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치겠어. 오빠 같은 남자는 진짜 처음이야…!”
여자가 자지러지듯 헐떡였다. 진짜 처음-묻지도 않은 그 말은 그녀가 얼마나 색에 밝은 몸뚱아리인지 증명해 주고 있었다. 오광태는 요란스럽게 오르내리는 여자의 둔부가 어긋나지 않도록 손을 뻗어 단단히 거머쥐었다. 그 손길만으로도 자칭 탤런트라는 아가씨는 또 한 번 부르르 온몸을 경련시키고 있었다.
“오빠 너무 잘하는 것 같아. 아아, 나 이제 완전히 오빠 거야!”
움직이고 있는 쪽은 자신임에도 여자는 연신 그에게 감탄사를 남발해댔다. 그것은 아주 수월한 작업이었다. 오광태는 나이트클럽의 특실 안에 그대로 앉아 있었고, 스스로 치마를 걷어올린 그녀가 소파 등받이를 붙든 채 그의 하체 위에 올라와 있었다.
여자가 그렇게 되기까지는 수십 초도 걸리지 않았다. 닳고 닳은 벌레일수록 쉽게 빠져들었다. 그가 바지 지퍼를 내렸을 무렵 그녀는 이미 사타구니 아래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 그림 최경태 | ||
“어떡해, 또 시작했어. 오빠, 오빠….”
여자의 허리가 팽팽하게 당겨지더니 용수철처럼 펄떡거렸다.
예기치 않게 룸의 문이 열린 것은 그때였다. 아무것도 모르는 채 안주 접시를 들고 들어서던 웨이트리스였다. 화들짝 기겁을 해댄 그 웨이트리스는 엄청난 광경 앞에 눈만 휘둥그레지고 있었다. 오광태와 그녀의 시선이 정면으로 마주쳤다. 찰라 그의 눈빛만으로도 여종업원은 전혀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히죽 미소를 지은 그는 그 상황을 십분 즐기기 시작했다. 상대방 아가씨는 한 남자와, 그 남자의 몸에 올라탄 한 여자가 벌거벗은 엉덩이를 쉴 새없이 지분대는 광경을 낱낱이 목격해야만 했다.
“정말로 미치고 싶어?”
오광태는 그녀를 똑바로 쳐다보며 자신의 여자에게 속삭였다. 다급하게 머리를 끄덕인 여자는 그제야 등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나 이미 색욕의 노예가 된 그녀는 자신의 부끄러운 부분조차 가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
“계속해줘, 오빠. 안에, 그냥 안에…!”
소파 위의 여자가 소리쳤다. 문가에 선 웨이트리스는 창피함과는 다른 무엇으로 얼굴이 발갛게 상기되면서도 고개를 돌리지 못했다. 그녀는 자신이 어째서 그 자리에서 꼼짝할 수 없는 것인지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39>
회색 양복의 남자는 정확히 15초마다 백미러를 쳐다보았다. 15초는 길가에서 아파트 현관까지 이르는 정확한 시간이었다. 남자가 세워 놓은 자동차 안에서는 거울을 통해 그 길이 훤히 바라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목표물을 쫓고 있는 게 아니었다. 낮 동안 따라다녔던 그의 목표물은 두 시간 전에 자신의 집으로 들어갔다. 지금 그가 기다리고 있는 것은 목표물의 아내였다.
밤새 차 안에서 대기할 필요는 없었지만 그의 일과는 목표물의 아내가 귀가하는 시간을 체크하는 것으로 끝이 나게 되어 있었다. 이유는 알 수 없어도 그것이 남자의 상사가 내린 지령이었다.
두 번째 목표물은 꽤 늦고 있었다. 퇴근 후에 무슨 약속이라도 있었던 모양이었다. 남자는 어둠 속에서 사진을 응시했다. 사진에는 여자의 얼굴이 찍혀 있었다. 아직 이십대인 그 여교사는 제법 미인 축에 드는 용모였다.
이윽고 고개를 들던 남자의 동작이 멈춰졌다. 두 번째 목표물이 나타난 까닭이었다. 그를 발견하지 못한 여자는 주차장 쪽이 아닌 반대 방향에서 걸어오고 있었다.
