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에는 한국남동발전이 제기한 소송에서 패해 33억 원 규모의 부동산을 가압류 당했다. 포스링크는 “약정금 채권 또는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청구권”이라고만 공시했다. 한국남동발전 관계자는 “공시에 나온 것 이외에는 설명하기가 어렵다”고 전했다.
포스링크는 국가정보통신망 등 시스템 사업과 블록체인 및 암호화폐 관련 플랫폼 사업 등을 영위하는 업체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포스링크의 지난해 1~3분기 매출은 54억 원,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직원 수는 30명으로 규모가 큰 회사는 아니다.
크게 알려진 회사가 아니었던 포스링크가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건 2017년 3월. 전직 미국 스케이트 선수 아폴로 안톤 오노가 포스링크 사내이사로 취임하면서부터다. 오노 이사는 포스링크에서 신규사업 및 자금조달 업무를 맡고 있으며 임기는 2020년 3월까지다.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당시 아폴로 안톤 오노. 사진=안톤 오노 페이스북
오노 이사는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1500m 결승에서 김동성 전 스케이트 선수에게 추월당하자 ‘할리우드 액션’을 펼쳐 금메달을 획득했다. 이후 많은 한국인들에게 비난을 받았고 나아가 반미감정으로까지 이어졌다. 현재도 오노 이사에 대한 국내 여론은 좋은 편이 아니다.
오노 이사는 블록체인 및 암호화폐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11월, 오노 이사는 암호화폐 거래소 운영 법인 하이브리드블록(HybridBlock)을 설립했다. 하이브리드블록 블로그에서는 한국 블록체인 업계에 대한 내용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처럼 오노 이사는 IT 강국인 한국에 어느 정도 호감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오노 이사가 포스링크 이사에 취임한 것도 포스링크가 블록체인 사업을 영위하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오노 이사 취임 후인 2017년 6월, 포스링크는 프로그램 개발업체 엑스블록시스템즈를 인수했다. 2018년 3월에는 엑스블록시스템즈의 암호화폐 거래소 사업부를 분할해 코인링크라는 법인을 신설했다. 포스링크는 분기보고서에서 “업종 전문화를 통해 핵심역량 강화에 힘쓰고자 인적분할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오노 이사는 엑스블록시스템즈와 코인링크에서는 이사를 맡고 있지 않다.
그렇지만 본인의 회사를 경영하는 오노 이사가 포스링크 경영에 충실히 참여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포스링크는 최근 주식거래가 정지됐고, 사무실 부동산마저 가압류된 상황이다. 또 2017년 포스링크 등기임원의 평균 연봉은 3500만 원에 불과했다. 오노 이사 입장에서 포스링크가 크게 매력 있는 회사로 보이지 않는다.
최악의 경우 포스링크는 상장폐지로 이어질 수도 있다. 코스닥 시장 상장규정에 따르면 상장사 임원의 횡령·배임 금액이 10억 원 이상인 경우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오를 수 있다. 다만 기업의 실적이나 재무상황 등을 고려해 상장폐지를 결정하므로 횡령으로 인해 상장폐지까지 이른 사례는 많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오노 이사와 같은 시기 포스링크 사내이사로 취임한 싱가포르 외교관 출신 토혹김(Toh Hock Ghim) 전 이사와 대만 기업인 출신 유경지(Yu Ching-Jr) 전 이사는 지난해 9월 사임한 것으로 확인됐다. 구체적인 사임 이유는 확인되지 않는다. ‘일요신문’은 오노 이사의 입장을 듣기 위해 SNS를 통한 연락을 시도했으나 답을 받지 못했다. 포스링크에도 수 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한편, 사업과 별개로 일본인 아버지에게서 태어난 오노 이사는 아시아에 대한 애정이 깊은 듯하다. 오노 이사의 SNS에는 아시아계 미국인 모임 활동이나 아시아 국가 방문 사진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해 평창동계올림픽 때 한국을 방문해서도 “이 놀라운 모습을 봐라! 강릉시의 전통 한국음식과 반찬, 생선으로 가득 찬 시장”이라는 글을 남겼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포스링크는 어떤 회사? 2000년대 후반 전성기 맞아 포스링크는 1996년 벤처기업으로 설립, 2002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포스링크는 1998년 정보통신유망중소기업에 선정되면서 주목을 받았다. 포스링크 설립 초창기에는 통신용 장비와 소프트웨어 개발이 주 사업이었다. 2000년대 중반까지 수백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등 벤처기업치고는 나쁘지 않은 실적을 보였지만 배 아무개 포스링크 창업자는 2005년 돌연 회사를 엑사텔레콤에 넘겼다. 이후 포스링크의 주인은 수 차례 바뀌었고, 현재는 경영컨설팅사 ‘카일앤파트너스’가 포스링크 최대주주다. 2000년대 후반에는 삼성전자와 입체안경 독점 공급 계약을 맺으면서 전성기를 맞았다. 당시 포스링크의 연매출은 300억 원이 넘었고, 주가도 한때 4만 원이 넘었다. 이후 주가는 꾸준히 하락해 2017년 이후로는 1000원 대를 유지하고 있다. 포스링크의 실적도 과거에 비하면 부진하다. 2017년 포스링크의 매출은 173억 원으로 전성기 시절의 절반 수준이다. 포스링크는 지난해 프랜차이즈 창업컨설팅 업체 에스티피아이앤씨와 의약품 업체 디아젠을 인수하는 등 돌파구를 찾고 있지만 최근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과거의 영광을 회복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박형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