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니!”
김광호가 아파트로 들어가자 옥산나가 달려와 그의 목에 매달려 키스 세례를 퍼부었다. 옥산나는 여대생답게 발랄하다. 하늘색 셔츠 한 장과 같은 색의 미니스커트를 입고 있다. 브래지어는 하지 않았다. 김광호는 두 손으로 옥산나의 탱탱한 둔부를 받쳐 안았다. 김광호의 허리에 두 다리를 감은 옥산나가 김광호의 입에 혀를 밀어 넣었다. 미끄덩거리는 살덩어리가 김광호의 입 안에서 헤엄을 쳤다.
“내일 진주목걸이 사줘요.”
옥산나가 눈을 반짝이면서 속삭였다.
“내일은 바이어와 약속이 있어.”
“저녁에도요?”
“저녁에는 스위스의 은행장과 식사를 해야 돼.”
스위스 은행장의 이름은 케네스 비글리로 영국계였다. 그가 저녁 식사에 초대한 이유를 알 수 없었으나 손해 볼 일은 없었다. 옥산나에게 제니스 윙거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었다. 옥산나는 약간 실망한 표정이었으나 일요일에 함께 쇼핑을 하자고 하자 금세 밝은 표정이 되었다.
옥산나와 한바탕 땀을 흘리고 난 김광호는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누웠다. 창으로 푸른 달빛의 광망이 비쳐왔다. 고원의 도시에서 보는 달빛은 신비스러울 정도로 푸르렀다. 우즈베키스탄에 온 지 어느덧 5년이 되었다. 처음에는 이국 풍경과 이국 사람들에게 적응하기가 어려웠으나 이제는 고향 같은 기분이었다. 아직은 러시아로 우즈베키스탄인들과 대화를 했으나 우즈베키스탄어도 서툴게 할 수 있었다.
‘우즈베키스탄에 오기를 잘 했어.’
김광호는 잠이 오지 않아 그런 생각을 했다. 5년 전, 우즈베키스탄 발령을 받았을 때 가장 격렬하게 반대를 한 것은 아내였다.
“나보고 생과부를 하라는 거야?”
아내는 눈에 쌍심지를 돋우고 신경질을 부렸다.
“기껏해야 5년이야.”
김광호는 아내를 달래려고 했다.
“5년을 어떻게 기다려? 출장 가는 것도 아니고 5년 동안이나 해외에 체류한다는 것이 말이나 돼?”
“자리잡히면 당신과 애들을 부를게.”
“싫어. 우즈베키스탄이 어디에 처박혀 있는 나라인지도 모르는데 뭣하러 가?”
아내는 너무나 완강했다. 우즈베키스탄을 아프리카의 이름없는 미개국처럼 생각했다. 김광호가 아무리 설득을 해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광호는 화가 난 아내를 달래는 방법은 섹스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죽일 놈 살릴 놈하고 악다구니를 퍼부으면서 싸우다가도 섹스를 하고 나면 분노의 감정이 눈 녹듯이 사라져 부부 싸움 칼로 물베기라는 속담까지 생긴 것이다. 김광호는 아내의 치맛자락을 걷어 올리고 속옷을 끌어내리려고 했다. 한 번 해주면 아내가 어찌하겠는가. 싫어도 좋다고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싫어! 안할 거야.”
아내가 팬티를 움켜쥐고 격렬하게 반발했다. 김광호가 바짝 끌어안고 찍어 눌러도 팬티를 움켜쥔 채 맹렬하게 저항했다.
“이쁜아, 왜 그러니?”
김광호는 애원하는 시늉을 했다.
“우즈베키스탄에 가지 마. 안 가겠다고 할 때까지는 죽어도 못해.”
여자가 무릎을 바짝 오므리고 저항을 할 때는 방법이 없다. 폭력을 휘두르기 전에는 강제로 할 수 없는 것이다. 김광호는 아내의 위에서 몸부림을 쳤으나 샘으로 진입할 수 없었다. 가까스로 무릎을 벌리고 몸을 포개도 팬티가 앞을 막았다.
“팬티를 뚫어버린다?”
“헹, 창호지나 뚫으면 다행이지.”
“아무리 그런다고 방법이 없을까봐.”
김광호는 속으로 코웃음을 치면서 팬티를 젖히고 재빨리 아내의 몸속으로 침입했다.
“어맛!”
아내가 깜짝 놀라서 입을 벌렸으나 소용이 없었다. 그때는 이미 김광호가 깊숙이 침입한 뒤였다. 팬티를 움켜쥐고 실랑이를 하는 동안 아내도 흥분되어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좋은데 왜 안하겠다는 거야? 좋지?”
