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의원(비례대표)이 금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3년간 보험 분쟁 신청 및 처리현황’ 자료를 보면, 2015년~2017년 3년간 금융감독원에 제기된 보험관련 분쟁조정은 생명보험 2만 2654건 손해보험 4만 1793건으로 총 6만 4447건이었다. 이 신청건들의 처리 현황을 보면 최종 분쟁조정위에 올라가 인용결정이 난 건은 36건이었다. 총 분쟁조정 신청건수 6만 4447건 대비 0.056%에 불과한 것이다.
현행 금융위원회 설치 등에 관한 법률 제53조에 따라 금융소비자들은 금융감독원장에게 분쟁의 조정을 요청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금융감독원장은 분쟁조정신청건에 대해 이해당사자들에게 합의를 권고할 수 있다. 금융감독원은 금융소비자들의 민원 중 단순 불친절 등 단순 사건은 일반민원으로 분리해 처리하고, 금액이 수반되는 민원은 분쟁조정건으로 처리하고 있다.
그러나 이 분쟁조정신청제도를 통해 구제받는 경우는 전체 신청건수 대비 매우 소수에 불과하다. 같은 법 제 53조 제 2항 단서조항에 따르면, “분쟁조정의 신청내용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합의권고를 하지 아니하거나 제3항에 따른 조정위원회에의 회부를 하지 아니”할 수 있기 때문인데 이미 법원에 제소된 사건이거나 분쟁조정을 신청한 후 소송을 제기한 경우가 그에 해당한다. 따라서 분쟁조정이 신청된 후에 금융사가 고객에게 소제기를 하면 분쟁조정은 중단되는 것이다.
최근 3년간 보험 관련 금융감독원에 분쟁조정이 신청된 건수 6만 4447건의 처리 현황을 분석해보면 합의건수는 2만 4907건이었다. 또한, 조정실익이 없다고 판단돼 기각된 경우 2만 4188건, 보험사의 소제기로 각하된 경우 8201건, 민원인이 임의취하한 경우 6989건, 기타(합의권고에 대한 불수용, 보험회사 이첩) 973건이었다. 이에 따라 분쟁조정위원회에 회부된 건은 49건에 불과했고 이중에 인용결정은 36건, 회부된 후 기각이나 각하 결정은 13건이었다.
이처럼 분쟁조정위원회 처리과정에서 금융사에 의해 분쟁조정신청이 무력화되는 비중이 매우 높다는 것이 문제다. 우선 합의건수 2만 4907건에는 민원인의 합의취하가 포함되어있는데, 이는 보험사의 소제기에 위협을 느껴 자체 취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한 각하, 민원인 임의취하의 경우에도 직간접적으로 보험사의 소제기에 영향을 받으며, 금융사는 합의권고에 대해 불수용할 권한도 있고, 보험회사에 이첩된 건의 경우에는 개인이 직접 보험사와 합의해야 해 소비자가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
이렇게 분쟁조정의 처리 과정에서 보험사의 소제기 등으로 인해 99% 이상이 무력화되고 0.056%만 분쟁조정위 위원들의 결정을 받지만, 이중에서도 3분의 1은 기각 혹은 각하되고 나머지만이 인용결정을 받으며, 인용결정이 난 후에도 보험사가 불수용하면 법적인 강제수단이 없다. 최근 즉시연금에 대한 금감원의 결정에 불수용해 고객에게 소송을 제기한 삼성생명의 경우가 그러한 경우이다.
실제로 보험사들은 매년 소송비용에 막대한 돈을 쓰고 있는데 최근 3년간(2015년~2017년) 국내 보험사들이 소송비용으로 지불한 금액은 481억원에 달한다.
자료를 분석한 제윤경 의원은 “현행 분쟁조정위원회 제도는 분쟁조정건의 1%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며 “보험사가 잘못된 영업으로 제기된 민원을 고객의 돈으로 막대한 소송비용을 지불하면서 고객의 민원을 무력화하는 행태를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제윤경 의원은 5000만 원 이하 소액 분쟁조정건에 대해 분쟁조정 과정 중에 소제기를 금지하는 금융위 설치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며 보험사의 무분별한 소제기 관행에 대해 국정감사에서 금감원의 지도를 촉구할 예정이다.
장익창 기자 sanbad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