그는 마치 금방 출발하려던 사람처럼 차의 시동을 걸었다. 공교롭게도 그녀는 그의 자동차 바로 옆을 지나 아파트로 들어서고 있었다. 남자는 한 눈에 모든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여자의 표정은 다소 우울해 보였고, 느릿한 걸음으로 미루어 얼마간 술을 마신 게 틀림없었다.
목표물의 부부관계는 보통이거나 그리 원만치 않은 듯함-이런 방면에 전문가였던 그는 상사에게 보고할 문구를 추가했다. 가로등 아래에 드러난 여자의 뒷모습이 백미러에 다시 비춰졌다. 체구는 크지 않았으나 짤막한 정장 치마 아래로 뻗은 종아리는 제법 탄탄하게 살이 올라 있었다. 남자의 짐작대로 목표물의 아내는 미인이었다.
<#40>
“야, 오광태. 재미 다 봤냐?”
히히덕거리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친구들은 각자의 파트너와 더듬다시피 끌어안은 채 우르르 룸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직후 서로 의아한 눈길을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어라…, 이 자식 어디 갔어?”
나이트클럽의 특실 안은 아무것도 변한 게 없었다. 다만 오광태가 보이지 않았다. 그곳에는 두 명의 여자만이 남아 있었다. 한 사람은 유니폼을 입은 웨이트리스였고, 다른 한 사람은 아까까지 그들과 함께 있었던 바로 그 삼류 여자 탤런트였다.
그들은 당장 뭔가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렸다. 웨이트리스는 넋이 나간 얼굴로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미니스커트가 뒤집혀져 팬티스타킹에 담긴 속살이 훤히 내보여지고 있는데도 전혀 깨닫지 못하는 것 같았다.
오광태의 상대였던 여자는 더욱 가관이었다. 소파 한 구석에 널브러진 그녀 쪽은 상의가 풀어헤쳐져 젖가슴이 바깥으로 드러나 있었다. 그녀는 기이하게도 피식피식 웃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뭐, 뭐야?”
그들 중 하나가 테이블 밑을 쳐다보고는 어이없는 목소리로 외쳤다. 탤런트 아가씨의 하반신은 전라였다.
“이봐, 여기 있던 친구 어디 갔어?”
당황한 누군가가 웨이트리스에게 물었다. 그러나 두 눈을 질끔 감은 여종업원은 벌벌 떨며 고개만 젓고 있었다. 마치 방금 전 무시무시한 장면을 목격했다는 듯한 낯빛이었다.
“엄마야!”
비명이 터져나온 것은 그때였다. 오광태의 여자에게 다가갔던 아가씨가 허둥지둥 뒷걸음을 치고 있었다.
“왜 그래? 무슨 일이야?”
“여기…, 여기 좀 봐…!”
남자들이 달려갔다. 비명을 지른 아가씨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며 소파 위를 가리켰다. 그들은 거의 동시에 벌어진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여자의 모습 때문이었다. 그녀의 눈동자는 탁한 빛을 띤 채 완전히 초점을 잃고 있었다. 그 아래 헤 벌어진 입가에서는 허연 거품이 물려 끈적한 침방울마저 흘러내리고 있었다.
“기집애야, 어떻게 된 거니? 무슨 일이야?” 히히, 히히히…. 친구들이 거세게 어깨를 흔들어대도 여자에게서는 히죽이는 웃음소리만이 들려 오고 있었다.
<#41>
같은 시각 한강변의 어느 주차장에도 한 대의 자동차가 세워져 있었다. 사방 수백 미터 내에 아무런 불빛도 없는 탓에 칠흑 같은 어둠 속이었지만 반짝이는 그 은색 차는 좌석 두 개짜리 스포츠카였다.
오광태는 친구들이 소란을 피워대고 있을 무렵 스포츠카의 운전석에 있었다. 차 안에는 그 말고도 한 사람이 더 타고 있었다. 여자였다. 자기 말에 따르면 스튜어디스라는 쫙 빠진 몸매의 젊은 여자였다.
