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동 삼성화재 본사. 사진=삼성화재
복수의 정비업체들은 손보업계 1위인 삼성화재가 수리비용 청구에 대한 삭감 지급률이 타 손보사들에 비해 2~3배나 높다고 성토하고 있다. 정비업체가 청구한 수리비용에 대해 타 손보사들이 10%대를 삭감해 지급한다면 삼성화재는 20~30%대를 삭감해 지급한다는 것이다. 삼성화재의 삭감비율이 높다는 점을 아는 일부 정비업체들은 아예 처음부터 과다청구를 하는 사례도 빈번한 상황이다.
경기도 지역 한 정비업체 사장인 A 씨는 “우리 정비업체의 연 매출은 20억 원 안팎이다. 산출해보니 삼성화재는 우리 업소가 청구한 금액에서 연 평균 6억 원 안팎을 삭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타 손보사 삭감률 정도만 이뤄져도 우리 업체의 매출은 획기적으로 늘어났을 것”이라고 성토했다.
2009년 12월 ‘수리비용 입증 책임은 정비업소에 있다’는 대법원 판례가 나오자 손보사들은 자체 손해사정을 통해 정비업체들이 과다 청구를 한 것으로 판단하면 채무부존재 소송을 제기해 대금 지급을 미루고 있다. 특히 채무부존재 소송에 앞서 이례적으로 삼성화재는 자체 손해사정한 금원을 법적절차를 밟아 공탁을 걸고 있다.
익명의 손해사정사는 “정비업소는 공탁이 걸린 금원을 찾기 위해 번거롭고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의를 제기하는 정비업체들에게 골탕을 먹이려한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이라며 “정비업소 입장에서 이를 인정하지 않을 경우 결국 채무부존재 소송에 휘말리게 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복수의 정비업체들은 손보사의 적정 손해사정 내역을 확인하기 위해 내역서를 요구하면 삼성화재는 타 손보사와 달리 소송 전까지 공재하지 않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에 대해 삼성화재 관계자는 “보험사는 합리적으로 보험금을 집행해야 할 의무가 있다. 무분별한 정비수가 인상은 보험료 인상을 가져오고 이는 불특정 다수의 고객 부담이 된다”고 해명했다.
또한 공탁과 관련해서도 삼성화재 측은 소송을 최소화하려는 과정에서 공탁을 하지 않으면 소송 과정에서 과도하게 이자가 붙을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손보사와 정비업체와의 갈등을 줄이기 위해 지난 6월 국토교통부는 손해보험협회, 검사정비연합회와 2년 6개월여 논의 과정을 거쳐 적정 정비요금을 공표했다. 하지만 4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현장에서는 어떠한 진전도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비요금 공표 당시 국토부 담당 팀장과 사무관은 이달 각각 전출, 연수 등으로 자리를 옮긴 상태라 업무 연속성이 끊어진 상태다. 후임들은 향후 추진계획과 점검 등에 대해 “업무 파악이 우선이다”라는 입장이다.
적정 정비요금은 작업별로 표준작업시간에 시간당 공임을 곱해 산출한다. 국토부는 앞서 2005년과 2010년에도 정비요금을 공표했지만 갈등은 끊이지 않았다. 적정 정비요금은 시설과 장비, 숙련도 등을 고려해 업체 등급별로 달리 적용된다. 이번에 공표된 시간당 공임은 정비업체별 시설, 기술력, 임금, 적정이익률 등을 감안해 9개 등급으로 나눠 최소 2만 5383원에서 최대 3만 4385원이다. 평균 2만 8981원으로 정해졌다. 2010년에 비해 연평균 2.9% 오른 수준이다.
문제는 공표 적정 정비요금이 보험사와 정비업체 간 계약 체결시 구속력이 없고, 현장에서 참고자료로만 활용된다는 점이다. 현장에서 정비요금은 삼성화재를 포함한 11개 손해보험사가 6000여 곳에 이르는 개별 정비업체와 계약을 통해 결정된다. 대형 보험사들에 비해 중소 정비업체들은 협상력이 열악할 수밖에 없어 낮은 정비요금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2016년 삼성화재를 상대로 수리비 청구 소송을 제기한 정비업체 사장 K 씨는 “법원이 감정평가를 의뢰한 곳에서 수리비용 적정성 여부를 감정 받았다. 이에 따르면 시간당 공임은 국토부가 공표한 적정요금보다 1만~2만 원대 높은 4만 원대 후반으로 산출됐다”며 “정비업체들의 수준이 시간당 공입에서 1등급을 받을 만큼 향상 됐음에도 손보사들은 국토부가 공표한 적정요금마저 지급하지 않는 사례가 허다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K 씨는 “정비요금이 공표 이후 손보사들이 정비업체들과 계약체결에 나서야 하는데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하나같이 손보사들은 ‘업계 1위인 삼성화재가 개별 정비업체들과 계약을 체결해 나가면 우리도 계약을 체결하겠다’는 주장만 하고 있다”며 “손보사들이 적정 정비요금마저 지키지 않으려는 태도는 이미 공정성을 스스로 위반한 것이다”라고 질타했다.
이러한 문제는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제기됐다. 지난 12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삼성화재가 자동차 정비수가 문제로 정비업체와 분쟁이 많다. 표준 정비수가(정비요금) 보다 무리하게 수가를 낮춰 갑질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추 의원은 국감장에 증인으로 출석한 신동구 삼성화재 자동차보험 본부장(전무)에게 “분쟁 현황에 대한 내부조사를 거쳐 그 결과를 토대로 함께 개선방안을 만들어 달라”고 제안했다. 이에 신 본부장은 “분쟁 현황을 조사하고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추 의원실 관계자는 ‘일요신문’과 통화에서 “삼성화재 측에 (오는 26일) 종합국정감사때까지 이행계획을 준비하고 있는지 확인해보겠다는 뜻을 분명히 전달했다. 앞으로 압박 수위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화재 관계자는 “국토부의 정비요금 공표가 이루어진 후 정비업체와 개별 계약을 하는데 과정상에서 개선해야 할 점이 있다면 살펴보겠다. 이행 계획과 관련해선 의원실에서 요청이 오면 성실히 검토해 답변할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장익창 기자 sanbad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