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서초 사옥. 사진=고성준 기자
이 의원에 따르면 지난 6월 16일, 미국 텍사스 동부지법 배심원단은 삼성전자와 KIP의 모바일 특허 침해 소송에서 삼성전자에 4000억 원 배상 평결을 내리고, 재판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 사건은 서울대 이종호 교수가 개발한 ‘벌크핀펫’이라는 기술을 삼성전자에서 무단으로 사용한 것으로부터 시작됐다. 2001년 2월 당시 원광대에 재직 중이던 이종호 교수는 카이스트와 합작 연구로 벌크핀펫 기술을 발명했다. 2003년 이 교수는 개인명의로 미국에 특허를 출원하고, 특허권 활용을 위해 카이스트 자회사인 KIP를 설립한 후 특허권한을 양도했다.
2015년 10월 삼성전자는 갤럭시 S6 모델에 벌크핀펫 기술을 사용한다고 발표했고 2016년 11월 KIP와 삼성의 특허 사용료 협상 결렬 후 KIP가 미국 텍사스 법원에 삼성전자의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10월 미국 특허심판원은 삼성이 제기한 특허 무효심판을 기각했다. 올해 6월 미국 텍사스 법원 배심원단은 삼성전자에 4000억 원 배상을 평결했다.
그런데 지난 4월 17일 삼성전자는 미국 특허소송을 유리하게 이끌어 가기 위해 산업통상자원부에 KIP의 산업기술 무단 유출 혐의에 대한 조사를 요청했다. 이철규 의원은 “삼성전자가 조사를 의뢰한 것은 동 기술이 국가기술 유출에 해당되면 산업부가 ‘원상회복 명령’을 내릴 수 있고, 이는 KIP의 미국 자회사인 KIPB가 소송에서 원고 자격을 박탈(기각) 당할 수 있기 때문으로 보여진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산업부는 KIP가 반도체 핀펫 특허권의 해외기업에 통상 실시권 허락 및 특허권 이전시 산업기술보호법상 국가핵심기술 수출 승인 절차이행 여부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다.
이철규 의원은 산업부의 조사 방식에 많은 의문점이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허는 그 내용을 공개하고, 다른 사람이 특허를 무단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특허권자의 권리를 보호해주는 것임으로 애초에 동 특허가 국가기술 무단 유출에 해당된다고 보고 조사를 실시한 것 자체가 문제다”라고 꼬집었다.
이 의원에 따르면 4월 17일 삼성전자로부터 조사를 의뢰받았다는 산업부 설명과 달리 산업부 공문서 수발 목록에는 이에 대한 조사 요청 기록이 없다는 지적이다.
그는 “산업부가 재판에 영향이 끼칠 수 있다는 이유로 조사에 대한 결과를 문서화 하지 않고, 지난 8월 30일 서울정부종합청사 10층에 삼성전자 법률 대리인 법무법인 광장을 불러 구두로 알려 주었다고 했다” 며 “모든 절차가 구두로 진행된 것인데 정부 행정업무 처리상 납득할 수가 없다. 이는 KIP가 조사결과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를 할 경우 삼성전자에게 불리해질 수 있을까 우려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꼬집었다.
또한 산업부가 국가 핵심기술 무단 유출 여부에 대한 조사 결과를 삼성전자에 알려준 것 자체가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이 의원은 “산업부가 국가 핵심기술 무단유출로 결론을 내리면 삼성전자는 그 결과를 미국 재판부에 제시해 소송을 기각시키려고 시도했을 것이고, 무단 유출이 아니라고 결론을 내리면 삼성전자 측은 새로운 대응 전략을 구상할 것이기 때문”이라며 “특허 무단 사용을 한 삼성전자를 돕기 위해 산업부가 공권력을 남용한 의혹이 있는 만큼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강인규 KIP 대표의 국정감사 참고인 신청과 산업부에 대한 감사원 감사 청구에 대한 검토에 들어갔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의원실은 “강인규 대표가 ‘산업부 공무원들이 수차례 전화를 해 오송․대전에서 2~3차례 정도 만났고 ‘원상회복 명령’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를 언급해 산업부 공무원들이 삼성전자를 돕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증언했다”고 밝혔다.
장익창 기자 sanbad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