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백화점 부산본점 2층 엘리든 플레이 매장의 양정원 직원(좌)과 1층 노스 화장품 매장의 유현수매니저(우)가 직원을 응대하고 있는 모습.
[부산=일요신문] 박영천 기자 = 겨울을 앞두고 코트를 장만하기 위해 백화점 영캐주얼 매장을 찾은 김희경(여, 28세)씨는 상품을 둘러보다 남자가 말을 걸어 깜짝 놀랐다.
“매장에 상품을 둘러보고 있는데 어떤 상품을 찾는지 물어보는 판매사원이 여성이 아닌 남성이라 순간 당황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여성복 매장에 찾아볼 수 없었던 남성판매 직원들이 하나 둘 늘면서 금남(禁男) 영역이 허물어지고 있다. 예전 박스 이동이나 창고정리를 위해 아르바이트 위주의 직원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판매를 목적으로 남성을 채용하는 매장이 차츰 늘고 있다.
실제 롯데백화점 부산본점 에고이스트, 비지트, 엘리든 플레이 등 여성복 전문매장에 남성 직원이 근무하면서 고객뿐만 아니라, 같이 근무하는 여성 동료사원들에게도 관심을 받으면서 매장이 활기를 띄고 있다.
엘리든 플레이 매장의 남성직원 양정훈(24세)씨는 이 매장에서 근무한지 4개월째다. “예전 아르바이트와 일반 캐주얼 브랜드에 근무하다 여성복 매장으로 오게 됐다”며, “낯선 곳이라 살짝 두려움도 있었지만 여성복에 대한 호기심에 근무를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여성복 매장에서 4개월 밖에 근무하지 않았지만 자신을 찾는 단골 고객도 생겼다. 남성 직원이 부담스러워 자신이 입고 싶은 옷을 직접 고르고 사는 고객도 있지만 어떤 옷이 자신에게 맞고 잘 어울리는지 남성의 입장에서 조언을 구하는 고객들도 많아 여성 직원만 있는 매장과 차별화되는 장점으로 매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에고이스트와 비지트 매장에 근무하는 남성 직원의 근무 경력은 2년과 3년으로 베테랑 직원에 속하고 있다. 해당 브랜드의 매니저 말에 따르면 “여성 고객의 성향을 분석해 특색 있는 제품을 권해 고객을 만족시키는 것은 물론, 차분한 말투와 판매전략으로 고가의 상품을 판매하는 비중이 다른 직원들보다 높아 매장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한다.
또 여성직원이 예쁘다고 하는 말보다 이성의 남성직원이 예쁘다고 하면 고객의 반응이 훨씬 좋을 뿐만 아니라, 다른 매장에는 남성 판매직원이 없다 보니 브랜드를 쉽게 알릴 수 있고, 재방문 고객들도 많은 효과가 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화려한 화장품과 향수 등으로 대표되는 화장품 매장에도 남성직원들이 점점 늘면서 성(性)역이 파괴되고 있다. 남성 직원들의 경우, 시즌 메이크업쇼 등 이벤트로 고객들에게 시연행사를 펼치는 것이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매장의 판매 직원을 넘어 매장을 책임지는 남성 매니저까지 등장해 주목 받고 있다.
롯데백화점 부산본점의 경우, 나스, 조르지오아르마니, 입생로랑, 정샘물 등 화장품 매장에는 남성직원 고객을 응대하고 있다. 나스와 조르지오아르마니 매장은 매니저가 여성이 아닌 남성이라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나스 매장에서 2년 넘게 근무하고 있는 유현수매니저는 샤넬 등에서 메이크업 쇼를 펼치며 화장품 경력만 13년에 이를 만큼 전문성을 갖춘 매니저로서 얼굴형과 피부톤에 맞는 화장법과 화장품 소개로 고객들의 만족과 신뢰도를 쌓아가고 있다.
특히 여성 직원만 있는 공간인 만큼 더 친절하고 열정적인 근무와 여성과 다른 남성만의 섬세함, 예쁘게만 화장하기 보다 개성을 살릴 수 있는 화장으로 제품설명이나 메이크업 시연시 남성직원들을 먼저 찾는 경우가 많아지는 등 여성고객들의 선호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롯데쇼핑 홍보실 정호경 팀장은 “백화점 금남의 영역으로 여겨지던 여성복, 화장품 등에 남성 직원들 점점 늘고 있는 추세”라며, “여성과 다른 열정과 차별된 서비스로 고객 만족도가 높고 매출향상에도 도움이 되면서 이러한 현상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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