인조합의 주장에 대해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