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람회 유치가 무산된 이튿날 현대차의 주가는 5% 이상 조정받는 등 그룹에 미친 영향이 적지 않았다. 증시에서는 정몽구 회장을 위시한 현대차그룹이 주도한 세계박람회 유치가 수포로 돌아간 것이 투자심리를 악화시켰다는 분석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박람회 유치 실패가 현대차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조인갑 신흥증권 애널리스트는 “박람회 유치 실패는 홍보 효과(기업이미지 제고), 수주 기대가 물거품됐다는 점에서 단기 악재가 될 수 있지만, 현대차 경영진들이 본연의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된 점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분석에도 불구하고 현대차 내부는 여간 어수선한 모습이 아니다.
▲ 현대차 정몽구 회장 | ||
뿐만 아니라 현대차그룹 계열사도 현대모비스 박정인 회장, 현대캐피탈 이계안 회장, INI스틸 유인균 회장 등 그룹 수뇌부들이 대거 유치활동에 나서는 등 한동안 경영 최고위층 공백현상까지 빚어졌다. 그룹 내에도 유치활동을 위한 태스크포스팀을 구성, 많은 내부 인력을 지원했다.
그럼에도 결과가 현대차의 기대와는 달리 상하이로 선정됨에 따라 그룹 전체가 멍한 모습이다. 일부 관계자들은 “이렇게 허망할 수가…”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현대차는 이번 결과에 대해 정부측과 재계에 강한 불만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정부나 재계는 거의 도와주지 않고, 현대차 혼자 북치고 장구쳤다는 생각 때문이다. 실제로 정부는 재경부 등 관련부처가 공무원 인력을 동원해 조직위를 만들었지만, 경쟁자인 중국에 비해 적극적이지는 않았다는 평. 이런 와중에 정몽구 회장은 지난 2000년 왕자의 난에 휩쓸려 그룹을 추스리기조차 힘든 상황이다 보니 총력전을 펴기가 힘들었다.
가까스로 지난해부터 유치활동에 나섰지만, 대선정국 등 정치상황에 맞물려 제대로 힘도 써보지 못하고 말았다. 결국 이 결과의 후유증은 고스란히 현대차와 정몽구 회장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임직원들은 그들대로 어수선한 분위기인데다, 총수의 심기가 불편하니 내부 상황도 경직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