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수 교수
- 폭풍 성장 웹툰 플랫폼, “이제 질적인 경쟁을 해야 할 때”
- 만화가 지망생, “작업 과정을 즐기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중요”
- 대전, 만화산업의 일자리 창출에 좀 더 관심 기울여야...
[대전=일요신문] 육군영 기자 = 목원대 만화애니메이션과 김병수 교수를 만나 한국만화의 전망에 대해 들어보고 앞으로 한국만화계의 특징과 미래에 대해 들어본다.
최근 한국의 웹툰 시장은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눈부신 성장을 거두었으나, 불법 서비스의 등장과 기존 시장의 과포화, 일부 플랫폼의 저임금지급, 일명 ‘열정페이’에 대한 논란이 가중되면서 젊은 만화지망생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10월 24일, 대전에서 진행한 제11회 대학만화애니메이션최강전과 만화지막생을 대상으로 한 잡페어를 성공적으로 추진하며 대학과 기관의 협력을 통해 만화산업의 발전 가능성을 보여준 목원대 만화애니메이션과 김병수 교수는 대전의 집중되어 있는 만화애니메이션 학과가 가장 많이 밀집되어 있는 점과 교통의 요지라는 점에서 착안해 “서울이나 부산을 가지 않더라도 만화를 그릴 수 있도록 대전을 만화의 메카로 만들겠다”며 포부를 밝인 바 있다.
목원대 만화애니메이션과 김병수 교수를 만나 한국만화산업의 대해 들어본다.
- 웹툰 산업 플랫폼이 날이 갈수록 강세가 되고 있다. 국내 웹툰산업의 발전과 시장의 변모를 어떻게 전망하고 계시는지?
“레진코믹스가 유료플랫폼으로 2013년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외형적으로는 지난 5년간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웹툰 플랫폼만 해도 60여 개에 이른다. 그러다보니 제살깎기식 과당경쟁이 치열해 아마 조만간 자의 반 타의 반 구조조정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해외시장이 열리고 있고 웹툰 IP를 활용한 영화, 드라마, 게임 등 2차 저작물 제작 쪽이 크게 성장하고 있어 미래 전망은 밝다고 생각한다”
- 많은 만화가 지망생이 수입과 장래 불확실성 등의 문제 때문에 만화를 포기하는 경향이 많은 것 같다. 이에 대한 견해와 대책이 있다면.
“웹툰 플랫폼들이 빅뱅이 일어난 것처럼 갑자기 많아지니까 작가 되기가 너무 쉬웠다. 그러다보니 조금만 어려워져도 쉽게 포기해 버린다.
만화가 지망생들도 눈앞의 적은 수입이나 미래에 대한 불안감보다는 작품 자체에 집중하고 독자에 다가가는 근원적인 고민과 비전이 밑바탕이 되었으면 좋겠다.
만화와 같은 대중 예술 분야는 결국 자기 자신이 시장을 만드는 블루오션이다. 좋은 작품이 많고 작가가 많으면 시장이 커지고 작품이 적고 작가 수가 줄면 시장이 축소된다.
자신과 싸움이라 여기고 장기적으로 이 길을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정책적으로는 만화나 웹툰을 규제나 검열이 아니라 진흥과 육성의 대상으로 보고 사회적 인식을 개선해 나가는 적극적인 의지가 필요하다고 본다”
- 미래 한국에서 청년들이 만화 관련 산업으로서 안정적인 생활을 하기 위해 선행되어야 할 조건이나 환경이 있다면?
“포털을 비롯해 웹툰 플랫폼들이 최소 고료를 300만원 이상으로 인상해야 한다. 아마 수익성이 악화하겠지만 웹툰이 돈이 된다고 너도나도 달려드는 현상은 지양되어야 한다.
양질을 작품을 중심으로 질적인 경쟁을 해야 한다. 또한, 불법 서비스를 원천적으로 차단하지 않으면 웹툰 시장 자체가 포털 등 무료 서비스를 제외하고 사라질지도 모른다.
지금은 ‘안정적인 생활’보다는 시장 자체의 존폐 문제가 더 심각하다”
- 한국만화시장이 일본시장과 비교했을 때 한국만화시장의 강점과 약점은?