김광호는 유들거리며 아내의 입술에 키스를 했다.
“비겁해!”
우즈베키스탄은 중앙아시아의 중심부에 자리잡고 있는 나라로 인구는 약 2600만 명이었다. 우즈베크족이 10분의 7이고 러시아인들은 10분의 1 정도 된다. 나머지는 소수민족이다. 페르시아와 징기스칸의 몽골족이 번갈아 지배하여 사실상 혼혈족이었다. 도시의 건물은 아름다웠고 사람들은 친철했다. 페르시아와 이슬람의 영향을 강하게 받아 건축물들이 돔형이 많았다.
카나미스 제련공장은 탸슈켄트에서 50㎞ 떨어져 있는 동쪽 산악지방에 있었다. 오성전자에서 파견된 24명의 특공대를 이끌고 카나미스에 도착한 김광호는 공장의 방만한 경영에 놀랐다. 기계시설은 녹이 슬 정도로 낙후되어 있었고 2만 명이나 되는 종업원들은 일을 하는 둥 마는 둥했다. 사회주의 체제의 관료주의가 남아 있는 간부들도 오전에 출근하여 신문이나 잡지를 뒤적이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점심을 먹은 뒤에는 퇴근했다. 놀아도 월급이 나오는 사회주의 국가의 전형적인 나태한 근무태도를 아직도 갖고 있었다.
‘직원들의 의식부터 개혁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안 돼.’
카나미스 팀을 총괄하는 김광호는 대대적인 개혁을 하기로 했다. 직원들을 모아놓고 월급을 올려줄 테니 충실하게 일할 것을 요구했다. 일을 하지 않는 직원들은 해고하겠다고 강경하게 선언했다. 직원들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직원들의 의식 교육이 이루어지기도 전에 러시아 마피아가 공장에 있던 사무실을 습격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오성에서 위탁 경영을 맡았으니 우리가 투자한 자금을 반환하라.”
러시아 마피아가 AK소총으로 김광호를 위협했다. 카나미스에는 뜻밖에 러시아 마피아가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고 있었다.
“우리와 상관없는 일이다. 우리는 경영만을 맡았을 뿐이다.”
김광호는 러시아 마피아에게 반발했다. 그러자 러시아 마피아가 AK소총 개머리판으로 김광호의 얼굴을 후려쳤다. 김광호의 얼굴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김광호는 순간적으로 여기서 죽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어 오싹 소름이 끼쳤다. 그 순간 기이하게 공항에서 눈물을 흘리던 아내의 얼굴이 떠올라왔다.
‘잘 살려고 머나먼 외국까지 와서 죽어야 한다는 말인가?’
김광호는 러시아 마피아에게 닷새 동안이나 연금되어 온갖 고초를 겪었다.
“우리의 투자금을 반환하지 않으면 한국에서 온 놈들을 모조리 죽여 버릴 것이다.”
러시아 마피아는 살벌했다. 김광호는 서울의 오성전자 본사와 협의했다. 오성전자 본사에서 우즈베키스탄 정부와 협상을 벌여 러시아 마피아가 투자한 자금 200만 달러를 돌려주었다. 러시아 마피아는 200만 달러를 받고 공장 사무실에서 철수했다.
직원들의 의식을 개혁한 김광호는 서울의 본사로 날아가 낙후된 기계시설을 모두 현대화된 자동시스템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최첨단 현대시설로 바꾸려면 얼마가 들어야 하는가?”
오성전자 회장이 김광호에게 물었다.
“약 2억 5000만 달러입니다.”
김광호는 긴장하여 오성전자 회장을 쳐다보았다.
“그 자금을 투자하면 수익을 올릴 수 있는가?”
“5년이 지나면 막대한 수익을 올릴 수 있습니다.”
“우리는 위탁 경영을 맡고 있을 뿐이야. 5년 계약이 끝나면 물러나야 돼.”
“우즈베키스탄 정부가 갖고 있는 지분을 더 많이 확보하면 최대주주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카나미스가 오성전자의 소유가 되는가?”
“예. 투자를 조건으로 지분을 요구하십시오.”
오성전자는 회장단을 파견하여 우즈베키스탄 정부에 공장 기계를 현대식으로 교체하는 조건으로 추가 지분을 요구했다. 우즈베키스탄 정부는 27%의 지분을 오성전자에 내주었다. 김광호는 그때부터 카나미스를 세계 최고의 구리 제련공장으로 만드는 데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였고 성공을 거두었던 것이다. 지난해 카나미스는 1억 달러의 흑자를 기록했고 해마다 수익은 늘어날 것이다. 오성전자에서는 김광호를 카나미스 공장 총괄본부장에 임명했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