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SBS ‘그것이 알고 싶다’ 캡쳐
2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는 1158회는 ‘살인범의 게임, 미국 홀리스터 저택 살인사건’ 편으로 꾸며졌다.
크리스마스를 앞둔 2017년 12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인근의 작은 도시 홀리스터의 한 협곡에서 동양인 여성의 시신이 암매장된 채 발견됐다.
피해자는 20여 년 전 미국으로 이민해 빨래방을 운영하던 재미교포 김선희 씨(가명)로 사건은 두 딸의 신고로 세상에 드러났다.
LA에 사는 김 씨의 두 딸이 매일 안부를 주고받던 어머니 김 씨와 갑자기 연락이 도절되자 홀리스터 부모 집을 찾아갔다가 실종을 확인하고 경찰에 신고한 것이다.
시신엔 외상이 많았고 사인은 둔기에 의한 뇌손상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김 씨를 살해한 혐의로 남편 지 아무개 씨와 그의 이종사촌 최민주 씨(가명)를 체포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진술은 완전히 엇갈렸다.
사건 당일 샌프란시스코로 입국해 지 씨의 집에 방문한 최 씨.
지 씨는 아내에게 사촌 동생의 방문을 미리 알리지 않아 아내가 불만을 품고 있었고, 자신이 아내 몰래 한국의 최 씨 가족에게 돈을 송금한 사실까지 알게 돼 크게 화난 상태로 언쟁을 벌였다고 진술했다.
그때 최 씨가 창고에서 야구 배트를 가져와 아내의 머리를 가격했고, 넘어진 아내를 20~30차례 더 가격해 숨지게 했다는 것이다.
이수정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감정이 실린 포악한 폭력성을 볼 수 있다. 정말 오랫동안 쌓인 감정이 폭력으로 나타난 것 같다. 부부관계에 앙심이 생겨 폭행을 했다고 보는게 자연스러운 추리지 않겠냐”고 말했다.
지 씨는 최 씨와 함께 시신 유기 장소를 물색한 건 인정했지만 살해와 시신 유기는 최 씨의 단독 범행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최 씨는 자신은 지 씨의 집에 방문했을 때부터 김 씨는 본 적도 없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언어도 통하지 않는 낯선 땅에서 살해 용의자로 지목돼 너무도 당황스럽고 혼란스럽다는 것이다.
그리고 두 딸과 현지 경찰이 또 하나의 의혹을 제기했다.
사건 담당 수사관은 “우린 그 둘이 애정 관계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당초 실종사건으로 수사를 벌였지만 지 씨와 최 씨의 행동에 수상함을 느껴 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지 씨의 집을 압수수색했다.
그 과정에서 김 씨가 집에서 살해됐다는 여러 가지 정황 증거들을 확보했다.
살해 현장으로 추정되는 주방 쪽 카펫 일부가 잘려있었고 그 부분과 일치하는 카펫 조각을 시신 근처에서 발견했다.
발견된 카펫에는 피해자의 혈흔이 묻어있었다. 또한 피 냄새에 반응하는 탐지견이 지 씨의 자택 주방과 시신을 옮겼을 것으로 추정되는 차량 트렁크 등에서 반응을 보여 살해 정황이 더욱 뚜렷해졌다.
여러 정황증거들로 인해 일사천리로 진행될 것 같았던 사건.
그러나 용의자로 지목된 두 사람 모두 범행을 일체 부인하고 있으며 범행에 사용된 도구가 발견되지 않아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다.
사건 발생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재판이 열리지 않아 예비심리만 이어지고 있다.
직접 증거가 나오지 않는 이상 1급 살인으로 기소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들은 증거불충분으로 무죄 판결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지 씨와 최 씨, 양 측 변호사 모두 서로 무죄 입증을 자신하고 있다.
1년 넘는 수감기간 동안 기도하며 마음을 다스리고 있는 최 씨와 사건기록을 보며 공부하고 있다는 지 씨.
직접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수사기관을 상대로 치열한 두뇌게임을 벌이고 있는 진범은 이들 중 대체 누구일까?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