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발단은 지난 12월6일 금감원이 발표한 ‘삼성생명에 대한 특별검사 결과’ 내용. 앞서 금감원은 지난 9월 중순부터 삼성생명의 부당 계약전환행위와 고객신용정보 불법이용의혹에 대한 특별 검사를 벌였다.
금감원은 조사 결과 삼성생명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부당 계약전환행위를 자행했고,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고객정보를 불법이용한 사실을 적발, 배정충 사장 등 임원 3명과 직원 6명에 대해 경고 등의 징계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금감원의 조치에 대해 참여연대는 “재벌의 로비로 삼성생명에 대한 징계를 축소했다”며 이근영 금감원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나섰다.참여연대는 지난 12월9일 발표한 ‘재벌의 로비로 축소된 금감원의 삼성생명 검사 결과 및 처벌’이라는 제목의 발표문에서 “이번 사건과 관련해 이근영 원장 퇴진, 국정조사 요청, 피해자 소송제기 등 모든 대응을 강구할 터”라고 밝혔다.
▲ 최근 금감원의 삼성생명에 대한 특별검사 결과 제재 수위 등을 놓고 참여연대가 강력히 반발하 고 있다. 사진은 이근영 금감원장. | ||
원래 금감원이 검사에 착수했던 주요 쟁점은 삼성생명이 고객들에게 부당하게 고금리의 보험상품을 저금리 상품으로 전환토록 했느냐는 것과, 고객정보를 불법으로 유통시켰느냐 하는 부분이었다. 금감원은 지난 9월 중순경부터 삼성생명에 대해 고금리 상품 해약을 유도하는 과정에서 법률이나 금융 관련 규정을 위반했는지의 여부를 검사해왔다.
그러나 엉뚱하게도 이 사건은 삼성생명은 쏙 빠진 채, 참여연대와 금감원의 싸움으로 불똥이 튀어버렸다. 금감원이 삼성생명에 대해 경고조치를 내리자마자, 참여연대는 금감원의 조치가 지나치게 가볍다며 즉각 반격에 나섰기 때문.
참여연대는 “금감원의 검사결과는 삼성생명 고위층의 금감원에 대한 로비로 인해 검사대상이 축소되고, 처벌수위가 낮아질 것이라는 우려를 확인한 것에 불과했다”고 주장했다. 또 참여연대는 “금융기관 이용자를 보호해야 할 금감원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근영 위원장은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삼성생명이 금감원에 로비를 했느냐의 여부가 문제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참여연대측이 주장하는 로비의 근거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검사기간 중에 배정충 삼성생명 사장을 비롯, 경영진들이 이근영 금감위장을 수차례 만났다는 것과 금감원의 검사 시점이 올해로 국한돼 있다는 점 등이다.
참여연대 박근용 팀장은 “금감원이 삼성생명 조사에 착수할 즈음, 제보자를 통해 검사기간 중에 이근영 위원장과 배정충 삼성생명 사장 등 고위층이 여러 차례 만났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물론 배 사장과 이 위원장이 만난 것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딱히 로비가 오갔다는 증거는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금감원이 삼성생명에 대해 검사를 하는 도중에 삼성생명 고위층 인사들을 만난 것이 사실이라면, 참여연대측이 주장하는 로비의혹이 사실일 수도 있다는 말이다. 박 팀장은 “이는 결국 금감원이 삼성생명의 로비를 받아들여, 수많은 보험계약자들의 권익을 포기한 것과 마찬가지”라며 이 위원장을 정면으로 공격하고 나섰다.
그러나 이에 대해 윤용로 금감원 대변인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답했다. 윤 대변인은 “이 위원장과 배 사장이 개인적으로 만난 적이 없다”며 “간혹 업체 사장들을 만난다고 해도, 업체의 처벌과 관련된 부분은 제재심의위원회의 소관이라 이 위원장에 로비를 해 축소시킨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참여연대는 삼성생명에 대한 검사기간을 2002년으로 국한시킨 부분 역시 의심스럽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 소비자보호원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삼성생명이 해약시킨 고금리 상품 건수는 2000년에는 57만8천여 건, 2001년 1월∼7월에도 48만2천여 건에 이른다는 것.
그러나 참여연대측의 주장에 따르면 금감원측은 2000년과 2001년은 무시한 채, 단지 2002년만을 검사해 상품 해약건수가 7만여 건 정도로 대폭 축소, 그에 따라 경고조치도 경미한 수준에 머물렀다는 것이다. 특히 참여연대는 검사 축소 이유와 관련해 금감원측이 “인력이 부족해서 2002년 부당 행위만 조사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스스로의 한계에 대해 인정한 꼴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그러나 이에 대해 금감원은 한마디로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만일 검사 축소가 이뤄졌다면, 금감원 노조, 경쟁업체 등에서 가만 있었겠느냐”며 “제재수위는 다른 금융기관들(신용카드사 등)과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모든 의혹을 강력히 부인했다.
이 관계자는 “참여연대의 주장에 대해 대응할 만한 인력도 부족해 일일이 대응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해, 법적인 대응은 하지 않을 것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금감원측의 태도와 다르게 참여연대측은 향후 반대 수위를 높일 것으로 보여 문제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참여연대 박근용 팀장은 “향후 논의를 통해 국정조사 요청, 이근영 금감원장의 퇴진,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소송 제기 등과 관련해 모든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