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과계중환자실 이수정 간호사(좌)와 외상중환자실 김복임 간호사(우)
[대전=일요신문] 육군영 = 최근 간호사들의 강도 높은 병원업무와 직장 내 ‘태움’ 문화가 사회적 이슈가 되는 가운데, 옛 병원을 못 잊어 퇴사했던 병원으로 돌아온 간호사들의 이야기가 화제가 되고 있다.
대전 을지대학교병원 외상중환자실의 김복임 간호사와 내과계중환자실 이수정 간호사는 지난 2014년 을지대학교병원 중환자실에 입사한 동기다.
중환자실은 간호사들 사이에서도 ‘특수파트’라 불리며 일반병실보다도 고된 업무와 긴장감이 항상 지속되는 곳으로 미세한 차이 수치 하나하나가 생사를 가르기도 해서 높은 전문성이 필요로 한다.
또 일반병실의 환자보다 손이 두세 배 많이 가기 때문에 수술실, 응급실과 함께 ‘3D(Dirty, Difficult, Dangerous)부서’로 칭하기도 한다.
이런 중환자실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수정 간호사와 김복임 간호사는 직장생활 3년 차가 되던 해에 더 좋은 곳은 없을까에 대해 고민하다가 결국 둘이 같은 병원으로 이직할 것을 계획하고 을지대병원 중환자실을 떠났다.
김 간호사는 “이직한 병원에서도 중환자실에서 근무했었는데, 첫 직장 떠나고 나면 좋은 점만 생각난다고 하던 말이 딱 맞았다”며 “일과 관련된 부분도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서로 아끼고 보살펴주던 전 직장이 많이 생각났고 동료들도 너무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간호사는 “첫 직장이기도 했지만, 정말이지 친정 같은 느낌으로 마음속에 줄곧 남아있었던 것 같다”며 “미숙한 부분을 지적하더라도, 돌아서면 네가 싫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고 위로하며 같이 열심히 해보자던 동료들과의 정이 날이 갈수록 더 그리웠다”고 덧붙였다.
간호사들은 중환자실의 업무가 혼자 감당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책임과 생사가 오가는 병실에서 병마를 이기지 못한 환자들의 넋을 함께 기리고 죽음 앞에 초연해져야만 하는 현실은 개인이 감당하기에는 감정적으로 너무 힘들다는 것이다.
이 간호사는 중환자실의 업무에 대해 “각개전투가 아니라 동료애로 똘똘 뭉쳐 작은 일에도 기뻐하고 때론 용기를 얻었다”며 “앞으로 더 잘 해내리라 다짐하는 삶의 터전이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두 간호사는 을지대학교병원의 특징에 대한 질문에 ‘프리셉터’와 ‘프리셉티’라는 개념을 먼저 설명했다.
프리셉터는 실무현장에서 일정 기간 신규간호사의 교육을 담당하는 경력간호사를 말하며 프리셉티는 경력간호사의 지도가 필요한 신규간호사를 뜻하는데, 을지대병원의 경우 이 둘의 감정적인 시너지를 얻기 쉽도록 설계돼 있다는 것이다.
김 간호사는 “이 병원은 둘의 관계가 엄마와 딸로 표현될 만큼 끈끈하다”며 “입사가 동기들보다 조금 늦은 편이라 뒤처지고 싶지 않은 마음에 선생님을 매우 성가시게 했는데, 귀찮거나 싫은 내색 한번 없이 도와줘 감사한 마음에 지금까지도 사적으로 만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간호사는 “사실 나뿐만 아니라 가족이나 주변 친구들도 ‘태움’ 문화에 대해 걱정을 많이 했었지만, 그런 걱정이 무색할 만큼 좋은 선생님을 만나 잘 적응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업무상 실수가 있더라도 사적인 감정을 개입지 않고 훈육하듯 혼내면서도 감싸주곤 했다”고 덧붙였다.
그리운 마음에 전 직장 동료들과 꾸준히 연락을 지속하던 두 간호사는 중환자실 파트장에게도 전달됐으며 파트장은 망설임 없이 두 간호사에게 전화를 걸어 재입사를 할 것을 권유했다.
김 간호사는 “재입사를 마음먹고 수정이와 간호부 사무실을 찾아 오랜만에 간호부 식구들을 보는데 눈물이 핑 돌았다”고 회상했다.
결국 두 간호사는 석 달 만에 그들이 ‘고향’이라고 칭하는 을지대학교병원 중환자실로 다시 돌아왔다.
윤혜성 간호부장은 “급여나 당직, 복지 같은 간호사 근무환경 개선은 물론이고 존중하고 배려하는 조직문화를 통해 행복한 간호현장을 만들어 나가는 데 힘쓰고 있다”며 “두 간호사처럼 재입사를 희망하는 간호사뿐만 아니라 경력단절 간호사들에게도 문은 언제든 열려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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