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 연합뉴스.
[일요신문]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친족들에게 말 그대로 통 큰 선물을 나눠줬다.
최 회장은 취임 20주년을 맞아 친족들에게 1조원 가량의 지분을 증여했다. 증여를 결정한 SK㈜ 지분은 329만주(4.68%)로 9228억 원에 달한다.
우선 동생인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에게 166만주를 넘겼고, 사촌형인 고 최윤원 SK케미칼 회장 가족(49만 6808주)과 사촌형인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과 그 가족(83만주) 등 18명의 친족들에게 지분을 증여했다.
SK 등에 따르면, 이번 증여는 선친인 최종현 회장의 타계 직후 최 회장에게 회장직을 이어받게 하고 경영권 분쟁없이 20년 간 꾸준히 지원해 준 친족들에게 보답하는 차원으로 알려졌다.
SK그룹의 창업주는 최종건 회장으로 1973년 페질환으로 세상을 떠나자 동생 최종현 회장이 2대 회장을 맡았다. 1998년 최종현 회장이 별세하자 친족들은 가족회의를 거쳐 창업주가 아닌 2대 회장의 아들인 최태원 회장을 3대 회장으로 추대했다. 최종건 창업주의 아들인 최윤원 회장과 최신원 회장, 최창원 입장에선 양보를 한 셈이다.
최 회장이 동생 최재원 부회장에게 가장 많은 지분을 증여한 것도 같은 이유다. 최 회장 취임 당시 최 부회장은 자신의 상속분을 포기한 채, 형에게 힘을 보탰다. 이번에 최태원 회장의 여동생인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도 최태원 회장의 취지에 공감, SK㈜ 주식 13만3332주(0.19%)를 친족들에게 증여하는데 동참했다.
30대에 회장직에 오른 최태원 회장이 경영을 맡은 20년간 SK그룹은 별다른 지분 싸움이나 경영권 다툼이 없었다.
반면, 국내 재벌기업 2곳 중 1곳은 형제 간 상속재산과 경영권을 놓고 갈등을 겪거나 아직도 분쟁 후유증이 남아 있는 곳도 있다.
앞서 언급한 삼성그룹 일가도 대표적이었다. 2014년 1월 이병철 선대 회장의 유산을 놓고 형제지간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고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간 소송전이 불거졌다. 이맹희 전 회장은 현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부친이다. 삼성과 CJ 간 소송 분쟁은 삼성 측이 승소하고 이맹희 전 회장의 상고 포기로 종결됐다.
하지만 여전히 이들의 앙금은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건희 회장의 오랜 병상 속에 이재용 부회장과 이재현 회장의 화해 가능성도 점쳐 졌지만 이른바 이건희 동영상 파문과 국정농단 사건 등으로 서먹한 사이가 지속되고 있다.
특히, 올해 열린 고 이병철 선대회장의 공식 추도식에서 이재용 부회장 등 오너일가는 이 선대회장의 선영을 미리 찾아 참배했다. 범 삼성가 장손인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공식 추도식날 직전에 선영을 찾는 등 서로 마주치지 않았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