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 서울역점. 사진=롯데마트 서울역점 페이스북
공정위가 롯데마트의 납품업체들에 대한 후행물류비 불공정행위에 대한 조사를 확대한 계기는 육가공품 납품업체였던 ‘신화’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뤄졌다. 신화는 2012년 7월부터 2015년 11월까지 전국 롯데마트 매장에 돼지고기 등 육가공품을 납품한 업체다. 하지만 신화는 거래 기간 중 심각한 경영난으로 법정관리에 들어갔다고 주장해 이른 바 ‘삼겹살 갑질’논란을 증폭시켰다.
신화는 2015년 8월 공정위 산하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 조정을 신청했다. 공정거래조정원은 같은 해 11월 롯데마트가 신화에게 48억 1700만 원을 지급하라고 조정 결정하면서 두 회사의 거래 관계도 종료됐다. 지급 조정 금액 중 가장 관심을 끄는 대목은 전체 65.7%에 달하는 물류비용 조정금액이었다.
롯데마트가 조정결정에 불복하자 2015년 12월부터 공정위는 해당 사건을 조사하면서 다른 납품업체들에 대한 후행물류비 관행을 들여다보게 됐다.
롯데마트와 신화의 당시 거래 과정을 보면 신화가 물품을 경기도 오산시 소재 롯데마트 물류센터에 납품하면 롯데마트는 물류센터에서 전국 120여 매장으로 물품을 배송했다. 유통업계에서는 물류센터를 기준으로 그 이전과 그 이후로 나눠 각각 선행물류비와 후행물류비로 구분한다. 롯데마트는 물류센터에서 롯데마트 차량으로 각 매장으로 배송하는 후행물류비만 신화의 납품대금(매출)에서 7~10%를 공제했다. 신화는 거래 당시 자체 차량을 동원해 물류센터에 물품을 납품했으로 롯데마트에 지불할 선행물류비용이 없었다.
신화는 거래 당시 명확하지 않은 공제비율에 따라 과도한 물류비가 청구됐다고 성토하고 있다. 윤형철 신화 사장은 “삼겹살의 경우 10톤 냉장 차량에 꽉 채웠을 경우 물류비로 공제되는 금액만 최대 1500만 원에 달하기도 했다”며 “삼겹살과 kg당 납품단가에서 1만 원 정도 차이나는 돼지 뒷다리의 경우 물류비로 공제되는 금액 차이는 최대 1000만 원에 달하는 실정이었다. 대체 무슨 근거로 물류비를 공제하는지 도무지 납득할 수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윤 사장은 “당사는 롯데마트가 공제하는 물류비를 감내할 수 없었다. 일예로 거래 당시 사정으로 당사 인근 지역인 전북 전주시에서 롯데마트 물류센터까지 일반 운송업체를 통해 5톤 냉장 탑차로 물품을 보낸 적이 있었다. 당시 운송비는 불과 30만 원대였다”며 “당사는 거래 당시 보유한 자체 차량들로 호남권, 경북권, 충청권 등에 위치한 롯데마트 매장에 물품을 직접 배송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직접 매장에 배송한 것에 대해서도 롯데마트는 물류비를 어김없이 공제해 갔다”고 성토했다.
신화가 이용한 전주~오산 5톤 냉장탑차 운송비 영수증
대형마트 업계는 롯데마트에 대한 공정위의 제재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형마트가 계약에 따라 물류서비스를 제공받은 납품업체에 선·후행물류비를 청구하는 것은 업계의 관행처럼 굳어져 왔다. 중소 납품업체들은 물품을 직접 매장까지 배송하는데 한계가 있고, 대형마트는 물류센터 등 물류서비스를 이용하는 업체들로부터 물류비의 일부를 받아 수익을 내는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납품업체가 물류센터까지 물품을 배송하는 선행물류비를 부담하는 것은 정당하다고 판단한다. 동종업체인 이마트는 납품업체로부터 물류비를 납품대금에 반영하는 대신 물류센터에서 보관했다 배송하는 상품에 대해 물류비를 받지 않는다. 홈플러스는 선·후행물류비에 대한 각각의 계약서를 작성해 물류비를 받고 있다. 공정위가 후행물류비에 대한 불공정행위에 대한 조사에 들어간 이후 롯데마트는 후행물류비를 원가에 통합해 납품업체와 계약하고 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대형 유통업체들은 어떤 형태로든 물류서비스를 제공받는 형태에 따라 납품업체별로 선행물류비나 후행물류비를 청구하고 있다. 이는 납품업체와 상생 차원이다”라며 “또한 물류센터 이용 여부도 계약 체결시 납품업체와 협의하고 있고, 그에 따른 결정사안으로 강제 조항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공정위의 결정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구체적인 언급은 부적절하나 조사 확대의 계기가 된 신화 쪽의 일방적인 주장들에 대해 당사는 적극 해명해 왔다”고 강조했다.
롯데마트는 국내 최대 로펌인 법무법인 ‘김앤장’ 공정거래팀을 선임해 적극 방어에 나서고 있다.
한편 공정위 전원회의 개최 시기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당초 지난해 12월 전원회의가 열릴 예정이었지만 롯데마트의 연기 요청으로 오는 3월 개최가 유력했다. 하지만 최근에 롯데마트 측이 또 다시 전원회의 연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져 공정위가 어떤 선택을 할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장익창 기자 sanbad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