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일요신문] 김성영 기자 =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권영진 대구시장이 지난 14일 시장직을 유지하는 선인 벌금 90만원을 선고 받으면서 일단 한숨을 돌렸다.
하지만 시민·사회단체와 민주당·정의당 대구시당 등은 검찰과 법원의 “정무적 고려다”, “권영진 구하기다”라고 반발하며 재판부의 양형 이유에 의문을 제기했다. 검·경 수사가 진행 중이거나 재판을 앞둔 대구·경북지역 타 선거사범에 일종의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하는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1심 재판부는 권 시장에 대해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한다”면서도 “‘즉흥적·우발적’ 초범으로 반성하고 있고, 법 위반 정도가 당락을 결정지을 만큼 크지 않다”는 양형 이유를 밝혔다. 양형 이유에서도 ‘고의성(계획적)’이 있었느냐 여부가 핵심인데, 이를 두고는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검찰 구형(150만원)뿐만 아니라 법원이 제대로 들여다 봤느냐는 지적이다.
권 시장은 지난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시장→예비후보→경선→시장 복귀→후보를 오가는 가운데 당시 시장직을 완전히 사퇴하지 않고 선거를 치르는 것을 두고 시민·사회단체와 경쟁 후보들아 “시장직을 등에 업은 ‘꼼수’”라고 비난한 바 있다. 하지만 권 시장은 “시정 공백을 최소화 하기 위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선거 엄정 중립도 거듭 약속한 바 있다.
특히 권 시장은 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날인 지난 4월 22일에 앞선 20일 정례조회에서 “경선(자유한국당)으로 자리를 비운 20일 동안 시장이 없는 상황에서도 있을 때보다 더 잘해 준 것 같다”며 “남은 선거기간 동안에도 ‘선거법 위반 시비’가 절대 일어나지 않도록 ‘선거중립 의무’를 지키면서 시정에 한 치도 소홀함이 없도록 하라”고 직원들에게 당부했다.
언론에서도 이를 주목하는 기사가 이어지기도 했지만 바로 이틀 뒤인 22일과 이후 5월 5일 현직 시장 신분으로 자신과 자유한국당, 같은당 후보 지지를 호소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시민·사회단체와 경쟁 후보들이 ‘고의성’을 의심해 왔던 대목이다.
이들은 선고 후 “선거를 한 두번 치른 것도 아닌 권 시장이 시장직과 후보 사이를 오가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선거 엄정 중립을 여러차례 약속했는데도 불구하고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법을 위반했는데 법원이 우발적이고 즉흥적이었다고 판단한 것은 유감”이라며 “재판부가 권 시장에게 사실상 면죄부를 준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검찰도 권 시장에게 벌금 150만원을 구형하면서 솜방망이 벌금이란 비판을 받아 왔다.
이번 선고를 두고 “검찰과 법원의 정무적 판단이 깔린 것”이란 비난도 커지고 있다. 검찰 구형은 법원의 이른바 ‘반타작 선고’를 고려했다는 것이고, 재판부는 시장직 상실형을 때리기에는 공사 너무 커질 것 같고 터무니 없이 낮추기에는 혐의가 너무 뚜렷해 90만원 선에서 선고한 게 아니냐는 것. 80만원이면 모르겠는데 90만원이니까 이런 합리적 의심(Reasonable suspicion)이 든다는 것이다.
권 시장은 지난 지방선거를 전후해 여러 차례 재선 후 ‘대권도전’ 의사를 직·간접적으로 내비친 바 있다. 또 지난 지방선거에 대구·경북만 전국 17개 광역단체장 중 유일하게 자리를 지켰다.
권 시장이 만약 시장직 상실형인 100만원 이상의 형을 받으면 한국당 광역단체장은 이철우 경북지사만 남게 된다. 더구나 권 시장의 선거법 위반 혐의를 직·간접적으로 다룬 대구지검과 대구지법 판·검사 대부분이 TK 출신 인사란 점은 ‘정치적 고려’란 합리적 의심을 더 부추기고 있다. 이를 두고 정의당 대구시당은 “대구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법원의 이번 선고를 두고 대구·경북지역의 타 선거사범에 대한 수사와 판결에도 일종의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선거법 위반 사범에 대한 공소시효가 한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대구·경북에서만 선거법 위반으로 검·경 수사가 진행 중이거나 재판을 앞둔 선출직 선거사범은 24명에 이른다.
지난 4월22일 대구 동구 한 초등학교 동창회 체육대회에 참석한 권영진 대구시장과 서호영 대구시의원, 서 의원은 현재 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 됐다. (사진=독자 제공)
대구에서는 권 시장 외 강은희 교육감(기소의견 검찰 송치), 김문오 달성군수(경찰 조사), 이재만 전 한국당 최고위원(구속기소)과 서호영·김병태 시의원 (불구속 입건) 등 지방의원 6명이다. 이들 선거사범에 대한 엄정 수사와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 선고가 형평성 논란을 부추킬 수 있다.
또 검찰과 법원의 본의(?) 아닌 ‘가이드라인’이 검경 수사권 조정, 사법적폐 청산 정국과 맞물려 ‘역풍’으로 돌아올 공산이 커질 수도 있어 검찰은 권 시장에 대한 항소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
ilyo0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