그의 좌석 등받이는 최대한 뒤로 젖혀져 있었다. 청바지-군데군데 찢어져 있었으나 오히려 그 때문에 아주 값비싼-를 입은 조수석의 스튜어디스 아가씨는 자리에 앉아 있지 않았다. 아예 의자 위에 기어올라 오광태 쪽으로 한껏 엎드리고 있었다.
여자의 머리는 핸들보다도 낮게 숙여져 있었다. 숨가쁜 콧소리가 새어나왔다. 룸 안의 아가씨와 마찬가지로 아무것도 벗지 않은 그녀는 그의 허리춤 위에서 수직으로 얼굴을 왕복시키고 있었다. 한 손이 흘러내리는 머리카락을 쓸어올리는 동안 그녀의 다른 한 손은 자신의 바지 속에 들어가 있었다.
낄낄낄, 오광태는 기묘한 웃음소리를 흘렸다. 이 아가씨 역시 나이트클럽에서 여기까지 그를 따라온 벌레였다. 몇십 분 사이 두 번째의 섹스임에도 그는 전혀 지치지 않았다. 오히려 회를 거듭할수록 더욱 강한 힘을 느꼈다.
이곳 주차장은 섬에 갇히기 전부터 오광태가 즐겨찾던 장소였다. 둔치로부터 워낙 멀찍이 떨어져 있기에 걸어서 올 수 없는 그 주변에는 드문 가로등 만큼이나 다른 자동차도 없었다.
“계속해. 내가 끝날 때까지.”
여자는 그가 내린 명령에 철저히 따르고 있었다. 마치 그의 쾌감이 자신의 쾌감이라는 듯했다.
“그만 할까?”
오광태가 물었다. 고개를 흔드는 반응이 돌아왔다. 스튜어디스의 둔부가 실제 행위를 치르는 것처럼 바쁘게 들썩였다. 스스로 또 한 차례 정상에 다다랐다는 떨림이었다.
썰물 같은 절정이 오광태에게도 찾아왔다. 상대방은 한참 후에야 상체를 일으켰다. 여자의 얼굴에는 아무런 흔적도 남아 있지 않았다. 오직 정욕을 채운 만족감뿐이었다.
“이제 벗어.”
그녀가 재빨리 청바지를 끌어내렸다.
“전부.”
거부는 없었다. 여자는 하등 창피하지 않은 양 스스럼없이 벌거벗은 하체를 드러냈다. 가느다란 끈팬티 한 장이 전부였다. 그녀는 다시금 이어질 환락을 애원하는 표정이었다.
오광태는 희미한 웃음을 머금으며 그녀의 옷을 집어들었다. 운전석의 차창이 내려졌다. 그는 콜로세움의 로마 황제가 손수건을 던지듯 그녀의 옷가지를 땅바닥에 떨어뜨렸다.
“주워 와.”
일순 여자가 움찔거렸지만 그마저 순순히 복종했다. 여승무원 아가씨는 시키는 대로 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갔다. 그녀가 차 앞을 지나는 순간 오광태는 전조등을 켰다. 기이한 장면이 연출되었다. 아랫도리를 벌거벗은 여자의 모습이 환한 빛 속에 떠올랐다. 어쩔 줄 모르는 여자는 허둥대며 간신히 손바닥으로 중심 부분만을 가려대고 있었다.
그는 팔을 내밀어 그녀가 주운 옷을 건네받았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곧장 시동을 걸고 차를 출발시켰다. 부우웅-여자는 당황한 나머지 쫓아올 엄두도 내지 못했다. 경악하는 그녀의 얼굴이 백미러에 비춰졌다. 성능 좋은 스포츠카는 순식간에 그녀를 저 멀리 따돌리고 있었다.
“우하하하!” 오광태의 비웃음이 울려퍼졌다. 속옷조차 입지 못한 스튜어디스가 무슨 꼴을 당할까 생각하니 웃음이 그치지 않았다. 잘해야 부랑자들에게 추행이나 당하리라, 여자의 속옷과 청바지가 시커먼 강물 위로 던져졌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