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 한나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서청원 전 대 표 진영이 한때 ‘추대’ 서명작업을 하는 등 출마 할 움직임을 보이자 주목을 받고 있다. | ||
현재까지 당대표 출마 의사를 표명한 이들은 최병렬 김덕룡 강재섭 김형오 이재오 의원 등 5명. 여기에 지난 대선 직후 ‘차기 경선 불출마’를 선언했던 서청원 전 대표의 당대표직 출마 역시 정가에선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서 전 대표 본인은 입을 열지 않고 있지만 서 전 대표 측근들은 “출마할 것으로 본다”는 의견을 공공연히 내놓고 있다.
당권을 향한 공식선거전은 시작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당 안팎에선 당권 구도와 관련해 온갖 추측과 소문이 난무하고 있다. 특히 출마를 하려면 자신의 선언을 번복해야 한다는 점에서 다른 당권 주자들보다 서 전 대표와 관련한 예측과 소문이 가장 무성한 상태다.
서 전 대표와 관련해 정가에서 가장 주목받는 소문은 바로 ‘서 전 대표가 추대를 받기 위해 당내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불출마 선언으로 입지가 좁아진 서 전 대표가 원내외 지구당위원장들의 서명을 받아 ‘추대 받는’ 형식으로 당권에 출마하려 한다는 것이 소문의 골자.
이 같은 소문은 최근 한나라당 대표 선출 투표방식이 확정되면서 더욱 ‘무게’를 얻고 있다. 최근 한나라당 개혁특위는 ‘난상토론’ 끝에 당대표 선출방식을 ‘당원들이 각자 자신이 속한 지역구의 지구당을 방문해 투표하는 것’으로 결론 내린 상태다. 그런 까닭에 일각에선 “지구당 사무실까지 자발적으로 나와 투표해야 하는 만큼 당원들에 대한 각 지구당위원장의 영향력이 거세질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한 정치권 인사는 이에 대해 “지난 대선 당시 서 전 대표는 선대위원장으로서 각 지구당을 돌아다니며 원내외 위원장들을 격려하고 다독거렸다”며 “다른 당권 주자들보다 지구당위원장들 손을 한번이라도 더 잡아본 서 전 대표가 상대적으로 유리하지 않겠는가”라고 밝혔다.
특히 현역 의원이 아닌 원외 지구당위원장들의 경우 대선을 통해 조직관리를 해온 서 전 대표의 영향력이 높을 것이며 이를 이용한 ‘추대 서명운동’ 추진 가능성도 높다는 것이다.
이 같은 소문에 대해 서 전 대표측 핵심 관계자는 “서 전 대표 출마 당위성을 거론하는 서명운동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서명운동이) 우리의 의지와는 무관했으며 서 전 대표를 지지하는 많은 지구당위원장들이 자발적으로 실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 여권이 노무현 대통령의 리더십을 바탕으로 내년 총선을 대비할 텐데 서 전 대표 아닌 다른 주자의 포용력으로는 내년 총선이 어렵다는 인식이 넓게 자리잡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 전 대표측의 또 다른 관계자는 “서명운동은 한나라당 소속 서울시의원들이 먼저 시작했으며 당내 대다수 서울시의원들이 서 전 대표 출마에 대한 서명운동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서명운동은 맹형규 이원창 두 의원이 주도적으로 실행한 것으로 안다”며 “수십 명의 지구당위원장들이 서명을 했지만 서 전 대표가 서명을 받아 출마의 당위성을 얻는다는 것에 부담을 느껴 중단토록 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지구당위원장들의 서명보다는 서 전 대표가 당원과 국민에게 얼마나 성실한 대안과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느냐가 더욱 중요한 것이며 서 전 대표 본인도 이를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 지난 7일 한나라당 양천을 지구당후보 선출대회에 김형오 이재오 최병렬 강재섭 김덕룡 의원 등 당권 도전을 선언한 인사들이 모두 참석했다. | ||
맹 의원은 “서 전 대표 보좌진 사이에서 (서명운동 추진 문제가) 내부적으로 논의된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불출마 선언 번복을 위해 지구당위원장 서명을 모아 추대받는 형식은 모양새가 좋지 않고 ‘줄세우기’처럼 보일 수 있어 내가 반대했다”고 덧붙였다.
