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지사와 성산읍 난산리 주민 김경배씨가 11일 제주도청 도지사 집무실에서 면담을 하고 있다.
[제주=일요신문] 박해송 기자 = 20일 넘게 제주도청 앞에서 단식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성산주민 김경배씨와 조건없이 대화에 임하겠다고 밝혔던 원희룡 제주도지사와의 50분간 면담은 양측의 입장 차이만 확인하며 평행선을 달리는 시간이었다.
11일 오후 2시 도청 집무실에서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제2공항을 반대하는 김경배씨 측과의 만남이 이뤄졌다.
면담에는 안동우 정무부지사, 강영돈 전 공항확충지원단장, 현학수 공항확충지원단장, 김승철 소통혁신정책관이 참석했고, 제2공항 반대 측은 김경배씨, 김형주 성산읍반대대책위 공동대표, 윤경미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김순애씨가 김경배씨 대리인 자격으로 옆에 배석했다.
이날 면담에서 김경배씨는 국토교통부가 제주 제2공항 입지선정 타당성 재조사 검토위원회를 파행으로 종료시킨 후 기본계획 수립용역을 강행했기 때문에 검토위원회의 활동기간 연장과 기본계획 수립용역이 중단될 수 있도록 제주도정이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원 지사는 “국토부의 입장을 파악하는대로 반대측 주장 등을 종합, 검토해 모든 도민을 상대로 공개적으로 밝히겠다”고 말했다.
원 지사는 이어 “1년을 넘게 기다려온 제주도정 입장에서는 검토위원회를 두달 연장해도, 이미 늦어진건 마찬가지인데, 왜 그렇게 종료했는지는 의문”이라며 “국토부의 검토위원회 종료는 저희로서도 예상을 뛰어넘는 것이었고, 연장되지 않은 것도 의외였다. 저희도 나름대로 (국토부를 향해)확인할 것들이 있다”고 답했다.
제주도청 앞에 설치된 제2공항 반대 농성 천막.
제주 제2공항 건설과 관련된 제주도정과 반대측의 갈등은 시간이 지날수록 소모적인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안동우 정무부지사는 지난 9일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는 성산읍 주민 김경배씨(51)의 천막을 찾아가 원희룡 도지사와의 면담 조건으로 농성 중단과 천막 철거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김씨는 “원 지사가 제2공항에 대해 제대로 된 업무 수행을 할 때까지 단식 농성을 멈추지 않겠다”며 단식 중단 요구를 거절했다.
이날 오후 원 지사는 제2공항 건설을 반대하는 단식 농성과 관련해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경찰에서 제 신변보호를 함께 하겠다는 연락이 왔다”며 “지금 제 신변보호가 중요한 것인가”라고 말했다.
이어 ‘도민의 갈등 사안에 있어서 도지사로서의 어려움과 위험은 얼마든지 감수할 수 있다“며 ”제가 걱정하는 것은 저 개인의 신변보호가 아니라 제주도청을 출입하는 많은 분들 그리고 제주를 바라보는 국민들이 우리의 공공질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겠나“라고 반문했다.
또한 ”김 씨의 건강악화 이야기를 전해들었다. 걱정이다. 면담을 조건으로 하는 단식이라면 얼마든지 만날 수 있다“면서도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조건을 내세우며 시위를 키우기 위한 방법으로 면담을 이용하는 게 아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제주도청 앞에 설치된 제2공항 반대 농성 천막.
원 지사는 지난 10일 오후 2시 제주도청 앞에서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는 성산읍 주민 김경배씨를 만날 계획이었다. 그러나 김씨 측이 일방적 방문이라며 거부하자, 기자회견을 열고 또다시 면담수용 의사를 밝혔다.
원 지사는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 제2공항 절차를 볼모로 잡은 반대투쟁을 같이 하라는 것은 저희로서는 선뜻 납득이 안가는 부분“이라면서 ”지난 3개월간 국토부와 반대위 간 검토위가 진행됐다. 한쪽 입장이 관철되지 않았다고 제주도를 상대로 반대 투쟁을 하는 것은 속된 말로 어디(국토부)서 뺨맞고, 어디(제주도)서 분풀이를 하는거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제2공항반대범도민행동은 논평을 내고 “국토부와 성산읍반대대책위가 제주도를 배제한 것이 아니라 제주도 스스로 참여 자격이 없어 뒤로 물러섰다”며 “원희룡지사는 대책위와 시민단체들이 국토부에 도지사로서 지역주민의 반대 의견을 전달해 달라는 요청을 거부해 왔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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