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8일 오후 부산항을 출항한 러시아 화물선이 부산 광안대교를 들이받고 멈춰서 있다. 사진=부산가나안요양병원 제공
해경은 또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운항 경로에 대해 ‘모르겠다’는 진술만 반복하고 있다”고 전했다.
해경은 사고 전 이미 음주 상태였던 A 씨 판단이 흐려져 항로변경과 후진이 제때 이뤄지지 못한 게 사고의 결정적인 원인으로 보고 있다.
실제 해경이 사고 후 화물선에 대한 정선 명령을 내린 뒤 A 씨 음주 여부를 측정한 결과 혈중알코올농도가 면허 취소 수준인 0.086%로 나왔다. 해상 음주운전 입건 기준은 혈중알코올농도 0.03%다.
사고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를 추정할 수 있는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해 A 씨 음주 시점을 가릴 예정이다. 조타실에 있던 항해사 B씨와 조타사 C씨는 술을 마시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해경 관계자는 “조타실을 총괄하고 선박 운항을 책임지는 선장이 술을 마셨다는 것은 음주 운항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해경에 따르면 사고 당시 조타기를 잡았던 것으로 확인된 조타사 역시 운항 경로에 대해서는 “모르겠다”고 진술했다. 씨그랜드호에는 모두 15명의 러시아인 선원들이 타고 있었으나, 이들 모두 구체적인 진술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경은 화물선 내 항해기록저장장치(VDR)와 폐쇄회로(CC)TV를 확보해 분석하고 있다.
해경은 A 씨에 대해 업무상과실선박파괴, 해사안전법 위반,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다.
씨그랜드호는 지난 2월 28일 오후 4시 23분께 부산 광안대교 하판 10∼11번 사이 교각을 들이받았다.
당초 부산항을 출항해 광안대교를 등지고 먼바다로 향해야 했지만 정반대 방향으로 운항했다. 출항 신고도 하지 않았으며, 광안대교 충돌 30분 전 부두에 계류돼 있던 유람선을 들이받은 사실도 확인됐다.
광안대교 충돌 사고로 인한 인명 피해는 없었으나 교량 구조물이 파손돼 차량 진입로 일부가 통제되고 있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