맹 의원은 “서 전 대표도 탐탁지 않게 여겨 (서명운동이) 중단됐다”며 “의원들이 서 전 대표의 출마를 원한다 해도 서 전 대표 출마를 권유하는 연판장에 자신들의 이름을 올리기가 부담스럽지 않겠는가”라고 부연 설명을 했다.
그러나 맹 의원은 “많은 원내외 지구당위원장들이 서 전 대표가 출마할 것을 적극 권유해온 것은 사실”이라며 “서 전 대표 체제로 내년 총선을 맞이해야 승산이 있다고 판단한 인사들이 적지 않다”고 주장했다.
서 전 대표를 돕는 것으로 알려진 맹 의원이나 이원창 의원은 과거 ‘친이회창계’로 분류됐던 인사들이다. 그렇기에 ‘창심’ 논란 재발 가능성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맹 의원은 “이회창 전 총재 측근 인사들 중 일부는 최병렬 의원을 돕고 있고 일부는 강재섭 의원을 돕는 것으로 안다”며 “이 전 총재 측근들이 각자가 개인 소신에 따라 움직일 뿐이며 집단적 행동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한편 서 전 대표 주변에서 불거진 ‘추대 서명운동’ 논란에 대해 당내 일각에선 회의적 시각을 내놓는다. “서 전 대표는 원하지 않았다지만 지구당위원장들이 ‘알아서’ 서명운동을 벌였다는 것을 100% 신뢰하기 힘들다”는 의견이 다른 당권 주자들 진영을 비롯해 상당수 당내 인사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서울시의회 내에서 서명운동이 벌어졌다는 서 전 대표측 주장에 대해 한나라당 소속 시의원 한아무개씨는 “특정 시의원 몇 명이 장난을 친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차기 서울시의회 의장직을 노리는 인사들 몇 명이 ‘서 전 대표를 당대표로 옹립하자’는 식의 문안을 만들어 서명을 받다가 제지를 당했다는 것. 한씨는 “몇 명의 주도로 약 20~30명이 서명을 하긴 했지만 대다수 한나라당 시의원들이 반발을 일으켜 중단됐다”며 “그런 짓은 오히려 서 전 대표를 욕되게 하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한나라당 일각에선 서 전 대표의 당권 도전 자체를 ‘자구책’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당의 한 관계자는 “지난 2000년 총선에서 서울 동작 갑 지역구에 출마한 서 전 대표는 무명의 민주당 이승엽 후보에게 1백46표 차로 ‘진땀승’을 거둔 바 있다”며 서 전 대표가 당권 경쟁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 배경을 나름대로 설명했다.
당권에서 멀어지면 세대교체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총선에서 지역구 보존마저 힘들어질 것이기 때문에 반론을 무릅쓰고 출마를 강행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에 대해 서 전 대표측의 한 관계자는 “당권을 논하는 마당에 지역구 보존 운운하는 것은 상대 진영의 음해라는 생각밖에 안 든다”고 밝혔다. 맹형규 의원도 “(서 전 대표가) 당의 명운이 걸린 일에 사적인 것을 판단의 잣대로 사용할 사람은 아니다”며 반박했다.
서 전 대표측의 한 관계자는 “전당대회 방식이 최종 의결되는 11일 당 중앙위원회 이후 서 전 대표가 당대표 출마에 관한 공식입장을 직접 밝힐 것”이라 설명했다. 한나라당 상당수 인사들도 서 전 대표의 당대표 출마가 기존 당권 경쟁 구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나름대로 이해득실을 따지는 모습이다.
하지만 당권경쟁에서 최병렬 의원과 함께 ‘2강’ 구도를 이끌 것으로 보이는 서 전 대표 앞에 상당한 장애물이 놓이게 될 것으로 예측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서 전 대표가 불출마 선언의 번복을 이해시킬 만한 비전을 제시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며 “대선 패배 책임론과 불출마 선언 번복에 대한 다른 당권 주자들의 공격이 빗발칠 경우 서 전 대표로선 감당해내기 어려운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