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을 앞둔 GS ITM의 사무실은 서울시 종로구 재동에 있는 보헌빌딩에 위치한다. 보헌빌딩의 소유주인 보헌개발은 GS그룹 오너 일가 소유의 회사지만 복잡한 역사와 특이한 부동산 소유 구조로 인해 여러 의문점이 붙고 있다. GS가 4세인 허세홍 GS글로벌 사장, 허준홍 GS칼텍스 부사장, 허서홍 GS에너지 전무가 각각 보헌개발 지분 33.3%를 갖고 있다.
보헌개발 주주인 허세홍 사장, 허준홍 부사장, 허서홍 전무의 아버지이자 허창수 GS그룹 회장과 사촌관계인 허동수 GS칼텍스 회장, 허남각 삼양통상 회장,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날 회장 등 3명이 현재 보헌개발 기타비상무이사를 맡고 있다. 보헌개발 대표이사는 차광중 삼양인터내셔날 대표다.
서울 종로구 재동에 위치한 보헌개발 소유 보헌빌딩 전경. 사진=고성준 기자
보헌개발의 역사는 199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에스엠에프앤비라는 이름으로 회사를 설립, 2004년 3월 비티인터내셔날로 사명을 바꿨고 같은해 7월 현재의 보헌개발로 다시 사명을 변경했다. 설립 초기 지분 구조는 확인되지 않지만 허광수 회장이 보헌개발 초대 이사를 맡은 기록으로 보아 GS그룹 오너 일가와 관련이 없지 않아 보인다.
보헌개발은 2005년 보헌빌딩을 건설한 후 보헌빌딩 임대료로 수익을 내고 있지만 그 전의 활동 내역은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2004년 GS그룹이 LG그룹으로부터 분리되기 전에는 허창수 회장 일가가 그룹 특수관계자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보헌개발 법인등기부에 따르면 보헌개발은 2003년 12월 임시주주총회에서 해산을 결의했다. 하지만 3개월 후인 2004년 3월, 보헌개발은 해산을 취소하고 회사를 계속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특이한 점은 보헌개발 설립 당시의 사업목적은 식음료와 관련한 업무였다는 것이다. 보헌개발은 2004년 3월 사업목적에 부동산 관련 업무를 추가했고, 2005년 9월에는 식음료 관련 업무를 삭제했다. 2004년 3월은 보헌개발이 해산을 취소하고, 사명도 에스엠에프앤비에서 비티인터내셔날로 변경한 시점이다. 보헌개발이 회사를 해산하는 대신 식음료 회사에서 부동산 회사로 사업을 전환한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보헌개발의 수익은 대부분 보헌빌딩 임대료에서 발생한다. 보헌빌딩에는 GS ITM, 삼양인터내셔날, 옥산유통, 동행복지재단 등이 입주해 있다. 삼양인터내셔날은 고 허정구 삼양통상 명예회장(허창수 회장의 삼촌)의 직계 자손들이 92.53%의 지분을 갖고 있고, 옥산유통 역시 허광수 회장, 허세홍 사장, 허준홍 부사장 등이 지분 46.24%를 가진 회사다. 동행복지재단은 허동수 회장이 운영하는 곳이다.
보헌빌딩 입주 업체들이 GS 오너일가 소유의 회사다보니 자연스럽게 ‘일감 몰아주기’라는 뒷말이 나온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2017년 보헌개발 매출 16억 원 중 97%에 해당하는 15억 5700만 원이 GS그룹 계열사로부터 발생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2017년 보헌개발 매출 16억 원 중 97%에 해당하는 15억 5700만 원이 GS그룹 계열사로부터 발생했다. 사진=이종현 기자
또 눈에 띄는 부분은 보헌빌딩의 건물주와 토지주가 다르다는 것이다. ‘일요신문’ 취재 결과 보헌빌딩의 소유주는 보헌개발이지만 해당 토지의 소유주는 허남각 회장, 허동수 회장, 허광수 회장, 허영숙 씨 등 4인이다. 이들은 모두 고 허정구 명예회장의 자녀들로 허창수 GS그룹 회장과는 사촌관계다.
과거 보헌빌딩의 자리는 허정구 명예회장의 자택이 있던 곳이었다. 1999년 허정구 명예회장이 별세하고, 2003년 허 명예회장의 부인 이행좌 여사도 세상을 떠나자 자녀들이 부동산을 물려받은 것이다. 이후 허 명예회장의 자택을 철거하고 보헌빌딩을 새롭게 건설, 2005년 7월 완공됐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사업을 위해 법인을 통해 빌딩을 세웠지만 선친이 물려준 땅을 쉽게 팔고 싶지 않았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통상 건물주와 토지주가 다르면 건물주가 일정 금액을 사용료 명목으로 토지주에게 지급한다. 지난해 1~9월 보헌개발과 GS그룹 일가 간에 총 5600만 원의 거래를 한 것으로 미뤄 연간 토지 사용액은 1억 원이 넘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향후 토지주가 건물을 인수하는 것도 가능하다. 민법에 따르면 건물의 토지임대차 기간이 만료한 경우에 건물 등 지상시설이 현존한 때에는 지상권자(땅을 빌린 사람)가 계약의 갱신을 청구할 수 있고, 지상권설정자(토지소유자)가 계약 갱신을 원하지 않으면 지상권자는 상당한 가액으로 매수를 청구할 수 있다.
여기서 ‘상당한 가액’은 적정가격을 의미한다. 보헌개발은 허정구 명예회장 자손들 소유이기에 토지주와 건물주의 가격 협의는 무의미하다. 보헌개발의 자본을 허세홍 사장 등이 댔기에 결국 같은 돈이라고 할 수 있지만 향후 보헌개발을 매각한다면 빌딩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현재로선 보헌빌딩 임대료 외에 별다른 수익이 없어 여기서 사업을 확장해야만 보헌개발 매각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보헌개발은 오너 일가의 개인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해산을 결의했던 회사를 사업전환하면서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 휩싸인 바 있고, 부동산 소유 구조도 일반적이지 않아 이를 둘러싼 뒷말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