“일본은 전통적인 흑백 잡지만화가 모바일에도 그대로 이식되어 서비스되는 방식이라 가독성이 떨어진다.
일본 자국 내에서는 익숙할지 몰라도 세계시장에서는 한국의 세로 스크롤 웹툰 방식이 디지털 코믹스에서는 경쟁력이 비교 우위에 있다.
또한, 독자와의 피드백이 느린 잡지만화에 비해 독자들의 즉각적인 의견이 반영되는 한국의 웹툰은 매우 활력이 넘치고 음악으로 치면 라이브적인 성격이 강해서 시장에 민감한 것이 장점이자 단점이다.
선 굵은 대하극 장르가 좀처럼 나오기 힘든 것이 한국 웹툰 시장의 결함이다”
- 대전을 만화산업의 메카로 성장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향후 교수님의 계획은?
“2012년에 목원대학교 만화애니메이션과 교수로 부임하기 전에 만화 진흥법추진위원회 본부장으로 활동하면서 만화계 숙원사업인 만화진흥법을 통과시키는데 실무 총괄을 했다.
2014년에는 앙굴렘국제만화페스티벌 일본군위안부피해 만화전 총괄큐레이터로도 활동하면서 일본군 피해 할머니 문제를 만화로 국제적으로 알리기도 했다.
만화계 안에서 이런 역할들이 나름대로 대전에서 활동하는데 큰 힘이 되었다.
2015년에 대전국제만화가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렀고 대전만화연합이라는 사단법인을 지방에서는 최초로 만들어서 지금은 회장을 맡고 있다. 대전만화웹툰창작센터 설립과 웹툰캠퍼스 설립을 주도하기도 했다.
나는 우리 학생들이 서울이나 수도권에 가지 않아도 대전에서 작품을 만들고, 일자리를 만들고, 지방에서도 충분히 훌륭한 만화 웹툰 작품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닦는데 힘쓰고 싶다. 선배작가이자 스승으로서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 대전의 만화산업 육성을 위해 행정당국이나 관계기관과 기업, 대학 등에 바라시는 게 있다면
“대전시와 대전정보문화산업진흥원과는 그동안 매우 협조적으로 일을 잘 해왔다.
물론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대전에서 만화와 웹툰의 이제 막 뿌리 내기기 시작한 마당에서 이만한 성과라면 대단히 고무적인 상황이다.
대전 충청권은 교통의 요지이자 전국에서 만화애니메이션 관련 대학이 가장 밀집한 지역이라 이번에 개최한 <대학만화애니메이션최강전>처럼 기관과 기업, 대학이 만나서 진로를 모색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행사를 좀 크게 열었으면 좋겠다”
김병수 교수
- 만화가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만화 작화를 시작하는 학생들은 모두 만화책이나 웹툰이 재미있어서 즐기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독자에서 작가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더 큰 재미를 느끼게 되고 지망생의 길로 접어들게 되는 게 본격적인 작가의 길을 가려면 일주일 내내 작업에만 매달려야하는 등 고통과 좌절의 연속이다.
그 과정을 즐겁게 받아들이지 못하면 결국 작가의 길에서 도태된다. 작업 과정을 즐기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고민하지 말고 당장 만화를 그려라!”
- 만화가로서 한국에서 살아가는 소감을 피력하신다면?
“다행히 나는 운이 좋아서 만화가로서, 교육자로서, 기획자로서 성공적인 삶을 살아왔다고 생각한다. 돌이켜보면 한번도 ‘만화’외의 길은 생각해 본적이 없다.
한때 만화시장 자체가 축소되어 미래가 암울했던 적도 있었지만 결국 웹툰이라는 답을 찾아서 새롭게 도약하고 있지 않은가?
우리 같은 중견 작가들끼리 모이면 “한국만화가 위기가 아니었던 적이 언제 있었나?”라고 우스개를 한다.
한국의 만화작가 지망생들은 큰 행운과 이점을 안고 있다. 열심히 작품을 만들면 그에 따른 충분한 보상이 주어지는 시대다.
한국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작품이 나올 때가 된 것 같다. 전 국민이 만화나 웹툰 작품을 열심히 봐주셨으면 좋겠다.
노벨문학상을 받는 만화가 한국에서 처음 나올 것 같다. 진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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