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장영석 기자 zzang@ilyo.co.kr | ||
LG그룹이 고민에 빠졌다. 초고속 통신망업체인 파워콤 인수업체로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하나로통신과 데이콤 중 누구를 선택할지를 두고 저울질하고 있는 것이다.
파워콤은 한전의 자회사로 전국에 초고속 통신망 시장의 60%를 차지하고 있는 기업. 이 회사를 수중에 넣을 경우 기간통신망의 최강자로 부상할 수 있어 통신업체들이 눈독을 들여왔다.
그동안 이 회사 인수에 나섰던 곳은 KT를 비롯해 두루넷, 하나로통신, 데이콤 등 네 곳. 그러나 인수가격이 수천억원대에 달해 매각을 두고 난항을 겪어왔다.
최근까지 인수 유력자로 떠올랐던 곳은 하나로통신. 하나로는 외자유치를 통해 파워콤을 인수하겠다는 계획이었다.그러나 외자유치가 난항을 겪으면서 최근 한전은 데이콤을 새로운 우선협상대상자로 지목하고 별도의 협상을 전개하고 있다.
문제는 파워콤의 강력한 인수자로 부상한 데이콤이나, 하나로가 모두 LG그룹이 대주주라는 점으로 인해 LG측이 고민하고 있다는 것. 데이콤의 경우 LG전자가 30%의 지분을 갖고 있는 등 5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하나로의 경우에도 LG그룹이 13%로 최대주주다.
결국 이들 두 회사 중 한 곳이 파워콤을 인수한다면 어떤 형태로든 LG그룹이 파워콤이라는 노른자를 장악할 가능성이 높은 셈. 금융가에서도 이번 파워콤 인수전은 LG그룹의 의사결정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하나로통신의 경우 파워콤 인수자금 마련을 위해서는 CB발행, 증자, 차입 등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규정상 이를 위해서는 주총을 통해 출석주주 주식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고, 찬성 주식수가 발행주식의 3분의 1 이상이 돼야 한다.하나로의 2002년 10월 현재 지분구성은 개인 및 일반주주 지분율이 60%에 달하고, LG그룹 16.8%, 삼성전자 8.43%, SKT 5.41% 등을 차지하고 있다.
결국 LG그룹의 의사결정이 주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셈. LG그룹이 하나로의 파워콤 인수를 저지하고, 데이콤으로 하여금 파워콤을 인수하게 하려면 하나로통신 주총에서 반대 의사를 표시하면 되는 상황인 것이다.
그러나 이럴 경우 LG그룹은 하나로통신의 주가가 크게 떨어져 막대한 주식평가손을 입을 게 뻔하다. 하나로의 경우 파워콤 인수가 무산되면 사실상 통신기업으로서의 입지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데이콤을 버릴 수도 없는 게 LG그룹의 입장이다. 일단 데이콤은 우여곡절 끝에 한전과 파워콤 지분매각 협상테이블에 우선협상자로 서게 돼 `파워콤 인수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 상황이다.
물론 오는 11월29일까지 6주 동안 진행될 한전과의 파워콤 지분매각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을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데이콤 역시 하나로와 마찬가지로 파워콤 인수를 위해서는 막대한 인수자금 조달이 전제돼야 하기 때문이다.
데이콤은 “지난 9월7일 하나로통신이 우선협상자로 선정되고 우리가 차순위 협상자로 지정됐을 당시에도 기대를 버리진 않았다”며 인수의지를 내비쳤다.데이콤은 조기 경영권 확보를 통해 기존 통신망을 고속 디지털 가입자망(VDSL)으로 전환, 가정용 초고속인터넷시장에 진입할 계획이다. 또 파워콤과 데이콤의 망을 통합해 전용회선 및 인터넷 신규 비즈니스 창출에 적극 나서는 등 청사진도 마련해 두고 있다.
데이콤은 LG그룹 차원에서도 파워콤 인수를 위해 전폭적인 지원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데이콤은 또 LG그룹뿐 아니라 두루넷 등과 공조로 중장기적으로 KT, SK에 이은 제3세력으로 성장하겠다는 야심이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LG그룹도 적자인 데이콤을 파워콤 인수의 적격자로 판단하고 있다. 게다가 파워콤을 인수할 경우 그룹 전체로 볼 때 통신시너지 효과도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그러나 LG그룹은 쉽게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하나로든 데이콤이든 모두 버릴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LG그룹의 속내는 적자인 데이콤 쪽으로 기우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