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현 정권의 출범이 다가오면서 포스코의 경 영진이 바뀔 것이라는 관측이 나돌고 있다. 사 진은 유상부 포스코 회장 | ||
노무현 정권이 공식 출범하는 시기를 전후해 포스코의 정기주총이 예정돼 있어, 이 주총이 유상부 체제의 변곡점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현재 일각에서는 노무현 정권 출범과 함께 물갈이작업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과 현 체제가 당분간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는 두 가지 관측이 엇갈리고 있다.
그러나 대체적인 시각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쪽으로 기울고 있는 듯하다. 이런 분위기 탓인지 벌써부터 포스코 주변에서는 차기 회장과 관련해 몇몇 인사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그러나 당사자들은 일체 함구하는 모습이다. 포스코의 경영권 관련해 정•재계에서 제기되고 있는 변수들을 짚어본다.
여전히 포스코 경영에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76)은 최규선 사건 직후 유상부 회장 체제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16대 대선에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를 공식 지지했기 때문에 한나라당이 집권하게 됐을 경우 포스코 경영진 개편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의 선택이 실패로 끝나면서 포스코에 대한 영향력이 현저히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
▲ 박태준 명예회장 | ||
포스코 부사장을 끝으로 박 명예회장과 함께 93년 퇴사했던 이대공씨도 98년부터 포철교육재단 이사장으로 일하고 있다. 지난 97년 대선에서 DJP연합이 승리하면서 포스코에 재입성했던 박태준 사단이 곳곳에 포진해 있는 것이다. 박 명예회장이 현실적인 영향력을 잃을지는 모르지만, 강력한 인맥들이 실무진을 장악하고 있다는 점은 여전히 그가 큰 변수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난 2000년 5월 5개월간의 짧은 국무총리직 재임을 끝으로 DJ 정부와 소원해진 박 명예회장은 그간 일본과 미국을 오가며 신병을 치료하다 대선 전후해 서울파이낸스빌딩에 사무실을 내고 활동 재계 움직임을 보였었다. 그의 정치적 선택이 실패로 끝난 지금 그의 운신의 폭이 제한될 수밖에 없어 향후 포스코 경영인맥 변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상부 회장이 어떤 의지를 보이느냐도 포스코 경영권 향방을 결정지을 미묘한 문제이다. 유 회장은 지난 98년 3월 DJP연합군이 대선에서 승리한 이후에 YS가 임명했던 김만제 전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을 밀어내고 회장에 올랐다. 그는 지난 7월 포스코 주총에서 세 번째 연임됐다. 하지만 그 역시 정치권 입김에 자유롭지 못한 상태.
대선국면으로 접어든 지난 여름 그는 대통령 아들 김홍걸씨와의 은밀한 만남과 타이거풀스 주식 인수 스캔들로 상처를 받는 등 유난히 여권에 약한 포스코의 약점을 그대로 드러냈다. 때문에 노무현 정부에서 정치적 발언권이 거의 사라질 것으로 보이는 박태준 명예회장의 진퇴에 따라 유 회장 체제의 변화도 불가피한 것으로 여겨진다.
포스코 관계자들은 이 부분에 대해 일체 함구하는 모습이다. 박태준 회장과의 미묘한 관계에다, 노무현 정권 아래서의 정치적 기류변화를 쉽게 예단하기 어렵기 때문. 그러면서도 포스코측은 “포스코의 특성상 급격한 경영권 변화나, 경영체제 흔들기는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정권의 포스코 경영개입을 적극 차단하려는 모습이다.
결국 포스코의 경영권 향방은 유상부 회장 스스로 결정해야 하는 문제로 귀착되고 있다. 현재 정부의 지분이 매우 적은데다 절반 이상이 외국인 손에 넘어간 부분도 변수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